이런 출산(1)

자유글 조회수 8627 추천수 0 2010.05.17 15:40:18
자근근종, 근종 적출술…임신 그리고 조산 위험까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엄마, 뭐가 감사하고 고마운데요?"
나의 품에 안긴 딸아이는 아침마다 저를 꼭 안아주며 중얼중얼 거리는 엄마의 기도 소리에 이렇게 묻곤 한다.
언제부터인지 내 생각들이 쉴때 나는 짧은 기도를 한다. 동그란 눈으로 내 눈을 보며 종알종알 얘기하는 아이가 내 앞에 있음이 너무 감사하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면 대부분 출산을 경험하지만 그중 적지 않은 수의 산모들이 특별하고 힘든 출산을 경험한다.
7년전 나의 특별한 출산 경험을 몇편의 글로 올리며 지금도 어느 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힘겹게 자라고 있을 많은 아기와 엄마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

최근 한겨레에서 오픈한 육아사이트 <베이비트리>가 건강하고 정상적인 출산과 육아만 다루지 말고 나의 경우처럼 힘든 출산과 육아도 함께 다뤄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도 함께 해 본다.

나는 아이 낳기에 적합하지 않은 체질이었나보다.
자궁이 약했다.
첫아이를 임신하기전 종합병원을 찾아 아이 낳기 위한 사전 검사들을 했다.
풍진 주사를 맞는게 고작이었지만, 나는 상당히 신중하게 산부인과를 찾아간 기억이 있다.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은 건강하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가 생겨 난생 처음 자궁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근종이 2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름이 하나는 3Cm, 하나는 1Cm로 크기가 심각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의사가 말했다.  아기 낳을 준비를 위해 진료를 했을때는 아무말 없더니 조금 놀랐다.

첫 아이를 낳았다. 아주 건강한 4.09kg의 아들이었다.
건강하게 태어난 첫째는 병치레 없이 잘 커 주었다.
헌데 둘째가 문제였다.
직장맘으로 또 약한 자궁으로 둘째를 갖기는 어려움이 많았다. 세번의 자연유산을 거치며 뱃속의 근종은 점점 자랐다.
자궁근종이란 녀석은 여성호르몬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세번의 임신과 유산의 반복으로 근종이 조금씩 자란 것이다.

세번째 유산이 있은 뒤 우리 부부는 둘째 낳기를 포기하고 근종 제거 수술을 계획했다. 내 인생에 둘째라는 녀석이 꼭 있었던지 근종 제거 수술을 앞두고 또 아이가 생겼다. 약하게 하혈을 했지만 산부인과를 찾기가 겁이났다. 의사에게 뻔한 얘기를 들을걸 생각하니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신 11주가 되었을 무렵 그동안 찾았던 종합병원과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가지 않고 동네에 있는 개인 산부인과에 갔다.
내 뱃속은 아이가 자랄 수 없는 아주 나쁜 환경이니 지금 수술을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초음파를 통해 아기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니 도저히 수술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다 싶었다. 병원을 뛰쳐나온 뒤 한동안 병원을 찾지 않았다.

얼마 뒤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J병원에 전화를 했다. 수간호사를 통해 나의 상황을 모두 설명해 주며 경험이 많은 의사 선생님을 소개해 달라고 했고 나는 며칠 뒤 병원을 찾아 이런저런 상담과 여러가지 검사를 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상담을 했지만, 훗날 일어날 상황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얘기를 듣질 못했다.
어찌하면 좋을지 궁금해 하는 나에게 의사는 간혹 나와 같은 산모(자궁근종과 임신을 동시에 한 산모)들이 있는데 그중 몇명은 정상적으로 출산을 했으니 한번 해보자는 말을 했다. 내 속에서 콩닥콩닥 심장소리 들려주는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의사의 말처럼 그 몇명의 산모에 희망을 걸기로 했다.

24주가 조금 지나 정기점진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다급한 소리로 내게
"지금 자궁 수축이 있는데 못 느끼겠어요?" 하는 것이다.
"잘 모르겠는데...."
"지금 빨리 입원하세요..."
이게 무슨 말이지?  약간 멍~했다.

급히 입원 수속을 밟고 일반 병실이 아닌 분만대기실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지금 나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는 고작 임신 24주인데 아이가 나오려고 한다는 건가? 그럼 어떻게 되는거지? 아이를 잃는건가, 아니면 낳는건가... 나의 머리속은 정말 복잡했고 또한 무지했다.
어디에서도 나는 미숙아에 대해 들어본적도 없었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를 사진으로조차 본 적도 없었다. 무서움이 몰려왔다... 아니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것이다.

남편과 의사는 여러가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며 나에게 임신상태로 근종 제거수술을 하자고 한다.
아기에게 이상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아기집을 건들지 않고 자궁벽에 박혀 있는 근종만 제거하기 때문에 이상이 없을거란다..그럼 믿어야지 이 상황에서 전문의인 의사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나.

2일 정도 금식을 한 뒤 나는 근종 제거술을 했다. 그리고 자궁수축억제제를 최대의 양으로 투여 받으며 만 이틀을 버티었다. 자궁수축억제제를 맞아본 산모들은 알겠지만 가슴은 쿵쾅쿵쾅, 귀는 먹먹한 상태가 된다. 더군다나 나는 분만대기실 한쪽 침대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많은 산모들의 비명과 신음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며 버티기를 해야 했다. 가족 면회도 하루 2번으로 정말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번 잡은 자세로 계속 있지 않으면 아이가 금방 나올것 같았다. 회진하는 의사는 조금만 견디면 괜찮아질거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무리한 선택이었을까? 아니 나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단지 뱃속 아이에게 "엄마 꼭 잡고 있어야한다, 조금만 참자"고 기도를 할 뿐...

만 이틀이 지난 밤 자정이 될 무렵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당직 의사가 왔다. 내 몸을 옆으로 누이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나 지금 죽을거 같아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남편을 호출했다.
"여보 나 죽을거 같아, 빨리와..."
남편이 왔다. 남편과 의사는 내 옆에서 무슨말을 하는거 같았지만 나는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순간 뭔가 큰일이 나 의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나는 한참 전부터 비명에 가깝게 외치며 긴급상황임을 알렸지만 의사들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분주해지는게 아닌가....
근종적출술을 한 나는 맥도날드(자궁경부를 묶은 상태) 시술한 상태였고 아이가 나오려고 하니 자연 나는 힘이 주어지는 상태가 계속됐다. 마치 내 몸이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오르는 느낌과 심한 진통과 어찌 표현이 안되는 공포감이 나를 짓눌렀다.

3~4명의 의사가 여기저기 전화를 계속 돌리고 있었다. 나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갈 모양이다. 그걸 감지한 순간 나는 더 큰소리로 남편에게 호소했다. 남편의 낯빛이 유독 까맸다. 
"나 여기서 나가면 안돼, 아기도 죽고 나도 죽을거야. 절대 안돼..."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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