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다들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일요일부터 한 주동안 마음이 좀 힘들었어요^^ 저의 개인적인 일로.
그저께 그 좋아하는 "응4(응답하라 1994-tvN드라마)'를 보고도 제 마음의 짐이 안 내려지더라구요. 알까말까한 나정이의 마음에 제 마음이 약간 더 힘들어질 뻔 했었죠. 드디어 마지막회를 시청하고는 제가 웃었습니다. 제 걱정의 크기가 한없이 작아지면서 일주일 동안 뭘 걱정했는지 요 몇 시간동안 잊어버릴 만큼이요. 도저히 그냥 잠들 수 없어 이렇게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주말이 다가오는게 힘든 주부였습니다.
일하시는 분들에겐 월요병이라고 하지만 전업주부로 살면서 제겐 월요일이 한 주의 출발, 더 나아가 해방의 날로 기다려지는 요일이 되버렸답니다. 그런 제게 언제부턴가 '응4'는 주말의 무거운 짐을 훌훌 날려버려주는 감초가 되주었죠. 주말이 다가올수록 마음의 짐도 커지지만 '응4'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의 짐도 잊어버리는 '응사앓이'였죠. 응4 시작할 때 막내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언니랑 비슷한 학번 이야기라서 언니도 좋아할 것 같다'고. 뭐 그 정도일까 갸우뚱하며 재방송된 응4를 보았는데 그렇게 되버리더라구요.
드라마에는 주인공이 있겠지만 제겐 응4의 모든 연기자가 주인공으로 보이더라구요. 어쩜 다들 연기를 맛깔나게 잘하시던지. 저도 시골출신이라 사투리를 잘 알아듣는 정도로만 이제껏 살았었죠. 고등학교 때부터 사투리를 안쓰는 친구들과 지내다보니 제 고향 사투리는 고향 친구나 가족들과 통화할 때만 잠깐 나오는 정도였고 한 20년 가량 in 서울, 그렇게 지내다보니 사투리를 쓸 일이 별로 없었답니다. 이 드라마를 시청한 이후로 맛깔나는 사투리의 정겨움에 다시 사투리를 쓰게되었답니다. "천지삐까리가?" 뭐 이런 말들. 제 두 아이도 "쓰레기 한다."라면서 엄마와 함께 응4를 웃으면서 보았답니다.
어제네요. 응4 마지막회(21회). 20회를 보면서 처음부터 쓰레기가 나정이 남편이 될거라는 예상이 맞을거라는 감은 잡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사실 칠봉이도 멋지잖아요. 그런 남자가 나 좋다고 한다면...... 마흔을 바라보는 아줌마 생각엔 칠봉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지막회에서 한결같이 쓰레기를 사랑했던 나정이를 보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멋지게 보내준 칠봉이의 멋진 모습도 보고, 이 세상에 저렇게 진국인 사람이 있을까 싶은 쓰레기도 보고. 내 집이 아닌 은행 집을 갖고 있는 내 옆의 누군가일 것만 같은 윤진이와 삼천포, 해태랑 빙그레, 나정이 부모로 나온 성동일과 이일화님의 모습에서 삶을 한 수 배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내 삶으로 돌아와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인생 뭐 있나?" 하지만 응4를 보니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진실되게 살아야겠다. 나 자신을 속이고 살지는 말자 뭐 이런 생각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보면서 끝나고는 응4 시청자 소감도 쓰고 왔답니다. 아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응4 이벤트 당첨을 확인했더니 화장품 견본품을 받게 되었더라구요. 저는 쓰레기가 나정이 남편이었으면 했거든요.
흠~~~ 이 흐믓함이란. 이벤트 당첨의 기쁨보다도 제겐 깔끔한 응4의 마무리에 절로 미소가 나오네요. 특히 마지막회에서는 나정이의 신랑을 일찍 알려주고 오히려 제목답게 '90년대에게', 마흔을 바라보는, 또는 마흔을 넘긴, 마흔이 곧 되는 세대들을 향한 삼천포의 따뜻한 메세지 - 딱 떠오르는 말은 없지만 -에 초첨을 맞추려고 한 제작진들의 마음이 보이더라구요. 힘든 제 마음을 사르르 녹여준 응4, 앞으로 주말을 무슨 낙으로 기다릴까 뭐 그런 걱정은 미리하지 않으려구요. 그냥 마지막회를 보면서 제가 받은 감동만 가져갑니다. 그동안 응4보면서 음악듣는 재미도 솔찬혔는데.
베이비트리와 함께 한 1년 감사했습니다.
베이비트리와 함께 한 모든 분들, 남은 2013년 마무리 잘 하시고
다가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