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향 기자가 만든 마르게리타 피자.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집에서 피자 만들기
박미향 기자의 피자 만들기 도전…수분 조절, 숙성시간 잘 지켜야 부드러운 도 완성

밤 11시의 주방은 고독한 공간이다. 가족은 오락프로그램에 몰입해 주방에 사람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 야심한 밤에 기자 앞에는 밀가루, 이스트, 물, 토마토소스, 소금, 바질 등이 있다. 이 모든 일은 ‘차줌마’ 때문이다.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만재도에서 해물피자를 만들지만 않았더라도! 초라한 포일에 먹음직스런 도(dough)를 만들지만 않았더라도! 직접 요리하는 젊은층이 느는 것도 한 이유였다. ‘소셜 다이닝’을 주로 다룬 잡지 <킨포크>의 이름을 따 ‘킨포크 세대’라 칭해도 될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자, 그럼 무슨 피자에 도전해볼까?

피자의 세계에 입문할 때는 마르게리타, 마리나라 피자부터 먹는 것이 좋다. 나폴리식 피자의 기본을 담은 피자다. 마르게리타는 잘 알려진 대로 통일 이탈리아의 2대 국왕 움베르토 1세의 아내 마르게리타 왕비의 이름이다. 1889년 나폴리를 방문한 왕과 왕비에게 요리사 라파엘레 에스포시토는 토마토, 모차렐라치즈, 바질 등을 토핑한 피자를 올렸다. 왕비는 매우 만족했고 피자는 유명해졌다. 서민음식이었던 피자가 이탈리아 전국으로 퍼진 데는 이들 부부의 영향이 컸다. 이왕 도전할 양이면 역사가 깊은 마르게리타 피자가 좋겠다. 스승이 필요했다. 나폴리식 피자 장인으로 알려진 ‘스파카 나폴리’의 주인 이영우씨를 찾아갔다. “물 1ℓ, 강력분 1600~1800g, 소금 40g, 이스트 5g.” 그가 알려준 재료는 열 판도 만들 만한 양이다. 가정용으로 수정했다. 강력분 160g, 소금 4g, 이스트는 0.5g, 물 100㎖를 준비했다. 반죽과 발효가 생명이다.

‘스파카 나폴리’의 주인 이영우씨.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스승은 토마토홀(이탈리아 토마토인 플럼토마토를 토마토주스에 설탕, 소금 등을 뿌리고 담가 둔 것)을 으깨고 소금을 섞어 도에 바를 소스를 만들라고 했다. 토마토홀이 1㎏이면 소금은 약 20g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그런데 동네 마트에서 토마토홀을 구할 수가 없어 대안으로 덥석 집어 든 것이 파스타용 토마토소스였다.

반죽 한쪽 끌어 늘여
아래쪽으로 집어넣기
고수들의 기술 흉내내니
반죽 찢어지고 구멍이 뻥 뚫렸다

물에 소금을 먼저 탔다. 보통 밀가루에 이스트가루, 소금 등을 같이 섞어버리기도 하는데 그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소금과 이스트가 직접 만나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낫다는 지침이다. 손바닥을 몸 쪽에서 앞으로 밀어내면서 반죽했다. 시계는 밤 12시를 향해 간다. 반죽이 매끄럽고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자 천을 찾았다. 스승은 천을 물에 적신 뒤 꽉 짜서 덮고 1시간가량 숙성시키라고 했다. 얇은 천이 없다. 조금 두꺼운 키친타월을 대안으로 썼다. 똑딱똑딱, 시간이 흐른다. 더 고난도의 반죽 과정이 남아 있다. 모차렐라치즈 제조법과 비슷한 반죽 기법이다. 이씨는 “고수들이 쓰는 법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고수들은 반죽 한쪽을 끌어 늘여 아래쪽으로 집어넣기를 반복하면서 동그란 찐빵 모양을 만든다. 그는 일반인들이 숙달하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기술이므로 “가로세로로 펼쳤다 접었다를 몇 번 반복하고, 뒤집어서도 가로세로로 접고 펴기를 몇 번씩 하라”고 말했다.

고수의 기술에 도전해보려고 1차 숙성된 반죽을 집자 키친타월이 들러붙어 있다. 밤 12시, 키친타월을 뜯어내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는 배달앱 광고가 흘러나온다. 밀폐용기에 넣어 4시간가량 2차 숙성을 해야 한다. 스승은 “2차 숙성을 마치면 원형모양이 옆으로 퍼진다. 그때 도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쏟아지는 졸음 탓에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숙성시간을 반토막으로 줄였다. 새벽 2시쯤 스승이 했던 대로 반죽을 왼손에서 공중으로 휙 던지듯이 하면서 오른손으로 넘긴다. 그는 3초 만에 도를 만들었었다. 어라! 도가 쭉쭉 찢어진다. 아파트 복도에서 신문배달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얇게 펴지면서 구멍이 뻥 뚫린다. ‘차줌마’ 방식을 따르기로 하고 도를 눌러 폈다.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모차렐라치즈와 바질을 얹어서 가스레인지 오븐에 넣었다. 장작화덕에서의 2~3분이 완성이나 가정용 가스레인지 오븐에서는 몇분이 될지 모른다. 온도가 낮아 시간이 더 걸린다. 도가 노릇 익으면 완성인데, 보지 않아도 냄새로 충분히 알 수 있다. 빵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퍼지면 다 된 것이다. 드디어 완성!

2차 숙성 전에 피자 고수들이 주로 하는 반죽법.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그럴싸해 보이는 피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듬뿍 뿌리고 한 조각 베어 무는데, 목구멍에서 ‘헉’ 신음 소리가 났다. 짜다. 도는 지나치게 딱딱하다. 이씨는 “가스레인지 오븐에서는 수분이 더 날아가 딱딱한 것”이라고 이유를 다음날 알려줬다. 넣는 물의 양을 조금 더 추가했어야 맞다. 2차 숙성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도 이유다. 파스타용 토마토소스 때문에 짜졌다. 역시나 레시피는 정확하게 지킬 것! 왜 밤 11시에 요리를 시작했는지 묻지 마시라. 굳이 직업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새벽 3시, 주방에서 홀로 피자를 먹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피자 상식

나, 인증받은 피자야

이탈리아 나폴리피자협회는 8가지 규정을 제시하고, 이 규정에 따라 만든 피자만을 나폴리 피자라 인정해 ‘베라 피자’(VERA PIZZA) 인증을 준다. 국내는 ‘더 키친 살바토레’가 2009년 세계에서는 300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획득했다. 8가지 규정은 다음과 같다. 반드시 장작화덕을 사용할 것, 굽는 온도는 485도, 둥근 형태 유지, 크러스트 반죽은 반드시 손으로 하고 두께는 2㎝ 이하로 한다. 피자 가운데 두께는 0.3㎝를 넘어서는 안 되고, 촉감은 쫄깃하면서 쉽게 접을 수 있어야 하며 토핑은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사용한다.

마르게리타 피자

재료: 강력분 160g, 소금 4.5g, 이스트 0.5g, 물 100㎖, 바질 몇 잎, 모차렐라치즈, 토마토홀 약 250g,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약간

만들기: (1) 물에 소금 4g을 푼다. (2) 밀가루 일부분에 소금물을 부어 반죽한다. 엉겨 붙으면 이스트가루를 뿌리고 남은 밀가루를 손으로 뿌려가면서 섞는다. (3) 말랑하고 표면이 매끄럽게 될 때까지 반죽한다. (4) 천에 물을 적신 뒤 물기를 짜낸다. 그 천으로 반죽을 싸 1시간 상온에 숙성시킨다. (5) 반죽의 한쪽을 늘어뜨려 아래쪽으로 넣으면서 동그란 모양으로 만든다. 어려우면 가로세로로 펼쳤다 접었다를 몇번 반복한다. (6) 밀폐용기에 담아 4시간가량 2차 숙성을 한다. (7) 두 손을 활용해 공중에서 날리듯이 펴 도를 만든다. 어려우면 손가락으로 눌러 도를 만든다. (8) 토마토소스(토마토홀을 으깨서 소금 0.5g을 섞어 만든 것)를 바른다. 올리브오일 몇 방울을 넣기도 한다. (9) 모차렐라치즈, 바질을 얹고 올리브오일을 적당히 뿌려 오븐에 넣은 후 도가 노릇해질 때까지 익힌다.


(*위 내용은 2015년 3월 25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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