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왜냐면] 애들 급식 가지고 이러지들 맙시다 / 권영숙


최근 발표된 경남도의 무상급식 폐지로 갑자기 10만원이 넘는 돈을 급식비로 지출해야 될 판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셋째 그리고 중학교에 다니는 첫째까지 이젠 급식비를 내야 한다. 정부는 자녀를 많이 출산하라고 했다. 교육비를 더 보태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있던 무상급식마저 빼앗겠단다. 주변에 아이 셋을 둔 엄마들은 모두 기가 막힌다고 말한다. 당장이라도 도청 앞에 피켓을 들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다.

살림살이에서 급식비 그게 뭐냐고 따져 물을지 모르지만 급식비에는 알다시피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다만 경제적 문제만은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은 과일가게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며 4남매를 키우셨다. 당시 옆집에 피아노학원이 있었는데 엄마는 딸이 피아노를 했으면 하셨는지 어느 날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피아노학원을 보내주셨다. 아무것도 모르고 피아노학원을 다녔는데 어느 날 엄마가 피아노학원 원장님께 과일을 갖다드리며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는 학원비를 제대로 내고 다니는 학생이 아니었다. 어린 마음에 그 순간 드는 생각은 수치심이었다.

나도 당당히 학원비를 내며 다니고 싶은데 그게 아니었던 게 부끄러웠고 그런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얼마 지난 뒤 나는 스스로 피아노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렇게까지는 다니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급식을 모든 학생이 무상으로 먹는 것과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가져와서 통과된 뒤 무상으로 받는 것의 의미는 당해보지 않은 이는 결코 모를 감정이다. 안 그래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의기소침해할 수도 있는데 급식까지 선별급식이 된다면 그중에 마음이 다치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남편이 회사 생활 하면서 월급을 넉넉히 가져다줄 때는 10만원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제 개인사업으로 매달 빠듯하게 생활하는 주부가 되면서 10만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래도 이리저리 아끼면 나는 낼 수 있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급식비 지원을 못 받는 가정들이 상당할 텐데 그 가정들의 어려운 마음을 도지사님은 알까. 얼마나 많은 다수의 국민들이 생활고로 힘들어하는지, 얼마 안 되는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시는지요.

그 돈으로 당신네들 살아가보라고 하면 살 수 있겠는지요. 교육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이 급식 때문에 마음이 다쳐서는 안 된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지도자의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권영숙 주부


(*위 내용은 2015년 3월 23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588 [직장맘] [주말엄마]② 칼퇴근 하라고 하세요! [2] kcm1087 2014-06-12 3090
587 [건강] [육아웹툰- 야옹선생의 (근거중심) 자연주의 육아] 탈수의 명약 ORS를 아시나요? imagefile [2] 야옹선생 2015-01-22 3088
586 [자유글] 유승민 사퇴를 보며 [1] 난엄마다 2015-07-08 3086
585 [자유글] 애들이 좀 뛸 수도 있죠, 뭐. imagefile [4] 강모씨 2016-09-10 3079
584 [책읽는부모]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웃다가 찡, 육아일기 같은 가족 소설 imagefile 강모씨 2017-07-16 3078
583 [자유글] 마흔살을 기다리며 imagefile [10] 숲을거닐다 2014-09-03 3077
582 [자유글] 사주가 또 뭐라고 [6] 숲을거닐다 2015-10-11 3076
581 [선배맘에게물어봐] 묻고싶어요~~ [13] ILLUON 2014-09-03 3076
580 [건강] 면역력 떨어지는 한여름, 피부 세균감염 주의보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7-30 3075
579 [책읽는부모] 정우야,, 엄마 말대로 하면 돼.. 그렇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엄마도 같이 할게.. coal0001 2014-07-31 3074
578 [요리] 장마철 저녁, 뜨근한 콩나물국밥 어떠세요~ imagefile [1] 안정숙 2014-07-04 3071
577 [선배맘에게물어봐] 아동심리 좀 아시는분 계신가요? [5] illuon 2014-10-27 3070
576 [요리] ‘피자 만들기’, 차줌마 따라하기 어렵네 image 베이비트리 2015-03-26 3069
575 [책읽는부모] [함께 책읽기 프로젝트] 2015 상반기 결산 [17] 강모씨 2015-06-21 3068
574 [자유글] 종일반에 들고 싶은 마음 [4] 루가맘 2016-02-24 3067
573 [살림] 살림에 도움이 될것 같아 적어봐요 인터넷 쇼핑몰 싸게 이용하기! image cksdnwjs1 2015-12-23 3065
572 [자유글] 안녕하세요? [5] third17 2014-01-08 3065
571 [책읽는부모] <우리 어떤 놀이 할까?> 숲 체험 동시집을 읽고 imagefile 고려교장 2018-10-17 3063
570 [책읽는부모] [놀이의 과학]을 읽고서... imagefile [2] 푸르메 2016-08-01 3059
569 [책읽는부모] [함께 책읽기 프로젝트] 다시 시작해볼까요? [7] 난엄마다 2015-06-16 3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