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업체, 누리집에 동의없이 280여만건 공개
성별 등 민감정보 악용 우려…복지부 “의료법 위반”


한 태아 초음파 동영상 서비스 업체가 부모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성별과 기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태아의 초음파 동영상(사진)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도록 누리집에 공개해 온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업체는 2003년부터 태아 초음파 동영상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메디엔비즈로, 전국 출산 병원의 70%가 넘는 300여개 병원과 제휴를 맺고 있는 업계 1위 회사다. <한겨레>가 이 업체의 누리집 ‘세이베베’(www.saybebe.com)를 확인해보니, 지난 2일까지 산모의 이름·출생연도·출산 병원 등이 명시된 회원 40만명의 태아 초음파 동영상 282만여건이 공개돼 있어,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나 손쉽게 이들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누리집에는 산모 한 명당 대여섯 개씩의 정밀 초음파 영상과 3차원 초음파 영상이 올라와 있어,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의사가 태아의 기형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몸 구석구석을 살피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산모들은 자기 아이의 초음파 동영상을 누리집에서 보고, 출산·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세이베베에 회원 등록을 했는데, 이 업체는 회원들의 동의도 얻지 않고 동영상을 공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 관계자는 “회원으로 가입할 때 영상 공개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은 지난 10월부터였다”며 “하지만 회원 가입 후에 영상을 비공개로 바꿀 수 있도록 해놓아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모들은 업체에서 제공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가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누리집에 자기 아이의 초음파 동영상이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이 업체 회원인 산모 박아무개(29)씨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돼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수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매우 나쁘다”며 “내 아이의 정보가 이렇게 공개된다는 걸 알았다면 이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한 대형 산부인과 관계자는 “업체 누리집은 업체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영상을 공개하고 있었는지 몰랐다”며 “가입할 때 영상이 어떻게 공개되는지 회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라고 업체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초음파 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될 경우 악용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백은정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사는 “초음파 동영상은 태아의 성별과 기형 유무, 산모의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의료정보”라며 “불법 성감별 등에 이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형원 보건복지부 주무관은 “이 업체가 진료기록의 일부인 초음파 동영상을 제3자에게 공개한 것은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한겨레>의 취재가 시작된 지 하루 만인 지난 3일부터 태아 초음파 동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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