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에서 처음에 신순화 님이 쓴 글을 읽고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그렇구나 내가 원했던 삶이 이거였어 하면서 연신 감탄에 감탄을 자아냈다. 조산원과 집에서 아이를 낳은 이야기를 읽고는 아기 낳는 것보다 생살이 쓸리도록 헤집는 의사와 간호사의 손이 무서웠던 출산의 경험이 기억나 나는 왜 더 현명하지 못했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도 했다. 소소한 아이들의 일상에 아이 하나 낳고 둘째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절로절로 흔드는 나를 반성하기도 많이 했다. 

그리고 이 책을 받았다.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막상 책을 받고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읽고 나면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지난 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에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만 하나 될 줄 알았는데, 아기가 더 크기 전에 졸업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교수님과 남편의 제안을 받아 들여 휴학하려던 마음을 접었다. 일주일에 아홉시간 수업을 듣기로 했다. 

어머니는 신이 나신 듯 했다. 모유수유한다고 내내 아이와 붙어지내는 나에게 내심 섭섭함이 계셨던 모양이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분유와 혼합 수유가 결정됐다. 이제 제법 젖맛을 알아가던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니 아이는 맹렬히 거부했다. 어머니는 다 겪어야 될 과정이라고 하시고 나는 옆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오늘 나의 네시간의 외출을 위해 어머니는 두 번이나 분유를 먹이셨다. 앞으로도 하루에 두 번은 꼭 분유를 먹여야 한다고 하셨다. 외출이 싫어진다. 

오늘 전에 일하던 자리를 또 제안 받았다. 그나마 조금 줄여 일주일에 열 시간이다. 경력도 돈도 아쉬운 데다가 오늘 처음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보니 어찌나 즐겁고 재미난지 내가 왜 이 즐거움을 포기하고 살아야하나 싶었다. 그런데 외출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 신이는 하루종일 분유만 먹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퉁퉁 불어서 수박만해진 가슴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는 방금 분유를 먹었다고 했다. 어머니의 눈치를 봐가며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배 부를 텐데 아이는 엄마젖을 알아봐 주고 빨아줬다. 잠깐이지만 이게 행복이다 싶었다. 


젖을 물리면서 드디어 책을 읽을 때가 됐다는 것을 알았다. 단숨에 다 읽어내려갔다. 불편한 진실이었다. 3년까지는 아이에게서 떨어지지 말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이 그득했다. 종이기저귀를 쓰면 아이의 똥오줌이 오물이 된다는 말, 신생아 황달은 햇살 목욕으로 자연치유하게 도와야한다는 말,  아이들이 일에 부모를 뺏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 예방접종 약 안에 무시무시한 것들이 많이 들어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맞추는 부모들이 많다는 말... 하나같이 나를 바늘처럼 쪼아대었다. 

  

읽고 또 다시 읽었다. 부럽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나도 세 아이의 엄마이고 싶다. 내 아이에게 종이기저귀 대신 천기저귀를 쓰게 해주고, 숲 속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고, 하루종일 살 부비면 같이 있어주고, 대안학교 교육을 지원해주는 엄마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아이에게 못다한 내 꿈에 대해 얘기하며 웃을 수 있을까. 


나의 엄마는 나 때문에 학업을 접으셨다. 그때 아빠는 엄마에게 나를 낳고 다시 학교에 가라고 하셨단다. 하지만 엄마는 그후로 삼십년이 되도록 그토록 소원하던 학교에 가시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학교를 꿈꾸지 않으시게 되었다.  엄마는 아직도 가끔 그런 얘기를 하신다.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는. 나는 엄마가 그 얘기를 하실 때마다 죄송함을 느끼곤 했다. 고마움보다 죄송함이 앞섰다. 

두려움 없는 엄마가 되려고 했는데 오늘 나는 더 많이 두려워졌다.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워서 다시 또 책을 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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