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 한 톨 먹자고

자유글 조회수 4339 추천수 0 2014.10.19 05:38:17

천지는 가을로 가득하고 가을은 일거리로 가득하다. 수수며 조는 베어야하고 땅콩과 고구마는 캐야하고 참깨 들깨는 묶어 말려 털어야하는데 따야할 사과며 고추는 여전히 조롱조롱이다. '베고 캐고 따고 묶고 털고 말리고'는 기본이고 '옮기고 싣고 내리고 펴고 널고 뒤집고 모으고 담고 쌓고'는 옵션.

 

그리고 특이하게 '날리고'가 있다. 참깨는 진작 베어 묶어 옮겨 말려 털었는데 '참깨를 털면서' 느끼는 쾌감이란 세상에 다시 없는 것이어서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착각하게도 되지만 세상에 '솨아솨아'한 게 어디있나. '철푸덕철푸덕' 아니면 '허우적허우적'이지. 알면서도 참깨 터는 일은 신나고 즐거워서 정신없이 막대기질을 하다보면 꼬투리며 이파리까지 털리기 마련.

 

꼬투리, 이파리, 쭉정이가 마구 섞인 검부러기 더미에서 깨를 골라내자면 성긴 채에 검부러기 더미를 올려 뒤적여야 한다. 뒤적이면 채 아래로 깨가 떨어지는데 깨보다 티끌이 더 많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 '날리고'가 필요한 건 바로 이때다.

 

선풍기 바람에 티끌 섞인 깨를 '날리면' 잘 여문 깨는 앞쪽에 떨어지고 쭉정이며 티끌은 저 멀리 떨어진다. 예전에는 이걸 두고 '부뚜질'이라 했다지. '부뚜'라는 좁고 긴 멍석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바람을 일으켜 티끌을 날렸다는데 '풍구'조차 골동품이 된 시대에도 '날려서' 깨를 고르는 방법은 '부뚜질' 시절이나 '선풍기질' 시절이나 변함이 없다. 생각해보니 봄부터 '심고, 가꾸고, 베고, 묶고, 옮기고, 말리고, 털고, 날리고'하는 이 모든 수고가 다 깨 한 톨 먹자고 하는 짓이어서 들어간 품이며 깨값을 따져보니 '이깟 깨 한 되 사먹고 말지' 싶은데 깨를 '날리는' 일에 열심이던 오마니 한 말씀.

 

- 사먹는 깨는 다 중국산이여.

 

-농부 통신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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