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조의 사간 옥천 조덕인 선생은 유배를 마치고 이곳에 내려와 산림과 수석에 마음을 붙이고 사미정을 지어 원근의 후학들에게 강학하기를 일삼으셨으되 3백년 뒤의 후생들은 농사일을 작파하고 아침부터 사미정 아래 솥 걸고 고기 잡고 술추렴에 바쁘더라.

봉화군 법전면 척곡2리 청년회 부녀회는 평소 이웃집 저녁 밥상에 무슨 찬이 오르는지 뻔히 아는 처지임에도 굳이 단합대회를 도모하였던 바 대회를 핑계하고 하루 놀 궁리에는 이견이 없었던 게지.

일찌기 신경림 시인은 노래 하셨지.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 볕은 뜨겁고 등에 진 예초기가 등가죽에 붙어 어쩌자고 농사를 업 삼았나 예초기를 팽개치고 싶다가도 그래 저 형님네는 트랙터도 못들어가는 맹지밭 닷마지기 무논 서마지기. 형님네 보니 내 농사 두고 앓는 소리 민망할세라. 사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 못난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를 위로하나니

- 전국노래자랑이 봉화에 온다니더.
- 그러면 부녀회 총무님이 대표로 나가셔야지.
- 아이고 나는 못해요.
- 백댄서는 청년회가 책임진다니까.
- 나가기만하면 인기상은 따논 당상인데.
- 상금이 50만원이라던가.
- 나가기는 싫지만 그렇다면 아무래도 트로트가 낫겠지요?

일 되어가는 꼴이 송해 어르신 앞에서 평균 연령 50세인 '청년회'원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에 맞춰 백댄서를 하게 생겼는데 그래 까짓거 못할 게 무어랴 사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는 늘 지금이고 지금 여기는 못난 이들끼리의 망중한.

- 농부 통신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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