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우렁각시가?


된장택배가 왔는데 물이 흐르고 있으니 빨리 찾아가란 연락.
아침 운동중에 급하게 가서 찾아왔더니 아니 이게 웬 갖가지 음식들!

스티로폼 박스에 봉지 봉지 많이도 담겨있다.

 

오호라, 예고도 없이 찾아온 정성스러운 대박! 같으니라고!  

장어,낙지볶음,곰국, 깻잎과 오이 짱아치,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밑반찬....!

음식의 양과 이 많은 음식을 해내느라 흘렸을 그 누군가의 땀방울에 울컥-

눈물이 방울방울 흐릅니다. 아...정말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더운 날씨를 이기며 우리집에 도착하느라 얼음주머니는 다 녹았고,

국물 봉지 몇 개는 다 터져서 스티로폼 박스 밑바닥을 찢어놓았고,

흥건히 젖어 있어서 화장실에 풀어놓고 냄새 진동하는 속에서 해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한껏 감동에 젖어서..

눈물 방울 흩날리며(진짜) 박스해체 다 끝내고

진하게 우려진 듯한 도가니 곰국을 다시 끓이며..생각하니...

 

흐음..예고도 없이... 누가 보냈지?
혹 울어머니가 나 아팠다고 몰래 보내셨나?

왠지 스물스물 올라오는 비겁한 의심을 애써 누르며, 전화를 이쪽저쪽 돌려봅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 가짓수를 보아하니 아하!

1. 시어머니

"어머니~ 뭐 보내셨죠! (애고 담아 아잉~거리며)"

"아니다."

흠...생전 뭐 보내주신 적 없으셔서 이제야 이쁨받나 했는데.. 아니었구나....

 

2, 친정엄마

"엄마..이거 엄마 음식맛은 아닌데 혹시 나한테 머 보냈어?"

"아니~~ 내가 뭘?"

그렇지..뭐 보내시면 먼저 전화주셨고, 꼭 우체국 당일특송 이용하셨으니까....

 

어라..뭐...뭐지?

아...결국 배달사고인걸로~ ㅡㅡ+

주소도 잘못 쓰셨고, 송장도 터진 국물봉지 덕분에 싹 지워졌고..

여러모로 제 멘탈에 붕괴를 안길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도착했던 택배였던 것이었습니다!!!!


다시 음식을 비닐에 쌉니다.
아...빠직!분루가 흐르는 듯..
저 끓고 있는 곰국이 다 식으면 다시 비닐에 싸는 작업을 해아하나 냄비째 줘야하나 심각하게 고민됐습니다.

 

재활용될 쓰레기류는 이미 후딱 치워놓았고,
화장실은 상자안에서 터진 국물냄새가 진동중이고..

담았던 그릇은 설거지통에 수북..(누군지는 몰라도 쫌만 보내지!)

나 지금 한시간 반동안 멀 한거야??

 

멘탈이 산산조각이 났네요 ㅋㅋ

다른 집에 온 우렁각시였는데 제 건줄 착각했던 겁니다.

뭐 외부요인에 의한 배달 사고이긴 했지만, 오해사기 싫어서

다시 비닐 봉투에 예쁘게 싸고.. 얼음 주머니 다시 얼려드리고.. 오해사기 싫어 손편지까지 쓰고..

쨌든 우렁각시의 택배는 제 주인을 찾아갔습니다만,

결국은 의미를 상실한 제 눈물과, 다시 패킹하느라 점심도 못먹고 흘러버린 시간들이

갑자기 너무 아깝고, 웃기고 그렇습니다. ㅋ...

 

흔하디 흔한 택배 사고인데, SNS에 올렸더니 제 지인들은 웃고 난리가 났습니다.

심각해서 울컥해서 쓴 글이 오늘 하루 제 지인들을 웃겼네요.

 

아...

정성이 담긴 택배는 꼭 주의해서 보냅시다.. 엉뚱한 사람 울리지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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