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은 나은공주와 함께 문화센터에 가는 날입니다. 딸래미때문에 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저한테는 문화센터에 가는게 꼭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그 많은 엄마들 사이에 끼어있는 유일한 남정네이기 때문이죠. 뭐 한번정도 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서 아빠가 대신 오는거야 이상하지 않더라도 매주마다 아빠가 애기 손잡고 오는 것이 강사나 엄마들한테는 저 집 구석에는 뭔가 사연이라도 있는가 생각되는 모양입니다. 그런 눈초리가 아무래도 부담스럽군요...-.-
강사가 일명 "가제트 아저씨"라는 젊은 총각인데 나은공주한테 손 흔들며 인사하면서 "아빠가 같이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혹시 아버님은 자영업하시나요?"라고 묻더군요. 강사의 그 말에 주변 엄마들의 시선 집중.
솔직히 자영업하는 사람도 낮에 돈벌어야지 벌건 대낮에 딸래미랑 문화센터에 올 시간이 있겠습니까.. 차마 "아저씨 백수에요?"라고 묻지 못하고 돌려 묻는 그런 느낌...-- 하긴 요즘 와이프가 돈 벌고 남편이 전업주부를 하는 케이스가 있다고 하니 일단 그런 선입견부터 생기나 봅니다.
"아뇨. 육아휴직중입니다." 라고 대답하자, 옆의 엄마가 "직장 좋네요. 어디 다니시나요?"라고 묻습니다. "일반 직장인입니다"라고 대답하니 "그 직장 정말 좋네요."라고 말합니다.
글쎄, 평소에 제가 다니는 직장이 특별히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고 또 직장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한 것도 제가 1호이니... 유례가 없다느니 용감하다느니 딴 꿍꿍이가 있는게 아니냐느니 이런 소리도 들은지라.. 물론 육아휴직을 내고 싶어도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직장들이 태반인 현실에서 뒤에서 뭐라고 한들 일단 육아휴직을 용인해 준 것만으로도 좋은 직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제 직장에서도 승진에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서 여직원들조차도 출산휴가만 쓰고 아기는 다른 곳에 맡긴채 바로 복직하는 케이스도 많이 있습니다. 하물며 남자들이 육아를 위해 휴직을 한다는 것은 거의 상상도 못할 일이죠. 제가 생각해도 용감했다기보다 아예 이런저런 생각자체를 안 했던 것같습니다.
그러나 얻는게 있다면 잃는게 있고 잃는게 있는만큼 얻는게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죠. 어느 누구도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생이 마치 제로섬게임같은 느낌도 듭니다. 직장에서 출세하고 성공하겠다면 다른 것을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로 인해 돈과 명예를 얻었다한들 가정을 등한시함으로서 나중에는 자신에게 남는 것은 돈뿐이겠죠.
딸래미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고 제가 육아휴직을 선택한 것은 태어나서 만3세까지 부모와의 유대감의 형성, 특히 아빠의 역할이 자녀가 커서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에 선택한 것입니다.
육아휴직을 막 시작했을때 집사람은 집에 오는 몬테소리 선생님이나 문화센터, 단골병원은 물론 주변사람들한테 "우리 신랑은 육아휴직중이여요"라고 사방팔방에 홍보를 하고 다녔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백수로 오인받을까 싶어서 말이죠.
평일날 낮에 딸래미를 캐리어에 둘려매고 나다니면 "백수"로 오인받지 않을까 괜히 신경쓰이기도 합니다. 무슨 남자가 할 일이 없어서 애나 보고 있을까 이런 시선들... 그래도 딸래미만 잘 커주면 좋겠습니다.^^ 그 바램 하나뿐이죠.
저 경계심 어린 눈초리... 여전히 이 무서운 아저씨한테 경계심을 풀지 않는 나은공주이지만 확실히 오늘은 지난주에 비해 반응이 많이 달라졌네요. 지난주에는 손등에 도장만 찍어줘도 울고불고 난리였는데 이번주는 지가 손을 내밉니다. 조금씩 익숙해지나 봅니다. 나은공주가 눈썰미는 제법 있는 것같습니다. 특히 처음 보는 사람을 뚫어지게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
주변 아이들이 나은공주랑 같은 또래도 있지만 제법 큰 아이도 있습니다. 저렇게 낯가림은 고사하고 지 혼자 신이 나서 앞에서 춤추는 있는가 하면(저건 저것대로 곤란하지만.. 수업에는 관심이 없으니) 수업시간내내 울고불고 하는 아이도 있네요. 솔직히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 팬더아빠와 울컥증 딸래미의 알콩달콩 육아블로그를 운영중입니다. 많은 방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