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모>를 읽은 내내 마음 한 구석이 콕콕 쑤셨다. 상담 사례에 나온 이야기들이 나의 부모님과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모이면서도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인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모가 되고서도 마음이 먹먹했던 이유,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하나 막막했던 이유...사실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대한민국 부모>에서 대학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교육의 현실로 인해 아이들이 상처받고, 부모들이 상처받고, 가족들이 상처받고 있으며 이 문제는 너무나 교묘히 사회 전체에 퍼져있어 모두가 아파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대학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아이를 몰아치다가는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있으며, 망쳐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아이교육'에만 목매달다가는 가정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나는 수능시험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캐나다 이민길에 올랐다. 대기업 임원까지 올랐던 아버지는 십수년 해외 현장만 떠돌던 삶에 지치셨고, 자식들 교육에 캐나다 만큼 좋은 것을 없다고 일명 '이민병'을 앓고 계셨다. 또 다른 삶을 살아보자고 우리 가족을 꼬드기셨다.

 

몇 달만 더 견디면 대학생이 될 수 있었을텐데, 난 캐나다 고등학교에서 2년을 더 다니다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공부다운 공부를 할 수 있겠다는 내 환상을 깼던 것은 '영어'의 벽.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모인 경영학과 수업에 들어가면 주눅이 들어 가슴이 먹먹하고 불안했으며 졸업할 일이 걱정이 되었더랬다. 소심하던 남동생은 같은 반 친구에게 놀림을 당하다가 교내 폭력으로 이어져 학교를 옮겨야 했고, 그때 받은 상처 때문인지 사춘기의 불안함 때문인지 우울증이 심해서 치료와 상담을 받아야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라를 바꿨으나, 성적지향에 대한 패러다임은 바꾸지 못했고, 20대를 그냥 저냥 유예하듯 보냈던 것이다. 중1때부터 대학입시에 올인했던 삶이 었으니, 막상 대학에 들어가니 심신이 지쳤던 것.

 

20대를 허송세월했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구구단을 4학년이 되도록 못외워서 초등학생 때 '바보'소리를 들으며 학교를 다녔다 한다. 그러다 대학에서 영어공부에 푹 빠져서 대학원을 그쪽으로 진학했고, 직업도 영어쪽이며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다. 흔히 말하는 아이비리그 출신, 국내 명문대 출신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해외에서 몇 년씩 공부하고 돌아온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형편없음을 한탄하고, 또 '생각없이' 키워진 아이들을 보며, 숟가락으로 모두 떠먹여야 하는 학생들을 보며 갑갑해한다.  실제로 학원 상담도 부모님이 찾아내서 학생과 같이 오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애가 학원에 출석을 잘하는지 알려달라는 부모님도 있다. 남편은 자기가 공부하고 싶어서 때 되서 하는 공부의 맛을 알기 때문에 학교 시스템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며, 특히 조기교육에 굉장히 비판적이다. 

 

말이 느리다고 걱정했던 첫애는 29개월 즈음 어린이집에 들어가더니 말문이 트여 요즘은 못하는 말이 없다. '가정식 어린이집에서 대 여섯 시간을 보내는 아이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는 없을까'가 나의 요즘 관심사다.   특별활동 교육보다는 '놀이' 위주로 자연에서 뛰놀게 한다는 주변의 공동육아공동체를 알아보고,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 공부를 해볼까 생각중이었는데, <대한민국 부모>는 부모도 공부다운 공부를 해야 하며, 자기만의 삶의 기준을 가지라, 삶의 품위를 지키자, 아이들의 '살아 있음'을 인정하자 등등의 제안을 해준다.

 

또한 '부모의 책임은 사회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제 부모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각도 필요하지만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시스템은 양육과 교육이 부모 개인만이 아닌 사회 공동체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가치를 지지하는 시스템이다. 적어도 미래 세대를 키워내는 양육과 교육과 보건은 사회와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의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인간을 키우는 것이 부모만의 염려와 책임이 아니어야 한다.

부모노릇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아이가 쑥쑥 성장하듯이, 내 마음과 역량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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