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아이들의 2주간의 겨울방학을 바쁘게 보내고, 한숨돌리고 보니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예전엔 새해를 설레게 맞이한 적도 많았는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감흥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커가는 속도는 너무 빠르고, 나는 정지된 느낌이랄까? 며칠전 생일을 맞이한 연년생 언니는 "우리 나이 왜 이렇게 많은거야?"라며 푸념을 한다. 그러고나서 내 나이를 되돌아보곤 놀랐다. 어머나!!! 나이 감각이 둔해진 걸까? 30을 지나면서 지금까지의 필름을 되돌려보면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뭔가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것 같다. 2008년에서 2015년 현재로.
아이를 낳고, 육아의 전성기를 보냈던 그 시간들이 이렇게 한순간에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내 품에 안긴 아기를 보는 순간부터 오로지 나에게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하는 아기와의 시간들이 때로는 너무 무거운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다가와서 괴롭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로 인해 부모됨의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가고 깨우쳐 갈 수 있었고, 아이로 인해 인내심의 한계도 느껴보고, 내 욕심을 내려 놓기도 하고, 결단과 용기를 내어보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울고 웃고 설레고 기뻐하고 속상해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안도하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행복해했던 그 많은 순간들을 거쳐 지금 여기까지 왔다. 이제 자기 발로 걷고 뛰고, 밥도 먹고, 의사표현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책도 읽고, 자전거도 혼자 타고, 정리정돈도 하고, 더 나아가 이제는 엄마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집안일을 도와주기도 하는, 그런 '인간'이 되었다. 아, 바로 이런거였구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아마도 그 치열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순간'으로 느껴지는 건, 아기였던 아이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였지 싶다. 내 눈 앞엔 이제 엄마의 손길이 100% 필요했던 아기가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두 '아이'가 함께 하고 있으니.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 정말 맞다.
<토토로네 딸들의 2015년 달력>
올해는 2015년 달력을 마련하면서 아이들도 하나씩 사주었다. 각자의 취향대로 토토로네 큰딸은 색칠하기 달력, 토토로네 둘째딸은 공주달력을 골랐다. 요즘 토토로네 둘째 딸이 부쩍 날짜에 관심이 많다. "내 생일은 몇 밤만 자면 되요?","오늘은 무슨 요일이에요?","몇일에 학교가요?"라며 묻는다. 그래서 이참에 달력을 보여주면서 이야기해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달력을 받아든 두 딸들은 신나게 가족들의 생일을 물어보고 적어둔다. 친척들의 생일까지 적고나서는 달마다 있는 공휴일들을 찾아본다. 엄마의 달력에는 뭐가 적혀있나 유심히 살펴보던 토토로네 큰딸이 "우와! 엄마는 정말 할 일이 많구나!"하며 놀라워한다. 스마트 폰보다는 탁상 달력이 더 편한 엄마의 달력에는 가족들의 생일, 부모님 생신, 집안의 행사들, 한국의 명절, 또 아이들 학교 행사, 약속 등이 색깔을 달리해서 표시되어 있다. 나는 때때로 모아둔 예전 달력들을 한번씩 들쳐보는데, 아, 이때 내가 이런 것들을 하고 살았구나! 하는 솔솔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다. 2015년의 달력에는 어떤 일들로 또 가득 채워질까? 내 달력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달력 속에는 어떤 약속과 일들이 적혀질까? 또 어떤 날을 우리 가족들은 손꼽아 기다릴까? 멀리 있어 찾아뵙지 못하는 부모님들의 생신과 한국 명절을 어떻게 기념하면 좋을까? 달력에 중요한 날들을 표시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올해는 나만의 다이어트 5kg 달성, 영어시험 D-day도 조심스럽게 적해본다 ^^;
새 달력에 모든 것을 담아두지는 못하겠지만, 올해는 조금은 천천히, 주변을 좀더 돌아보면서, 나 자신도 되돌아보며,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두 딸들과 풍성하게 채워보고 싶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엄마와 딸로, 때로는 언니와 친구처럼 그렇게 많은 것들을 함께 하며 추억을 쌓아가고 싶다. 그렇게 후회없이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나로 살기. 2015년 나의 소망이다. 베이비트리 가족분들의 새 달력에도 소망과 기대가 가득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