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써 보내는 탄생 축하시
/ 이어령
아기야
이제 온 우리 아기야.
너 어느 먼 별에서 찾아왔느냐.
넓은 지구 하고많은 나라 모두 다 뿌리치고
엄마 아빠 찾아 아장아장 걸어왔느냐
한국이 그리 좋아 보이더냐,
대궐 같은 집 저리 많은데
초가삼간 이집이
네 마음에 들었느냐.
너의 작은 손가락 걸고
맹세한다. 우리 아가야.
네가 자랄 따뜻한 집을
꼭 만들어줄게.
마음 놓고 뛰어다닐 놀이터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줄게.
"우리나라 좋은 나라"
백번이고 천번이고 외쳐도 될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나라를 만들어줄게.
네가 마실 물 네가 숨 쉴 공기가
이래서야 되겠느냐.
엄마 아빠가 네 이웃이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게
호루라기를 불 연습도 한다.
아가야, 우리 동이야
어둠 속 헤치고 왔느냐.
빛을 타고 왔느냐.
네가 울며 태어날 때
반갑다, 사랑한다.
우리는 웃으며 손뼉을 쳤다.
엄마의 살 아빠의 뼈
그리고 대한민구 반만년의 역사로
오늘
너를 맞는다.
사랑의 이름으로
생명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이어령 지음(열림원)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