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다. 세 아이와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창너머로 풀벌레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한 여름에는 저 건너 무논에 개구리 소리 듣곤했는데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자니 가을이 성큼 다가왔구나싶다.
매일 잠자리 잡기가 일상이 된 현, 준이는 오늘 고추 잠자리를 잡았다. 두 동생들은 이미 곤히 잠들었는데, 여섯살 첫째는 엄마 깜깜한 밤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더 잘 들린다며 달빛이 비치는 창가에 한참 서 있다 잠을 청했다.
광복절....
국지성 폭우로 동네 어귀 교량이 잠수 위기였다. 지난 월요일 새벽 태안에 400mm이상 물 난리가 났을때는 바로 아래 무창포 해수욕장 해변가에 있는 숙소에 묵으면서 마음조리며 잠을 청하기도 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감당하기 어려울법한 우리 집 지붕이다. 빗소리에 지붕이 구멍 날 것만 같다.
현이는 비가 내린 덕에 낮잠 자기 전에 휴스턴 동물원 여우원숭이...DVD를 볼 수 있었다. 달게 자고는 밖으로 나가 놀기에 엄청난 비라는 것을 이미 알고 빵 만들기를 제안하는 여섯살이다. 지난 겨울 매 주 만들다시피했던 빵, 과자 만들기에 노련한 손놀림으로 임했다. 성민이 수유하는 동안 부지런히 준비하는 소리가 주방에서 들린다. 히죽 웃음이 나온다.
저 나름의 생각대로...
계량스푼의 크기가 다르다며 종알 종알...
어디서 찾았는지 세탁해 놓고는 자취를 감춘 앞치마를 용케도 찾아와 입고 대기 중이다.
급하게 빵만들기 할땐 파운드 케익 믹스를 하나 있음 요긴하게 쓰인다. 계란 세개, 현미유~정말 생협 사랑해~비가 억수 같이 와도 배달온다.
현이는 계란 두개, 준이는 한개 깨뜨려 넣었다.
저 몫을 원하는 현, 준이다.
디지털 저울에 나온 숫자와 요리 책에 나온 숫자를 하나씩 더듬 읽으면서 계량하기도 하는 현이다.
처음 쿠키만들기를 할때는 전 날 미리 반죽을 만들어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저 하고 싶을때 한 덩어리씩 내어 조물조물 주무르고 밀대로 밀어 저 좋아하는 쿠키틀을 찍어 굽는 과정만으로도 즐거워했다.
어떤 날은 주의를 해야하는 현미유는 현이가 이스트를 넣는 것은 준이가 나누어서 하기도 하고, 또 어떤날은 미리 계란을 깨어 각각 그릇에 담아 주면 각각 제 몫을 붓는 일을 참여하기도 했다. 가능하면 현, 준이가 할 수 있도록 다시 생각하고 배려하기를 노력했고 지금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현미유 100ml씩 볼에 붓는다.
저 형처럼 똑같은 분량을 요구하는 아이다.
낮잠자고 깨서는 한참을 트집을 잡았던 둘째 준이다. 그냥 막 속상해서 울었단다.
뭐든 제 손으로 하는 일이라면 행복하다.
저 동생 잘 저어라고 커다란 그릇 꼭 잡아주는 배려도 잊지 않는 첫째다. .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아도 되니 내 감히 첫째의 마음을 다 헤아릴까싶다
엄마 난 곰 빵 만들래.
실리콘 붓 내어 현미유로 틀 표면 열심히 발라주는 두 아들이다.
걸쭉한 농도를 열심히 즐긴다. 한 두방울 흘리면 물기 꼭 짠 행주 몇 개 내어놓으면 그만이니 그저 바라만 본다. 오 호 세상에 요런 재미가 다 있을까싶다.
175도 45분 완성이다.
그 동안 기분 좋아졌다.
한없이 말이 잘 통하는가하면 한 없이 트집 잡는다. 나 역시 한없이 말 건네고 이야기하며 저 스스로 풀도록 돕는다. 낮잠 자기 전에 즐거웠던 일이나 있었던 일, 며칠전 즐거웠던 일등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등을 목이 아프도록 이야기 하고 또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풀어진다. 간혹 소변을 보고 싶은 위기에는 트집의 강도가 달라진다. 살짝 화장실로 데리고 가거나 화장실 다녀오라는 말하면 상황은 쉽게 종료되기도 한다.
외출하다보면 간혹 사탕이나 음식 혹은 장난감으로 달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아이가 운다는 것은 또 하나의 표현이다. 원하는 메세지를 파악하고 마음 읽어주기에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뜨거우니깐 엄마가 도와줄게.
어 괜찮아 나도 장갑있거든.
엄마 뜨거우니깐 천천히 조심해라.
난 수유부인데요.
저녁은 밥으로 부탁해요.
오늘 저녁밥이 될 줄이야...그 날 밤 나는 홀로 저녁밥 2차 먹었다.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