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라면 두말할 것없이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부지런히 다녀왔다. 작년까지만해도 매달 빠짐없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하는 서울시향 공연을 다닌 덕분에 연말 마지막 공연때 정명훈 지휘 구스타프 말러 cd를 현, 준, 내가 무대에 나가 받기도 했다. 무료 공연을 열심히 찾아 다닌 덕분에 다섯 되던 해에 두현이는 첼로를 배우게 된 계기도 되었다.

 

지난 주 내내 사소한 사건들로 온 집안이 병치레를 치루었다. 백일 채 되지 않은 셋째 아이를 온 종일 젖 먹인다고 끼고 있으니 여섯살 두현이가 몸살이 났다. 저 놀고 싶을때 마당이며 농장을 뛰어 다니긴하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으니 늘 시비가 생겨 벌어진 일이라 생각해 그이가 해결책으로 내어 놓은것이 주말이면 저 가고픈 동물원이고, 과학관 열심히 다니자는 것이였다.

 

오전에는 블로그 통해 알게 된 이웃이 우리집으로 놀러 오기로 했건만  갑작스레 출근한 그이가 없었다. 셋 아이들과 손님을 맞이 하여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그래서 어린 성민이 젖부터 충분히 먹였다. 아침으로 땅콩죽 맛나게 먹고는 거실 정리도 나름하는 두현이다. 누군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으로 설레이는 우리 가족이다. 마당에서 실컷 놀았는지 언제쯤 오느냐 조금 더 기다려야되나 몇 번을 묻곤했다.

민준이는 어제 밤 우리 부부가 만든 모빌을 저도 만들겠다며 저 형따라 놀지도 않고 열심히 만들었다. 평소처럼 있는대로 하는대로 했다. 서재를 오가며 모빌만들재료들을 찾아와 하나씩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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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돌 지난 비취네를 맞이하여 집 안 구석 구석을 소개하며 바삐 오가는 현, 준이다. 아이 키우는 데 있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우리 집 이런 저런 이야기에 귀 기우리곤 하며 궁금했던 것들을 물고 답하며 오전을 보냈다. 일손이 부족해 그리 거창한 음식은 아니지만 손수 만든 스파게띠와 야채로 점심 대접하고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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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 낳아 서울 오가는 것이 어렵게 되어 잠시 쉬던 첼로 레슨을 이제는 시작하고싶다며 제 마음을 담아 내게 전했다. 시골이라 집까지 오셔 레슨하시는 선생님이 드물었다. 겨우 만나게 뵙게 되었다. 바쁜 일과 중에 미리 약속한터라 두시경에는 첼로 선생님이 오셨다.

일년 남짓 익혔던 악보를 보며 더듬 더듬 ♬작은별을 연주했다. 며칠 전 연주했던 것에 비해 더 차분하게 잘 했다. 낯설음과 설레임으로 만난 선생님이였다.

 

현, 준, 민이는 낮잠을 청했다. 세아이들 곁에서 나도 달게 한 숨 잤다. 시간이 많이 흐렸으면 어쩌지하며 눈을 번쩍 떠 시계부터 봤다.

 

온 종일 쫑쫑 걸음 걸으며 바빴다. 이 모든 것이 내가 하고 싶어 하니 즐겁다.

 

네시경, 네시쯤 고슬고슬 밥 지었다.
한가한 오후 구수한 밥 냄새가 좋다.

부지런히 챙겨갈 음식이며 도시락 내어놓았다. 아직도 서툴은 살림솜씨인지라 늘 바지런을 떨어야 한다. 유부초밥 만들어 4인분 나누어담고, 작고 작은 유정란 약한불에 15분 삶았다. 유비무환! 나들이 갈때 챙겨가려고 미리 사다둔 감말랭이도 냉동실서 내었다. 시원한 수박 반듯반듯 썰어 4인분 나누어 담으면서 두어개 맛보았다. 아~달다. 다섯통째 먹는 수박이다. 올핸 서른통쯤 먹을까싶다.

 

수박에 얽힌 이야기를 하자면 두현이가 막 돌을 지난 여름 땀을 콩죽같이 흘려 걱정이 되곤했었다. 첫 아이라 무엇이든 만들어가며 근심 걱정하며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명의라 찾았던 신촌역 근처 한의원. 나와 현이를 천천히 숨까지 고르며 잠시 쉬었다 진맥을 보자며 마음을 다독이는 이야기를 하셨다. 일주일에 삼일 정도 한의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나머지 날은 봉사 다니신다는 어르신이였다. 참 아름답게 나이를 드셨던 분이셨다. 곱디고우신 손으로 찬찬히 진맥을 보시더니 자식 키우는 애미가 잘 먹고 쉬엄쉬엄 쉬어가며 돌보아야하는 일이 먼저라셨다. 애미되어 본 심정을 당신도 알고 있으니 젊은 내게 다독여 내 마음까지 어루만져주신 고마운 분이셨다. 보약보다 더운 여름이니 수박을 아이와 둘이 앉아 실컷 먹으라시며 처방하셨다. 그리하여 우리 가족은 5월 수박이 나오기부터 장마전까지 부지런히 수박 먹는다.


현,준,민 여벌옷도 한 벌씩 챙겨 그이 베낭 한켠에 넣어두었다. 한강공원 들어서면서 아기엄마가 다가와 근처 옷 살곳 있냐며 묻는거보면 늘 챙겨다녀야지. 다짐해보았다. 공원 잔디밭에서 옷이 흠뻑 젖도록 실컷 뛰어 놀았다. 챙겨간 여벌옷 갈아입혀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 탔다. 젖은 채 차에 탔더라면 에어컨 찬 바람으로 감기 들기 일쑤였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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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갈 먹거리 식탁에 내어놓았다. 현, 준이는 저 몫을 잘도 찾아 각자에 가방에 넣어 챙겨들고 나왔다. 바지 갈아입고 숨 돌리기 무섭게 나와  성민이 충분히 젖 먹이면서 출발을 기다렸다. 네살배기 준이도 이제는 차 안에서 어떻게 지내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창밖 구경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 신나게 노래 부르기! 말놀이 하기...한 시간 반 남짓되는 거리를 달려 여의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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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준이의 자유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 어디쯤까지는 신나게 달려도 되는 것을 안다. 단 사람이 없을땐. 주차장이며 혼잡한 곳에서는 현, 준이 손을 잡고 다니길 부탁했다. 성민이 챙겨 다니는 애미를 돕는 일이자 저 형제 챙기는 일이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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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16 pm7:30 여의도 한강공원

 

실내악 보다 자유롭지만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을 두현이가 평했다.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공연을 즐길때면 늘 앞 자리에 앉아 어떻게 연주하는 지 어떤 몸짓을 하는지를 유심히 살펴가며 감상했다. 겨우 6시 반에 도착했으니 앞자리 차지는 말 할것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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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모습에 내 마음이 울컥해진다. 참 여린 애미다. 동생 나고 석달이 되고도 아직 저 마음 아파 달래느라 고생할텐데 잘 자라는 준이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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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즐기고 싶었다. 철없는 애미라 말해도 좋다.  넓은 하늘을 보며 익숙한 음들을 흥얼거리며 여름을 만끽했다. 뻥 뚫리는 기분. 내겐 좋은 약이 된다. 92일 성민이는 애미곁에 안겨 젖도 먹고 잠도 잤다. 겉옷 겹겹이 입고 혹여 바람 불까 가리며 젖 먹였다. 바깥이라 바람불면 젖을 어떻게 먹이지 고민했지 누가 볼까 부끄럽다 생각 안 했다. 나도 참 많이 변했다. 첫째 두현이만 해도 늘 구석진 자리에서 수유했다. 다시 생각하면 배고파 먹이는 젖인데 좀 더 당당할걸.

오케스트라 곡을 들었을때까지만해도 평온했던 민이였는데 뮤지컬배우 노래소리에 눈을 번쩍 떠 내내 있었다. 고민할 여지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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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어둑어둑해졌다. 집에 가고파를 노래불렀던 두현이 대신 민준이는 더 보고 가고싶단다. 다들 생각이 다르니 이런때에는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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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불꽃놀이가 있을거라는 멘트를 듣고 저도 기다려 보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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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로 화려하게 마무리 했다. 현, 준이는 난생처음 보는 불꽃놀이였다. 그것도  눈 앞에서 보았다. 어찌나 신이 났던지 큰소리도 내며 콩콩콩 뛰기도 했다. 나도 신났다. 불꽃이 터지는 하늘을 향해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모른다. 밀려오는 감동과 후련함을 느꼈다. 지난 주 내 마음 아팠던것이 다 나았다.

 

 

서울을 빠져나오면서 세아이들이 잠들었다. 곤히 자는 세 아이들을 한 명씩 차례로 집 안으로 안고 들어왔다. 그이가 현이 안고 있으면 나는 양말, 바지 벗기고 잠옷 갈아 입혔다. 그야말로 손발이 척척척 맞다. 온 몸이 땀 범벅이였는데 깨끗히 씻기려고 자는 아이를 깨우기보다 좀 지저분해도 편히 자도록 했다. 나도 많이 변했다.

밤....그이와의 담소

이런 저런 회사일 이야기....

왕따 하는 학교문화가 화두로 시작해 아이 스스로의 자생능력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애미가 아무리 아이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해도 또 다른 곳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것들을 하고 싶어하고 시도핸다.

어둑해진 한강공원 잔디에서 신나게 뛰어놀면서 비탈진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해 맑게 웃는 현, 준이다.

제 아무리 아비, 애미의 배려 속에 마음껏 한다고 해도 저 나름의 마음대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그이가 나를 깨워쳐주었다. 맞다. 미처 생각치 못했다. 집으로 가는 길 인도에 쳐진 펜스를 손으로 만지며 가기도 했다. 손이 새까맣게되어서야 새로운 경험을 맛 본 두 녀석들... 매일 집에서 뛰어 노는 현, 준이에게 새로운 경험이였을테다.

by. 네이버 블로그. 초록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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