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어머, 저게 뭐지?'하며 다가가보았다.
할아버지 한 분이 뚝딱뚝딱 망치질을 하시면서 예쁜 꽃마차를 만들고 계셨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여쭤보니 호주에서 오는 2살 된 외손주에게 줄 어린이날 선물이라고 하셨다.
수레의 앞에서 보는 사진이다.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수레 안에 아이가 앉을 의자도 있다.
수레의 뒷부분으로 어른이 잡고 밀 수 있는 손잡이가 있다.
할아버지께서 손잡이 부분을 고정하고 계셨는데 아직 미완성된 모습니다.
아마 이 길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저게 뭐지?'라고 했을거다.
흐믓한 표정으로 할아버지께 이것 저거 여쭤보았다.
수레를 만들기 위해 바퀴 네 개는 따로 사셨고 수레 몸통에 쓰인 나무 판자는
이사 가면서 내놓은 물건들을 재활용하신거라고 한다.
할아버지 솜씨가 보통이 아니셨다.
게다가 저 화사한 꽃을 보니 내가 아이였다면 "나도 태워줘!"라고,
아니 내 몸집이 작다면 나도 타보고 싶었다.
바람이 부는 약간 서늘한 날씨에도 망치질을 하시는 할아버지 얼굴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꽃수레 만드시는 할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손재주가 좋으셨던 아버지가 어릴 적 만들어주신 구루마('수레'의 잘못된 표현).
네 다섯살이 탈 정도의 작은 울아빠가 만들어준 구루마가 생각난다.
찍어놓은 사진이 없어 아쉽지만 머릿속에서는 그 수레가 아직도 그려진다.
아마 할아버지의 외손주는 예쁜 꽃수레를 타고 신나하겠지.
나도 어렸을 때 아빠가 만들어 주신 수레를 타고 신나했겠지라고 떠올리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 아이들에게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뜨개질을 배워 아이 조끼며 귀마개며 이것저것 떠주고도 싶고
재봉틀을 배워 아이 예쁜 원피스도 만들어 주고 싶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뚝딱뚝딱 수레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행동에 옮길 생각은 못하고 지금은 마음뿐이다.
주변에 아는 분은 요리하시는 걸 좋아하셔서 직접 만드신 음식 사진을 카스(카카오스토리)에
자주 올리시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는 것도 좋겠지.
이번 어린이날 선물로 첫째에겐 본인이 입고 싶어하는 원피스를 사주었다.
둘째에게는 딱지 한 상자를 사주었다.
매번 감질맛나게 딱지 하나씩을 사주다가 이번엔 맘 먹고 상자째 사주었다.
누나의 원피스 값에는 못미치지만 아이가 엄청 좋아했다.
그리고 새로 이사한 집에 있는 작은 텃밭에 해바라기를 함께 심기로 했다.
무언가를 가꿀 수 있다는 건 행복하다.
미리 토마토랑 상추, 고추, 가지 모종을 사서 심어놓았는데
아이들에게 물도 주게 하고 옮겨 심은 모종이 자라는 걸 아이들과 함께 지켜볼 생각을
하니 엄마로서 뿌듯하다.
어릴 때 부모님을 도와서 농사일을 해본 이후로 내 손으로 채소를 키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모님께, 또 주변에 물어보면서 잘 키워보고 싶다.
4월에 일이 많아서 아이들 책 읽어 주는 걸 소홀히 했었는데 다시 동화책도 자주 읽어주어야겠다.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잊지않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게 어쩌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어른들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만 많아져서는 안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세월호로 연결된다.
무엇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 또 한번 멈춰서 생각한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번 어린이날 다른 분들은 어떤 선물을 준비하셨는지 살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