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 따 놓은 운전 면허증을 다시 꺼낸 건 미국 오기 전입니다.

면허증을 따고 신난 딸의 시내 주행연습을 도와주시던 아버지께서 부주의로 제가 버스와 충돌할 뻔 한 이후로 "운전은 너랑 안 맞는 것 같다!"하셨지요.

그 후로 길치에 기계치인 저는 운전과의 인연을 끊었더랬습니다.

결혼을 하고 운전을 할 일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렸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속 편했으니까는요.

그런데 미국으로 신랑이 발령이 난 후 제일 먼저 준비해야하는 것이 '운전연습'이었습니다.

미국은 운전을 못하면 너무 답답해서 살수가 없다는 카페 엄마들의 말에 어쩔 수 없이 30시간 주행연습에 들어갔지요. 운전대를 잡던 첫날 제 손엔 땀이 가득, 가슴은 콩닥콩닥... 30시간 연습을 하였지만 아직 자신도 없고 불안하여 다시 30시간. 총 60시간의 주행연습을 한 후 미국으로 와서 평생 처음 제 차의 운전대를 드디어 잡았습니다. 그것도 큰 벤을 말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동네 운전은 식은 죽 먹기, 차는 제 발이 되었고, 운전은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오니 가장 큰 일 중의 하나가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주고, 또 태우고 오는 거더군요.

큰 아이의 공립학교에서는 스쿨버스를 운행하지만 아침엔 이용을 하더라도 귀가 땐 버스타는 시간이 길어서 제가 데리러 가고 있습니다. 작은 아이네 사립 프리스쿨은 당연히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와야하구요. 집과 가까운 곳으로 배정이 되기 때문에 학교들이 별로 멀지는 않습니다. 기껏해야 10분 거리에 있으니깐요. 하지만 아이가 둘이다보니 아침에 한번 왕복, 오후엔 귀가 시간 차이로 인해 두번 왕복, 오후 방과 후 활동이 생기자 아이들 학원에 내려놓고 기다려서 다시 데려오기를 하다보니 어느 순간 '나 미국에 운전하러 왔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학원차, 유치원 차가 집앞에 바로 데려다주는 한국 시스템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그렇게 차로의 왕복시간이 많다보니 제 차 안은 온갖 것들이 다 구비되어 있습니다.

추우면 입을 겉옷, 운동화가 답답할 때 갈아 신을 슬리퍼, 동화책, 아이들 머리 고무줄, 머리빗, 손톱깍기, 로션, 손소독제, 물, 물티슈, 휴지통(급할 땐 이동변기통으로 ^^;;)

차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었답니다.

둘째 아이를 먼저 픽업하고 날씨가 좋지 않을 땐 언니 귀가 시간이 될때까지 차에서 간식도 먹고, 책도 보고, 노래도 듣고...

마치 연예인들처럼 차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는 아이들. 전 로드 매니져같습니다.

처음엔 지루하던 차안의 시간들을 이제는 즐기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창밖에 보이는 풍경들과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가끔은 라디오 클래식 채널을 틀어 고상하게 음악감상도 해보고...

가끔 급 브레이크로 화들짝 놀라기도 하지만 ^^

아이들에게 베스트 드라이버로 기억되기를 바래봅니다.

박기사 또 둘째 아이 픽업하러 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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