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하루

가족 조회수 4053 추천수 0 2014.02.27 14:47:08

아침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걔가 놀린단 말야!"

 

전날 머리를 깎고 학교에 갔는데 같은 반 아이가 놀린 것이다.

등교하러 학교 앞까지 갔는데 차에서 안내린다.

누나만 먼저 학교로 보냈다.

 

"그럼, 오늘은 엄마랑 있자!"

아홉 살 아들을 태우고 공주로 향했다.

뒷좌석에 앉은 아들은 신이 났다. 뭐라고 조잘조잘.

 

앞으로 학교를 계속 안간다고 하면 어쩌지?

버릇되면 어쩌지? 규칙을 맘대로 어기는 아이가 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염려도 순간 밀려왔다.

하지만, 긴 겨울방학 내내 돌봄교실에 다니고

또다시 개학하자마자 학교로 간 이 아들에게

'엄마와 함께 하는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마침 나도 여유가 있으니, 기회다 싶었다.

 

아이들이 없어 한산한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그네도 타고 같이 걷고 뛰면서 놀았다.

조그마한 찻집에 가서 따끈한 코코아도 한 잔 마셨다.

함께 있는 내내 아이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엄마랑 손잡고 갈까?"

같이 걸어가는데,

"엄마랑 오늘 하루종일 있으니까 너무너무 좋다"

라며 품에 안기고 몸을 부비부비한다.

따뜻함이 밀려온다.

 

"그래, 이렇게 좋은 것을."

엄마인 나도 모처럼 기분이 좋다.

어느새 내게도 아들과 함께 하는 순간을 

충분히 누리려는 마음과 자세가 되어 있다.

 

석장리박물관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밖으로 나온다.

"금강인지 한강인지 헷갈린다"는

아들이 "왜 금강이야?"라고 묻는다.

"강물이 비단결처럼 아름답게 흘러서 비단 금이라고 하는 거야"

라는 설명을 뒤로 하고 아들이 박물관 앞 잔디를 달려간다.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아들의 모습이 생생하기 그지 없다.

 

집으로 와서는 태어난지 두 달된 강아지 세 마리와 마당에서 논다.

"오늘 심심했을 테니까 놀아줘야해!" 

사랑이 가득한 손이다. 오늘 엄마와 누린 사랑이 강아지에게 그대로 쏟아진다.

 

"맨날맨날 엄마랑 이렇게 있으면 좋겠어"

라는 말과 함께 저녁이 찾아왔다.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이 만족스러운 아들은

밤 내내 기분이 좋다. 그리고 푹 잠을 잔다.

 

9개월부터 18개월까지 떨어져 있었던

아들과 나의 관계에

현재 뭔가 아쉬움이 있다면

오늘 함께 한 시간으로 얼마간 벌충이 되지 않았을까?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선물이 절실하다.

그리고 부모에게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함께 하는 시간들을 통해

근본으로 돌아가는 '선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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