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92810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이종근 기자 root2@hnai.co.kr>


9월은 토토로네가 미국에 온지 만 2년째 되는 날이에요. 그 2년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네요. 2년동안 뭐니뭐니해도 토토로네 가족이 저녁이 있는 삶을 되찾은 것이 가장 큰 일, 가장 소중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 2년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일본에서 신혼을 시작했지만, 남편이 다니는 일본회사의 야근문화는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아침 일찍 교통체증을 겪으며 출근해서 야근에 회식에 늦는 것이 당연했고, 그 와중에 연년생 아이들을 케어하는 것은 오로지 제몫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외로운 육아의 시간들을 그것도 외국에서 혼자 어떻게 감당했나 싶을 정도인데요, 저는 아이들 씻기고 재우면서 같이 골아떨어지는 것이 다반사였고, 모두 잠든 시간 늦게 귀가한 남편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와 거실 쇼파에서 잠을 자는 것도 흔한 일이었어요. 아침이면 자명종 시계에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일어나 아침상은 커녕 미숫가루 한잔 겨우 타주고 남편을 배웅했더랬습니다. 그런 날이 있다면 다행이고, 남편은 아이들과 자는 저를 깨우지 않고 혼자 몰래 출근한 날도 많았지요. 어쩌다 저녁에 일찍 귀가한 아빠를 만나는 날이면, 아이들이 흥분해서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는 통에, 오히려 일상 생활의 리듬이 깨지는 것이 싫어 아이들이 다 자면 집에 들어오라는 엄포를 내리기도 했었네요. 그래도 다행히 주말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면서, 또 월급날이면 그동안의 야근수당에 평일의 고단함을 위로받곤 했습니다.^^;;

 

다 그냥 그렇게 사는 건 줄 았았어요. 저 역시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세대이고, 저녁이 있는 삶이 뭐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제게는 머나먼 이웃 나라 이야기에 불가했지요.

 

그런 와중에 미국으로 오니 가장 큰 변화가 남편의 5시 정시 퇴근이었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럽더라구요. 훤한 대낮에 남편이 귀가하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ㅋㅋ 저녁 준비가 다 되지도 않았는데 귀가할 때면 "벌써 왔어?"라고 할 정도였어요. 회사 사람들이 대부분 정시 퇴근을 하는 것은 물론, 회식 또한 저녁에 잡는 것은 민폐라고 하더라구요. 오히려 점심시간에 회식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니!!!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거였더라구요. 그리고 대부분이 개인 차량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음주의 기회도 확연히 줄었다는 것이 저에게는 대환영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음주운전으로 잘못 걸리면 어마어마한 벌금과 강력한 법도 한 몫 하고 있는 것 같고, 딱히 이용할 대리운전도 없구요. 일본에서는 회식만 했다하면 지하철이 끊기는 시간을 넘겨서 그 비싼 일본의 택시를 타고 귀가를 하질 않나, 술에 취해서 몸도 못가눌 정도가 되어 안경도 깨져 오고, 지갑도 잃어버리고, 다쳐오고...그동안 술때문에 맘고생한 것 생각하면 흑...말로 다 못합니다. 여기 미국으로 오니 자연스럽게 퇴근 후 술마실 사람도, 장소도 마땅치 않은 토토로네 아빠, 집으로 올 수 밖에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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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주택에는 오피스 용과 다이닝 룸으로 쓰이는 방이 각각 구조되어 있다.

 

미국의 주택구조를 봐도 저녁이 있는 삶을 짐작해볼 수 있었어요. 현관에 들어서면 오피스 용 방과 다이닝 룸의 용도로 쓰이는 방들이 구조되어 있거든요. 부엌 옆에 식탁이 놓여 있는 자리가 있긴 하지만, 작은 식탁으로 바쁜 아침 각자 식사를 해결하고 갈 용도이고, 다이닝 룸에는 가족 모두 둘러앉아 식사할 수 있도록 제법 큰 식탁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피스 용 방은 집에서도 간간히 회사일을 볼 수 있도록 위치한 공간이라고 해요.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이 적은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의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면서 일을 해나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토토로네 아빠도 아이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고 나면 컴퓨터를 켜서 회사일을 체크하고 있구요.  

 

아빠가 변했다!

 

퇴근을 정시에 하게 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건 토토로네 아빠일거에요. 불규칙했던 저녁식사도 이제는 아이들과 제시간에 함께 먹으면서 건강도 챙기고, 또 저녁을 가족들과 함께 먹으면서 아이들의 학교 이야기도 나누고, 토토로네 엄마의 푸념도 들으면서 시시콜콜한 가족 구성원들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가족간 대화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의 친밀도도 한층 높아졌네요. 사실 토토로네 아빠가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해주면 좋아하는 줄을 알게 되니 이제는 엄마는 밥하는 사람! 아빠는 놀아주는 사람으로 인식이 된 것 같아요ㅋㅋ 아빠가 퇴근하면 아이들이 아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네요.

 

예전엔 야근으로 피곤해 하는 토토로네 아빠를 보면 뭘 부탁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녁을 먹은 후 토토로네 엄마가 아이들을 씻길 동안 토토로네 아빠가 자진해서 설거지도 하고, 늘 토토로네 엄마 담당이었던 잠자리 동화도 가끔은 아빠가 더 실감나게 읽어주고 있어요. 간혹 토토로네 엄마와 트러블이 있는 아이들과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도 거뜬하게 해주고 있답니다.

 

엄마도 변했다!

 

아이들만 있으면 대충 해먹는 저녁 식사를 토토로네 아빠와 함께 하려다보니 오후 정도 되면 저녁 메뉴를 고민하게 되네요.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라 생각해요. 더욱더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게 되고,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궁리하다보니 요리 블로그라도 검색해보게 되면서 새로운 요리도 시도해보게 된 건 좋은 변화인 것 같습니다. 그릇이며 인테리어에 전혀 관심없었던 토토로네 엄마가 요즘은 예쁜 그릇에 눈이 가네요^^ 어떻게 하면 소박하지만 정겹고 맛깔나게 상차림을 할 수 있을까를 연구중이에요. "하나! 둘! 셋! 잘먹겠습니다!!!"라는 아이들과 남편의 목소리에 힘을 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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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한국식으로 저녁준비를 하려고 애쓰는 토토로네 엄마 

 

아이들은 신난다!

 

사실 저녁이라고 해야 오후 6시 정도부터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9시 전까지 2~3시간 남짓한 시간이잖아요?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모두들 서로의 위치에서 생활하다가 저녁을 함께 먹고, 다 같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를 실감하고 있어요. 아빠 거인놀이(아빠가 거인이 되어 도망다니는 아이들을 잡아서 침대에 내던지는?! 놀이)도 하고, 날씨가 선선한 날엔 함께 산책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은 팝콘을 먹으며 영화 한편도 보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벌칙으로 엉덩이 이름쓰기도 해보네요. 아이들은 아빠 엄마와 함께하는 "꼭꼭 숨어라"놀이는 질리지도 않나봅니다. 숨을 곳이 뻔하지만, 매번 더 하자고 조르는 걸 보면은요. 이렇게 신나게 놀다보면 "이제 잘 시간이야~"라는 말에 순순히 응하는 아이들의 얼굴엔 행복함이 묻어있네요. 아빠와 놀고싶어서인지 아빠가 오기 전에 숙제며 할 일 마무리하기! 약속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면서 아이들이 많이 밝고 씩씩해지고, 자신감이 생긴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빠, 다녀오셨어요","잘 먹겠습니다","잘 먹었습니다.","안녕히 주무세요."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인사도 입에서 우물우물하던 토토로네 딸들이 이제는 크고 힘차게 인사도 하게 되었거든요. 또 엄마가 해주는 것과는 다르게 아빠가 채워주는 감성적, 신체적, 인지적 자극도 분명히 있구요.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첫째 딸이 제 핸드폰으로 아빠에게 카톡을 보내네요?

"아빠! 일찍와? 오늘은 수수께끼 놀이하자!"

"그래, 좋아! 아빠 빨리 갈께(하트 뿅뿅)"

음..마누라의 카톡 메시지엔 보내지도 않는 하트를 딸에게는 마구 보내주는 딸바보 아빠.

   

가족간의 행복함을 느끼는 '저녁이 있는 삶'

  

미국에 있는 한국 기업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주변의 주재원 언니들의 경우를 보면 주말에도 근무를 나가는 남편도 있고, 휴가를 내거나 아이의 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에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아직까지 한국의 기업 문화가 미국과 유럽 쪽의 가족 중심주의 문화로 변모하기엔 기업도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하고,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칼퇴근을 보장한다고 해서 모두가 여유롭고 행복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은 또 아닌 듯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들과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을 쓰면서 찾아본 관련 기사 한편 첨부할께요. 읽어보시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았으면 좋겠습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7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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