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육아휴직한 아빠에 대한 다양한 반응'에 보여주신 많은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린다.
베이비트리 초보인 나로서는 조회수를 보고 너무나 깜짝 놀랐다.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조금 뒤로 미루고, 오늘은 가벼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새벽부터 오전까지 비가 내렸다.
장 보러 마트에 갔다가 진열대에 있는 밀가루를 보니 전(부침개)이 먹고 싶어졌다.
비오는 날엔 지글지글 해물파전이나 김치전이 최고니까.
그런데 내 아내는 파를 못 먹는다.
그래서 해물파전 대신 해물부추전을 부치기로 하고,
오징어, 새우, 부침가루, 그리고 새 후라이팬을 샀다.
이유식을 먼저 만들어두고, 전 부칠 시간이 되니 비가 그쳤다.
텃밭에 나가 싱싱한 부추를 뜯어와 오징어, 새우와 함께 다듬고, 
부침가루 반죽에 섞었다.
새 후라이팬을 보니 요리할 기분이 제대로 났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펼쳐 전을 부쳤다.


전을 부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었다.
아빠가 육아와 살림을 할 때 불리한 것들이 몇 가지 있어서 
그걸 메모해둔 적이 있는데,
오늘은 한 가지가 더 떠오른 것이다.

아빠가 육아와 살림을 하면...
먼저, 유치원 다니는 딸들의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지 못한다.
다른 남성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딸들의 머리를 묶는 방법이라곤 머리끈으로 질끈, 
한 갈래로 묶는 방법 밖에 모른다.
그래서 가끔 아내가 '자두 머리', '똥 머리' '땋은 머리' 같은 
예쁜 머리 모양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어김 없이 한 갈래 머리로 묶어주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신영이의 핀잔을 듣는다.
"아빠, 아빠는 어른인데, 왜 머리를 못 묶어?"
이런 얘길 들으면
신영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좀 멋쩍기도 하다.
그리고 신영이가 야속하기도 하다.
'이 녀석, 아빠 사정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하다니...'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가운데, 난 이렇게 답한다.
"아빠가 남자라서 연습을 많이 안 해봐서 그래. 
아빠도 엄마처럼 연습을 많이 하면 잘 묶게 될 거야."

작년에 신영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때면
머리 모양이 바뀌어 오곤 하길래
'유치원 선생님께서 
아이들 머리를 다시 예쁘게 묶어서 보내주시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혹시 내가 묶어준 머리가 금방 풀어져서
선생님께서 다시 묶어준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 건
한 해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좀 부끄럽고, 민망했다.
그래도 선생님은 가끔 내게
"아버님, 머리 묶는 솜씨가 점점 나아지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주시곤 했다.
아이 머리를 새로 묶어주시면서도
아이 아빠가 민망해 하지 않도록 신경써서 그렇게 말씀해주신 거였다.
감사하기도 하고, 여전히 민망하기도 했다.


아빠가 육아와 살림을 하면 불리한 두 번째 일은 
딸들의 옷을 고르고 예쁘게 코디해서 입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옷장 속에 옷이 아무리 많아도 입히기 편한 옷들 위주로 입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집에 있는 아이들 원피스는 아직도 새 옷 같은 게 많다.
주위에서 옷을 물려주거나 계절이 바뀌어 옷을 정리해야 할 때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난감하다.
휴직을 하면서 육아와 살림을 전담한 뒤로 거의 모든 집안 일을 내가 하고 있지만,
아이들 옷 정리만은 아내에게 의존하고 있다.


머리 묶기, 옷 입히기에 이어 세 번째 불리한 점은
오늘 해물부추전을 부치다가 문득 떠올랐다.
(여기서부터의 내용은 19금이니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우스개 소리로 
'남편이 밤에 아내에게 잘 해주면 아침상이 달라진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여자가 살림하는 경우에만 맞다.
남자가 살림하는 집에서는  
부부가 밤에 만리장성을 쌓아도 아침상은 남편이 직접 차린다. ㅠ.ㅠ


주방 옆에서 막내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아내의 입 안에 해물부추전을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설거지를 하는데, 이유식을 다 먹인 아내가 일어나더니 
해물부추전을 계속 집어 먹기 시작한다. 
안방에서 놀던 신영이와 선율이를 불러 전을 먹였다.
아이들도 아주 맛있어 한다.
"우와, 빨간 *붕 새우보다 더 맛있다."('빨간 *붕'은 청주의 레스토랑 이름)
"진짜 맛있다."

비오는 일요일, 새로 사온 후라이팬에 부친 해물부추전은 정말 맛있었다.
세 장을 부쳤는데, 막내를 뺀 네 식구가 한 자리에서 무려 두 장 반이나 먹었으니까.


해물부추전 이어붙인 것.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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