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노동의 이름

가족 조회수 4137 추천수 0 2013.02.15 11:45:31
엄마는 노동의 이름.

십대였던가, 이십대 초반이었던가. "사모님 뭐하세요?" 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집에서 놀아"라던 어떤 남자의 대답을 듣고 나서... 나는 나중에 저 말은 절대 듣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누구누구의 아내가 아닌 내 이름으로 내 타이틀로 평가 받겠다고. 내 일 없이 소위 '아줌마'로 나이드는 게 끔찍히 무서웠다. 일종의 강박 같았다.
시간이 흘러 삼십대 초반이 된 지금의 나는 어릴적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모습으로 서 있다. 전업주부로 젖먹이 아이를 키우며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집에 밀착되어 '집+사람'의 모습으로. 일시적일지 계속일지, 잠깐일지 몇년일지 모르지만 현재상태는 그렇다.
그런데 신기한 건 매일 집에만 있어도 하루가 어찌나 금방 가는지 모른다. 쓸고 닦고 먹고 치우고 만들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고 놀아주기의 무한반복이다. 아기가 낮잠을 자주지 않으면 한숨 돌릴 틈도 없다. 남편이 퇴근하고 아이가 밤잠을 자고 나서야 비로소 고대하던 내 시간이 생긴다. 
그 때 전업주부인 아내더러 집에서 논다던 그는 알까? 엄마는 노동의 이름이라는걸. 모든 엄마는 워킹 맘(working mom)이라는걸.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금요일이다. 아... 이렇게 또 한주가 간다.

하나 더. 박근혜 당선인이 후보연설에서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의 마음" 운운했을 때 불쑥 화가 치밀어 올랐던 건 엄마라는 위치가 특권이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구체적인 노동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에게 붙여지는 이름이었으므로. 수고없이 편리하게 이미지만 차용하는 것이 심히 불쾌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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