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첫째 딸에게 잘 해 줄려다가 도리어 울게 만들어 버린 경우가 많았네요. - -;;
방학숙제 때문에 그랬는데...(방학숙제는 결국 노란색, 파란색 골고루 표시하는 걸로...
하지만 약속 잘 지킨 노란색이 좀 더 많이 있는 걸로 가져갔답니다. ^^)
엊그제 일요일에는 첫째 딸이 작년 크리스마스때부터 보고파 하던
영화("썬더와 마법저택")를 보러 아빠랑만 같이 영화관에 갔었습니다.
영화 시작부터 주인공 고양이(썬더)가 사나운 개한테 쫓기고 마법저택에서 겪는
신기한 상황 등등에서 보여지는 장면때문인지, 그 장면마다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사운드때문인지, 2~30분쯤 처음 "아빠~ 나가자~~~" 라고 옆에 있는 아빠에게 속삭여 댑니다.
처음에는 "서현아, 조그만 있으면 더 재밌어 질 것 같으니깐 좀 더 보자, 응?"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것 같길래 계속 봤네요.
그런데, 영화 끝나는 시간 30분 정도 남겨 놓을 때까지 3~4번 더 나가자고 했는데,
그때마다 좀 있음 끝난다고, 조그만 더 보자고...
실은 좌석이 한 가운데 두 자리라 중간에 나가려면 옆으로 7~8명을 헤치고 나가야 하는 상황.
그리고 예전에도 영화보면서 깜짝깜짝 놀래면서도 씩씩하게 끝까지 잘 보고 나서
물어보면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참고 봤어요, 재밌어요, 또 보러 와요" 그랬던 딸이라...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보려고 했죠.
그런데 마지막으로 나가자고 할 때 아이 얼굴을 봤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그 정도 눈물 같으면 울음소리를 크게 토해냈을 텐데, 나름 참느라 눈물만...
'아~ 이건 아니다...' 아이를 번쩍 안고, 7~8명의 다리와 어느 어머님의 가방을 밟으면서
밀림을 헤치고 아이를 구해내는 것 같이(ㅋㅋ) 영화관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보니...
아이 얼굴은 정말... 눈물로 세수랑 머리까지 감은 듯 많이 흘렸더군요.
아마도 처음 나가자고 한 다음부터 눈물 조금씩 흘리면서도, 영화관이라 시끄럽게 해서는
안된다고 해서 울음소리는 내지 않고 있었던가 봅니다.
순간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닦아줄 틈도 없이 한 번 꽉 껴안아 주게 되더군요.
딸은 한 5분도 안되서 다시 생글생글 웃기는 했지만, 이틀이 지난 지금도 미안함과
울음을 참고 있었던 딸애의 안쓰러움은 아빠인 제겐 그대로 있습니다.
영화 특성 상 또래 애들들이 많았는데, 끝까지 잘 보고 있는게 부럽<?>기도 했지만,
애들이 다 똑같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2살 어린 둘째 딸에 비해 좀 예민하고, 소심한 듯해서 평소에도 좀 더 씩씩해졌으면
하는 바램이 없지는 않아서 부모 맘대로 되진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욕심 부려보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어쨌든 아빠로서 조금 더 아이의 말과 표정을 살펴보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 아이의 말이나 표정을 미리 판단하여 결론내지 말고, 공감하려는 자세로 관찰해야 겠다.
: 6살 꼬마지만 성격에 따라서 벌써 할 말/못할 말, 할 상황/못할 상황 등을 분별해서
참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너무 안쓰럽네요... - -;;) 이런 경우에 아빠로서 좀 더
애정을 가지고 공감하려고 했었다면 깜깜한 영화관이라도 목소리만 듣고도 딸 아이의
울음 참고 흘리는 눈물이 보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영화관에서 중간에 벌떡 일어나 관람에 방해를 주는 사람들은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 이전까지 그런 경우 정말 이해를 하지 못하고, 속으로든 밖으로든 비난을 했던 자신을
반성하였죠. 아이가 나가자고 했을 때 솔직히 중간에 앉았다가 여러 사람들 헤치고
나가는데 대한 심적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그게 다 평소
그런 사람들에 대해 이해심이 없었던 데서 유래한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아이는 어른의 스승인 것 같습니다.
40된 아빠를 6살 딸이 또 한 가지 가르쳐 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