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국회의원이고 아빠는 사진가다. 엄마는 의원 임기 중에 딸 두리를 낳았다. 낮에는 아빠가 키우고 엄마는 모유 수유를 한다. 지난 2일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자택에서 딸 두리를 업고 남편인 정종배 사진가와 사진을 찍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엄마는 국회의원이고 아빠는 사진가다. 엄마는 의원 임기 중에 딸 두리를 낳았다. 낮에는 아빠가 키우고 엄마는 모유 수유를 한다. 지난 2일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자택에서 딸 두리를 업고 남편인 정종배 사진가와 사진을 찍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인터뷰 ; 가족
장하나 의원과 남편
▶ 국회의원과 사진가가 결혼을 했습니다. 두리는 배부른 엄마의 코트 속에 파묻혀 국회의사당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자랐답니다. 세상에 나온 두리를 사진가 아빠가 돌봅니다. 선택권도 없이 ‘독박육아’를 시키게 됐다며 미안해하는 아내 장하나(40) 국회의원이 남편 정종배(41) 사진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가족’은 독자 여러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실명과 익명 기고 모두 환영합니다. 보내실 곳 gajok@hani.co.kr. 200자 원고지 기준 20장 안팎.

-여보,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첫돌 딸아이의 아빠이자 전업주부, 그 전에는 사진가였어요.”

-부인을 어떻게 만났나요?

“쌍용차 공장 앞 집회에서 처음 봤어요. 2012년도였나?”

-여자친구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 점이 거리끼지는 않았어요?

“별로 그런 거 없었어요. 당신 성격이 소탈하기도 해서.”

-딸아이 두리가 우리 곁에 온 걸 알게 된 날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때 멍했는데. 막막하기도 하고… 실감이 안 났죠. 이게 내 자식인가? 신기하기도 하고.”

남편은 스스로를 ‘기록노동자’라 칭하는 사진가다. 2014년 5월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라는 쌍용차 투쟁 기록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나 역시 환경·노동·인권 등 문제가 발생하면 출동(?)하는 국회의원이기에 우리 두 사람이 만난 곳도 소위 ‘현장’이다. 가는 곳마다 마주치다 보니 가볍게 인사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2013년 6월1일 토요일 한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지인들 여럿이 식사를 하고 나서 맥주 한잔 더 하자고 남은 사람이 단 두 사람. 우리는 홍익대 운동장 계단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캔맥주를 마셨다. 둘 다 별로 말이 없었지만, 나의 직업을 의식하지 않는 그의 태도가 참 좋았다. 내 자아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에 서서히 압도당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모두에게 소외받던 ‘장하나’라는 인격체를 유일하게 발견해준 사람이 남편이었다.

운동장에 앉아 캔맥주 먹었다
부부가 된 국회의원과 사진가
아내는 의정 현장 뛰어다니고
남편은 깐깐하게 육아를 한다

“천기저귀 쓴다고 하니까
안 빨겠다고 한 거 기억나요?”
“당신 힘들까봐 그런 거예요
더 큰 믿음과 존경 생겼어요”

-조산원 말이 나와서 말인데, 제가 병원 대신 조산원을 선택했을 때 당신 생각은 어땠나요?

“나는 좋았어요. 인공적인 분만 체계가 문제가 많으니까. 원래 의사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지 애를 받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자연분만 자체가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을 못 주기 때문에 촉진제 등등 약물을 써서 가급적 빨리 출산시키는 건 좀 무서워요. 그리고 애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엄마 품에 안겨서 젖을 찾아가게 되어 있는데 제왕절개로 쉽게 유도하면 그런 소중한 첫 접촉이 사라지게 되니까 한번 더 비자연적이 되는 거죠. 의료행위는 임신과 출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개입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만약에 두리 사주대로 둘째가 생긴다면 또 그 조산원에서 수중분만으로 아이를 안아 보고 싶어요.”

-전업주부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지요?

“양육이 가장 힘들죠. 내가 주 양육자가 되는 거니까. 그리고 살림은 출산 전에도 내가 당신보다 잘했던 것 같아요.”(웃음)

-사실 많은 여성들이 소위 ‘독박육아’를 하는데, 남성인 당신이 그 역할을 맡아서 힘들다는 건가요?

“혼자 애를 보는 건 그냥 초처럼 자기를 태우는 것 같아요.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죠. 그런데 이런 점들이 남성들이 겪는 고충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이 안 됐다는 게 이상한 일이죠.”

인터뷰 도중에 남편은 아이를 깨우려고 잠시 자리를 떴다. 낮잠을 너무 오래 재우면 밤에 너무 늦게 잔다는 이유다. 나 같으면 그냥 잘 잘 때는 자도록 놔두고 안 자면 안 자는 대로 놀아주고 그럴 텐데. (남편 왈, 이 양반아, 밤에 또 놀아줘? 그럴 기력이 어디 있어?)

-저는 육아를 잘 돕는 편인가요? 점수를 주자면 몇 점?

“60, 70점. 당신이 육아할 시간이 있나?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데. 그나마 모유 수유를 하니까 점수를 후하게 주는 거지.”

-일하는 다른 남성들에 비해서 제가 낫지 않나요?

“엄마로서 애를 직접 낳았으니까.”

-겨우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 다른 집 남편들은 퇴근하고 육아를 도울 생각도 의지도 별로 없던데. 당신 주변 남성들은 나만큼 자세가 되어 있던가요?

“잘 모르겠어요. 지인들 보면 그럭저럭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주변 남성분들에게 꼭 물어보세요. 꼭이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출산 전날까지도 평소처럼 근무했고, 대다수 동료 의원들은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 출산 두세달 만에 복귀를 서둘렀는데 그 와중에 남편은 선택권도 없이 ‘독박육아’를 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하듯이.

-천기저귀를 쓰는 이야기 좀 해보죠.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결심한 계기는?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는데 오히려 당신이 반대했죠. 우리가 조산원에서 애를 낳았던 것처럼 자연출산의 연장선이고, 환경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일회용 기저귀에 쓰이는 흡수체의 화학물질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어요. 또 천기저귀를 쓰면 기저귀를 빨리 떼기도 하고, 일회용 기저귀를 쓰는 게 고비용이니까. 2~3년을 쓰면 중고차 한 대 살 돈이라고 하던데.”

-당신 힘들까봐 반대했어요.

“내가 천기저귀 쓴다고 했을 때 당신 첫 반응이 ‘나는 기저귀 안 빨겠다’는 거였는데 기억나요? 그때 나는 어차피 내가 빨 건데 무슨 상관이냐고 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기저귀 빠는 걸 싫어할 사람은 아니잖아요. 결론적으로 두리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믿어요. 당신이 천기저귀 쓴다는 이야기를 하면 주변 엄마들이 깜짝 놀라요. 어쨌든 당신 육아방식이 매우 깐깐한 편이라는 사실을 아세요?

“당신에 비해 그렇다고 느끼는 거겠죠.”

-경력단절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주세요.

“쌍용차 사진 작업의 경우 복직 단계로 넘어간 상황이에요.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사진가에게 다음 기회란 영원히 없는 거예요.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까 사진을 포기하고 육아를 하는 거죠. 당신이 나보다 경제력이 좋은 게 사실이고, 관둘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육아도 지금 이때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니까. 게다가 내 자식인데.”

사실 나는 남편이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고 남편에게 더 반해버렸달까, 존경심도 생겼고 내 인생을 정말 맡겨도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반면 한국 사회의 ‘독박육아’는 바깥일을 하는 사람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부모의 공동육아가 불가능한 사회구조 때문인데도, 일하는 엄마인 나는 ‘애 낳은 죄인’의 심정을 가지고 일터로 향하는 날이 많았다. 아이가 정말로 축복인 사회, 국회의원 장하나에게 포기할 수 없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국회의원의 남편이라서 특별히 불편한 점이나 좋은 점이 있나요?

“동네에서 행동거지 조심하게 되는 점 외에는 별거 없어요. 담배꽁초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거.”

-당신처럼 남성이 주 양육자인 경우는 드문데요. 어떤 고충이 있는지?

“그냥 좀 재미있고 쓸쓸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문화센터에선 청일점인데 어느 날 엄마 대신 아빠가 아이랑 들어와요. 어찌나 반갑던지 동지라고 부르고 싶었어요. 그런데 다시는 안 오더만. 그리고 선생님이 수업할 때나 노래 부르는 것도 다 엄마 엄마 하니깐 나도 모르게 두리한테 ‘엄마가~ 아니 아빠가’ 하곤 해요. 게다가 엄마들 목소리 톤이 나보다 높고 그래서 두리가 다른 엄마들 목소리 듣고 그쪽으로 가면 좀 섭섭해요. 애타게 불러도 안 돌아와.”(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 쉬고 싶어요. 한 일주일 정도. 작년 여름 어느 주말이었는데 당신이 좀 일찍 퇴근해서 왔어요. 집에서 나와 일단 차엔 앉았는데 어디를 갈지 한참을 앉아서 고민했어요. 결국 강변북로를 타고 그냥 쭈욱 달렸죠. 가다 보니깐 파주 남북출입사무소가 나와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또 어떤 날은 스트레스가 넘 커서 씩씩거리며 나갔는데 갈 곳이 없어서 그냥 돌아와요. 또 맥주 마시다가 자는 거죠.”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가슴 아프네요. 다른 이야기는 또 없어요?

“임신부터 육아, 교육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는데, 한국 사회는 이런 어려움들을 결국에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있어요. 아이에게 좀 잘해주고 싶으면 이상하게 다 고비용이고 개인이 해결해야 해요. 임신 기간에도 우리나라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요. 비보험 진료항목도 많고 병원은 과다한 초음파검사나 위험한 양수검사를 너무 쉽게 유도해요. 당신도 양수검사 하려고 누웠는데 내가 중단시켰잖아요. 공공의료가 강화되어야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 또 이런 주장 하면 경제가 위축된다고 기업보다 정부가 먼저 반대하겠죠? 지금처럼 포기하고 감내하고만 살아서는 삶이 너무 외롭고 고달플 것 같아요. 난 정말 두리랑 큰 식물원에 가고 싶은데, 누군가가 편의를 봐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들은 이런 소소한 행복을 빼앗기고 사는 거 같아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와야죠.”(웃음)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위 내용은 2016년 2월5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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