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트리에서 보내주신 칼럼니스트 임경선씨의 책 '엄마와 연애할 때'를 택배로 받고 나서 참 설레였다. 1시간 남짓 지하철 출퇴근길에 무료로 나눠주던 Metron 신문에서 즐겨 읽던 연애상담가(?) '캣우먼' 바로 그녀의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하고 화끈한 그녀의 글을 읽으며 모태솔로였던 나는 사랑과 결혼을 꿈꿨었다. 회사일이 너무 무료하고 힘들어지면, '딱 출산휴가까지 써보고 관둬야지'라는 묘한 희망으로 마음을 다잡기도 했었다.

 

그랬던 내가 둘째 육아휴직을 하고 있다니, 세월 참 많이 흘렀다 싶었다. 남편 만나 6개월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으며 지난 4년이 휘리릭 지나갔나 싶기도 했고...쿨하고 힙하게 보였던 그녀 역시 육아의 늪에서 힘겨워했음을 읽으며 통쾌하게 짚어주는 그녀의 글들에 혼자 맞장구를 치면서도 만감이 교차했다.  그녀도 엄마였고, 여자였고, 사람이었구나.  출산과 육아는 많은 이들의 삶을 바꿔 놓으며 그녀 역시 호대게 '첫' 경험을 했구나 싶었다. 며칠 전에 결혼 4주년을 보내며 뒤돌아 생각해보니, 그 시간들이 짧게도 느껴지기도 하고, 오래된 일들 같기도 하고, 내 인생 많이 변했구나 싶다. 연애 때의 그 절절함은 육아의 절절함으로 녹아들고, 일상에 지쳐 서로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지나가는 날들도 있다.

 

"내가 결혼 생활을 거듭하면서 실망을 느끼는 대상은 결코 남편이 아니다. 나는 '결혼 생활'에 실망을 느끼는 것이다. 그 남자가 아닌 결혼 생활이 죄인 것이다. 상대가 나쁜 것도, 내가 나쁜 것도 아니다. 부부의 관계, 남편과 아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내는 관계 자체가 제멋대로 생명을 얻어 기분 나쁜 미생물체처럼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p216)

"더욱 슬픈 일은 결혼 생활의 실망감을 하필이면 아이의 존재가 가장 크게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아이가 있기에, 아이가 우리의 관계를 지켜줄 것이기에 우리가 서로를 더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게 아니라, 이 아이가 있기에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이 남자와 평생 살아야 할 것 같은 체념이 주는 슬픔과 실망감 말이다. 실은 정말 실망스러운 부분은 아직 도래하지도 않았고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그저 도망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때문에 더 도망가고 싶은 아이러니는 뭘까." (p217)

 

아들 둘을 키우다보니, 약했던 허리에 요즘 말썽이 나서 침치료도 받고, 몸이 힘들다보니 짜증도 나고, 나도 모르게 큰 아이에게 버럭 화도 냈었다. 남편에게 서운한 일이 있을 때는 아이에게 엄하게 대한 적도 있었다.

며칠 전에 남편이 내 눈에서 '레이저'나온다고, 그것도 초강력 레이저라서 말 안하려다가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얼마나 강력한지...작년 봄 남편과 냉전중이었을 때 너무너무 미워서 쏘아보았던 그 때가 생각났다는데, 흠칫 놀랬다. 내가 그런 눈빛을 아이에게 쏘아주고 있었다니...난 제대로된 엄마가 되려면 한참 멀었구나.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몸도 만들고 스트레스도 좀 털어버리는 운동하겠다며 핫요가를 주3회 등록했다. 남편에게는 평일 귀가 시간을 서둘러 달라며 엄포를 놓았다.

 

임경선씨 처럼 솔직히 "나도 여자였고, 사람이었어"하고 허심탄회하게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을 때가 오기를 인내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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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주말 전주 한옥마을에서 찍었습니다. 날은 추웠으나 아이들과 바람 한번 쌩하게 쐬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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