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벌써 한 달이 지났구나. 새 책이 도착하니 뜻밖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책 안에 고이 들어있는 낙엽 한 잎도 따뜻하게 여겨졌다.

아차, 그런데 이게 웬걸. 책 표지 인물은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 같아 보였다. 와~ 멋있다하면서도 부러웠다. 책 읽는 부모가 아니었으면 책꽂이에 있어도 아마 펼쳐보지 않았을 책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읽은 책들이 대개 무거운 주제의 책들이었고 내 머릿속에 추후 읽어볼 종류의 책으로 자리하지 않았기에 아마 그랬을 거다. 게다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겐 책표지며 책 마지막에 넣어진 사진첩에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나도 해보고 싶은데......’ 라면서. 아직 서툰 글 솜씨는 생각지 않고 말이다. 그래도 지난달 늦게 서평을 올리면서 은근히 부담을 가졌던 난 후다닥 읽어버릴 결심으로 책을 펼쳤다.

 

 

오랜만에 특별한 일이 없는 토요일 하루. 온전히 내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황금 같은 토요일이 생겼다. 최근 두 달 동안 뜻하지 않게 주말 내내 바빴다. 그 좋아하는 음악프로를 시청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선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엄마 책 읽으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미리 못박아놓고 책을 읽었다. 둘째가 네 살이 돼서 누나랑 놀 수 있으니 내게도 이런 여유가 생기는구나. 책 읽는 시간 내내 난 행복할 수 있었다.

 

  

이 엄만 어떤 사람일까. 나였으면 이런 말을 쓸까말까 망설였을 것 같은 말들을 시원스럽게 적어놓았다. 내심 놀라면서도 맘 한구석이 뻥 뚫리는 듯했다. 작가가 많이 섞어 쓰는 영어단어는 좀 낯설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아듣는데 나만 못 알아듣는 것 같아 주눅도 들었다. 그러다가도 끝에 한방씩 웃음의 펀치를 날리는 마무리에

“재밌네.”라고 소리 냈더니

“엄마, 뭐가 재밌어?” 첫째가 물어왔다.

“어. 글이......”

라며 얼버무리고 읽어나갔다. 딸아이가 자기도 책 보겠다며 책을 꺼내왔다. 누나가 책을 들고 오니 둘째도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 읽어 달랬다.

‘그렇지. 엄마가 책 읽으니까 너희도 따라하네.’

내심 기쁘면서도 일이 커진 걸 알았다.

“엄마, 책 읽을 거야. 엄마도 책 읽으며 놀고 싶어.”

라고 아이에게 엄마 고집을 부렸더니 이런 통했다. 신기했다.

 

 

짐승의 본능. 맞아 맞아. 첫 아이 임신 후 가장 힘들었던 때를 꼽으라면 진통 후 병원 두 곳을 옮겨가며 아이를 낳은 그 날도 아니다, 첫 아이를 낳고 한 달 동안이라고 과감히 말한다. 자연분만 후 시댁에서 산후조리를 했던 그 때, 두 시간 아니 한 시간 간격으로 깨서 보채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며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 이건 뭐야. 비몽사몽이었다. 게다가 아이 기저귀 발진으로 하루 종일 아이 사타구니를 호호 불어가며 진물 난 부위가 조금이나마 아물길 간절히 기도했던 그 때. 아이 피부가 그렇게 약할지 몰랐다. 아물 만하면 다시 발진이 생겼다. 미칠 지경이었다. 인터넷을 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정도였다. 그렇게 석 달을 보내고 출근을 했으니. 다시 돌아보아도 ‘많이 힘들었지’란 말이 절로 나온다.

[엄마의 죄의식]에서 토해내듯 작가가 난 이랬다고 할 때는 그 심정이 이해되었다. 엄마가 불행한 것보단 불완전한 게 백배 낫다는 말에서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난 불완전한 나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불행한 길을 택한 적이 많았으니까.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것은 내 발등을 내가 찍는 꼴이란 걸 알았기에 명절 때 친정 가는 일조차 거부해왔던 나였다.

며칠 뒤에 있을 첫째 아이 발레 발표회-병설 유치원에 다니는데 초등학교 방과 후 발표회랑 일정이 함께 잡혔다-에 같은 반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려고 초대장을 스무 통 이상 아이 대신 쓴 나. 이렇게라도 해서 아이에게 친구를 더 만들어주려고 무진 신경 쓰고 있는 내가 보였다.

압권은 [결혼 생활의 슬픔과 기쁨]에서 ‘혹은 아예 내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공동 책임이라는 이유로 서로 합의하고 조정할 필요가 없으니 최소한 내 마음대로. 내 스케줄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이다. 어쩜, 내 맘이 딱 이랬다. 많이 힘들었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아니라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랬다. 작가는 나랑 다르면서도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엄마였다. 처음에 읽으면서 들었던 나와 동떨어진 모습일 거라는 작가에 대한 거부감은 나와 다른 사람이니 당연하지로 바뀌었고, 아이 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에 사는 엄마로서의 동질감이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 엄마이기에 엄마 맘을 더 잘 담아내주었다. 멋진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내게는 더 이상 질투의 대상이 아닌 글을 먼저 쓰기 시작한 선배로 작가가 다가왔다.

그 동안 무거운 책들만 읽었던 내게 휴식의 달콤함, 산뜻함을 선물해주면서

“너도 멋진 엄마야!”

라고 작가가 소리치며 나를 안아주었다.

황금 같은 토요일, 최고의 휴식을 즐길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해요.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502 [책읽는부모] 돈 밝히는 아이 아닌 돈에 밝은 아이로 키우기 imagefile [13] 박상민 2013-10-07 7464
501 [책읽는부모] [천 일의 눈맞춤] 단유에 대한 미안함을 덜어내다 imagefile [1] 강모씨 2016-04-04 7379
500 [책읽는부모] [함께 책읽기] 덴마크의 비밀을 읽고 imagefile [6] wonibros 2015-06-16 7369
499 [책읽는부모]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자유롭고 여유로운, 행복가득한 육아일기~!! imagefile [2] 바다바다 2014-07-02 7347
498 [책읽는부모] 유대인의 자녀교육을 읽고... [5] kidswell 2012-02-15 7342
497 [책읽는부모] <아이의 회복탄력성> 아이마음에 좋은 쓴 약 imagefile [1] 새잎 2012-09-10 7306
496 [책읽는부모] 소년의 심리학 imagefile [9] 꿈꾸는식물 2014-08-25 7240
495 [책읽는부모]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 ebs다큐프라임 [8] bey720 2012-10-18 7234
494 [책읽는부모] [두려움없이 엄마되기] 유치원에 갓 입학한 아이, 마음 읽어주기 imagefile [2] bangl 2012-03-13 7224
493 [책읽는부모]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줄게 [2] kuntaman 2012-11-19 7174
492 [책읽는부모] 두려움보다 무서운 자책감 imagefile [1] blue029 2012-03-09 7102
491 [책읽는부모] [발표] 9월 책 읽는 부모를 모집합니다 imagefile [12] 베이비트리 2014-09-11 7018
490 [책읽는부모] 오~싸블라누트~!! [6] 624beatles 2012-02-21 6985
489 [책읽는부모] 내 아이는 공부만 잘하면 성공한다는 착각!을 버리게 만든 책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꼼꼼리뷰 image [1] jenifferbae 2013-11-26 6974
488 [책읽는부모] <아이의 회복탄력성> 적당한 시련과 좌절이 필요하다 imagefile [8] 나일맘 2012-08-30 6957
487 [책읽는부모] [오늘 만드는 내일의 학교]후기 - 학부모로 살았던 반 년 [5] 난엄마다 2013-10-02 6956
» [책읽는부모] [엄마와 연애할 때] 너도 최고의 엄마야! [6] 난엄마다 2012-11-19 6861
485 [책읽는부모] 육아의 핵심은 의심이었네 imagefile [9] zizing 2012-03-28 6788
484 [책읽는부모] 유대인의 자녀교육38을 읽고 imagefile oodsky 2012-02-21 6784
483 [책읽는부모] <스마트 브레인> 아날로그 엄마의 스마트한 양육 imagefile [3] 새잎 2012-06-23 6766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