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학교’만 봐도 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친구들 생각에 괜히 긴장을 했었다. 낯이 조금씩 두꺼워지면서 ‘학교’는 그냥 학생들이 다니는 곳으로만 조금은 가볍게 다가왔다. 첫째가 입학하기 2년 전부터인가, 내 아이가 다닐 학교가 치맛바람이 세다는 둥 하는 소문에 쓸데없는 걱정이 마음에 일기 시작했다. 작년 말에만 하더라도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촌지가 오가는 분위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미리 했으니 “나두 참......” 주변에 대안학교를 알아보는 친구도 있었는데 솔직히 거기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냥 다른 아이들 받는 교육 받고 대부분의 아이들과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커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입학. 아이가 공교육이라는 급물살을 탔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생활 적응에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3월에 학부모 총회에 갔다가 얼떨결에 두 명의 반대표 엄마 중 한 명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나와 함께 일하게 된 엄마가 앞장서고 난 보조. 반 엄마들 연락처를 선생님께서 알려주시지 않으셔서 아이를 통해, 먼저 알고 있는 몇 명 엄마들을 통해 하나씩 연락처를 모으셨다. 처음엔 그렇게 연락처를 모아 굳이 엄마들 모임을 만들어야 하나란 생각을 했다. 선배 엄마들이 “엄마들 모임 싫어하는 엄마들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고 서로 연락처 알고 있으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이 된다.”고 조언해주셨다. 조용히 따랐다. 4월에 반 아이들 첫 생일파티를 대표 엄마가 잡았다. ‘이런, 이런 걸 꼭 해야 하나? 출장 뷔페까지 불러가며 해야 하는 건가?’라는 내 생각을 대표 엄마에게 표현했지만 동참하기로 했다.

 

잠깐, 이 곳 생일파티 분위기는 이렇다. 일단 장소는 태권도장이다. 태권도장 홍보와 엄마들이 찾는 넓은 공간이 맞아떨어져 약간의 대관료를 내거나 아니면 무료로 생일파티에 놀이지도까지 맡아주신다. 생일파티는 1년에 2~5번 정도로 묶어서 진행한다. 아이 반은 3회에 걸쳐 하기로 첫 생일파티 자리에서 결정했다. 음식은 어른, 아이 다 합해서 60명가량이 모이기에 따로 준비하기가 번거로워 출장뷔페를 이용한다. 토요일 낮에, 한 반에서 몇 명이 빠진 아이들이 모여 두 세 시간가량 먹고 신나게 논다. 첫 생일파티에 참석하고는 내 생각이 ‘할 만 하구나. 괜찮은데’로 바뀌었다. 생일파티 관련해서 SNS에 글을 올렸더니 남자 동기가 ‘결국 엄마들 모임 아니냐.’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놀 시간이 거의 없는 아이들, 학기 초에는 추워서, 아직 서로 알지 못해서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학교에서는 조용해야한다고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서로 뿔뿔이 흩어져 방과 후 수업에, 학원에 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게 쉽지 않았다. 생일파티에서 친구들끼리 뛰고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어울리는 것도 괜찮구나 생각했다. 막상 엄마들은 아이들 노는 모습 바라보고 서먹하게 이야기 나누는 정도였다.

 

그 외에 학교 과학축전에 학부모 교사로 참여, 학교 바자회 준비하고 진행, 일주일 간 열린 학부모 아카데미 수료 등을 마치고 나니 훌쩍 한 학기가 지나고 있었다. 여름 방학 하기 전 같은 학년 반 대표엄마들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학교 ‘학부모 소리함’에 올리면서 ‘학교’에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 문제는 소통부재였다. 엄마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기 마련이고 그 이야기 와중에 학교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교장선생님께서 엄마들과 편하게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시는 분이 아니라서 엄마들의 불만은 엄마들 내에서 맴돌았다. 서로의 생각이 전달되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소위 학년을 대표한다는 엄마들이 만나 나눈 이야기가 그들만의 전유물로 취급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소통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 홈페이지 ‘학부모 소리함’에 자신 있게 글을 올렸다. 이것이 올 한해 잊히지 않을 사건이 되었다. 함께 자리한 엄마들에게 알리고 조회 수가 올라가고 추천에, 댓글도 달렸다. 나중에 듣기로는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불친절하다고 지적받은 곳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적한 사항들이 일시적으로 처리되고 끝날 일들이 아니라서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조용한 학교에 확실하게 파문을 던진 것은 맞았다.

 

2학기도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엄마로서 든 짧은 생각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먼저 학부모 총회 참석을 하느냐 안 하느냐란 생각엔 각자 사정에 맞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직장일로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참석 안해도 괜찮다. 총회 나오지 않았다고 그 엄마를 따 시키지는 않는다. 만약 그런 분위기의 모임이라면 더 신경 안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엄마들 모임에 함께 할 것인가도 마찬가지이다. 엄마들 모임에 가서 자신과 교육철학이 비슷한 엄마들과 친해질 수도 있고 한 두 명 정도 엄마들과 친해지면 가끔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지만 참석 못한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다행이도 요즘은 SNS가 잘 돼있어 따로 만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으니 자신의 상황에 맡게 오프라인 모임 참석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단,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생기는 문제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염두 해두어야 한다. 말과 행동은 늘 신경쓰고 살아야 한다.

 

다음으로 내 아이에 대한 주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 아이는 그렇지 않아라고 귀를 닫지는 말아야 한다. 아이를 알고 있는 또래 친구나 다른 엄마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걸러들어야 한다. 아이의 단점을 사실 수준에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단 내 아이를 엄마가 알고 있어야 한다. “너 왜 그래.”라고 당장 혼내서 바뀔 일이라면 그래도 쉬운 일이다. 그렇지 않은 일이라면 좀 길게 보면서 그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서 해결해 나가야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혼자 힘으로 벅차다면 선생님이나 주위에 조언을 구해야 한다. 아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바로 잡아주는 것이 낫다.

 

 

이제 책 얘기를 좀 해볼까.

‘오늘 만드는 내일의 학교’ 이 책의 제목과 머리말을 보면서 사실 긴장이 되었다.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올바른 교육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란 구체적인 생각에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은 착각도 했다.

책 내용 중에 「학교에서는 우리가 나중에 살아가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대수학과 수학, 이런 것들을 가르치죠. 하지만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하고 우리가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는 것들은 절대 가르쳐 주지 않아요.」라고 한 소년의 말을 인용한 글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예전에 가정에서 맡았던 역할이 사회 다른 기관으로 많이 분산되면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었으면 하는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많은데 막상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긴 시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실패의 긍정성 부분 글에 공감이 가장 많이 됐다. 「모든 것을 떠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는 실패할지 모를 위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여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는 두 가지 선택권만 존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옳거나 틀리거나, 통과하거나 실패하거나, 그 결과, 우리는 승자에 사로잡힌 문화 속에 살고 있다. 승자를 숭배하는 동시에 질투하는 문화다. 또한 우리는 <패자>를 조롱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한번 시도해 보려는 사람들은 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모험을 좋아하는 존재로 태어난다. p.63」 「성공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면 한 가지 개념의 본질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로 실패와 위험에 대한 생각이다. 내가 교사로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한 가지는 모든 일을 똑바로 할 때는 어떠한 새로운 것도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실수를 하거나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에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p.65」

 

우리의 역사 교과서 검증, 일본의 교과서에 실린 독도와 위안부 내용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저자의 지적대로 누구를 위한 학교를 만들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서로 화합하게 만들 수 있는 교육이 아니라 너희를 길러준 어른들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오히려 미래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교육은 데이터 수치가 아니라 아이들의 발달에 대한 것이다.(p.123) 그러나 교육 정책이 데이터의 생산을 위해 만들어지고 교육 시스템은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란 장에서 지식에 대해 두리 뭉실하게 생각했던 내 생각이 좀 더 정리되었다. 라스무센의 표현대로 지식은 고정된 것, 일련의 사실들, 혹은 정보의 집합 등과 거리가 먼 것이며(p.98) 핵심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p.99) 우리에게는 일반 상식 전문가가 아니라 혁신가, 리더, 창의적 사상가가 필요하다. 목표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p.103~104)

 

이렇게 1부에서 우리의 교육 현실을 신랄하게 짚어준 것에 공감했다. 저자는 영국의 교육 현실을 다뤘지만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책의 2부에서 본격적으로 저자의 경험이 다뤄지리라 생각했었는데 그 부분이 짧았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저자의 논문을 찾아보아야 하나란 생각도 했다. 1부보다 더 큰 비중으로 저자가 실천한 과정을 실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학부모로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란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찾고 싶었다. 그 기대는 크게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일단 머뭇거리지 말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없다. 반대표 엄마로서 남은 기간 동안 반 학부모들의 소통에 더 관심을 갖고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내 주위에 개선할 사항이 없는지 찾아보고 알리는 일도 여기에 포함시켰다. 그 범위는 학교만이 아니라 동에서 구, 시, 정부차원으로 항상 열어둘 것이다. 작년 이 때와 달리 학부모로서 닥친 현실에 걱정보다는 좀 더 잘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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