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화로운 삶 - 헬렌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시골에 내가 태어난 집은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집이다. 새로이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부스, 세면대를 포함한 작은 욕실을 지었지만 불을 때는 아궁이는  그대로 있다. 지금도 어머니는 매일 군불을 지피신다. 뜨뜻한 아랫묵이 있는 고향집 생각이 난다. 저자인 두 분이 버몬트에서 집을 어떻게 지었을까 상상해보았지만 그래도 집을 짓는 일은 생소하다. 내 손으로 뚝딱거려봐야 그 느낌이 들 것 같고 조금은 감이 잡힐 듯 하다.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직접 뛰어들어 해보지 않은 일들이라 그저 대단해 보였다. 그러면서 이보다 사소한 많은 것들을 내 손이 아닌 다른 곳에 맡기면서 살고 있다는 게 보였다.

작년에 친구 어머님께서 인사동에서 아이들 그림을 전시하면서 내신 팜플렛에

 

많은 어른들이 초등학교 때 교실 뒤쪽 게시판에 자기 그림이 걸렸었다는 추억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그들이 빨간 사과 한 개라도 그려 볼 기회도, 관심도 없이 '미술은 재간 좋은 일부 화가나 누리는 세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략)

태어나 성장해서 어른이 되어도 그리는 겁니다. 흰 종이 위에 집 하나, 새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그냥 그려 보는 것, 그릴 수 있음이 좋습니다.

 

라는 문구가 있었다. 뜨악 하는 순간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종이 인형을 직접 그리고 옷가지를 그려가며 놀았던 나였지만 이후에 그림을 그려본 기억이 없다. 수채화도 많이 그렸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중3때부터는 그림그리는 것에서 아에 손을 떼기로 한 듯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림은 화가가, 음악은 가수나 작곡가나 뮤지션들이, 건강은 약사나 의사가, 교육은 주변의 여러 교육기관에서 이렇게 내맡기는 사회, 점점 세분화된 사회에서 그냥 생활하고 있었구나. 한 가지만 확실하게 잘하면 인정받으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라는데 딱히 그런 것도 없는 어정쩡한 삶이라.

또 한번 나를 위로하게 만든다. 에라이 그러면 어때! 흑흑흑.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다는 걸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이거야 원, 씁쓸하구만.

누구나 현실을 따라가는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의 생활로 온몸으로 삶을 개척해나간 작가의 삶이 지금 우리에게도 던지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독서지도사 과정을 이수하면서 책을 볼 때 책 표지며 책의 이곳 저곳을 다양하게 살펴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펴낸 곳 '보리'. 보리라...... 익숙한 이름이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아하! 펴낸 곳 도서출판 보리의 펴낸이가 윤구병. 10년도 훨씬 전에 윤구병님의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책이 뭐였나 찾아봐야겠지만 변산반도에서의 공동체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담았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 분이 번역한 책 중에 '까마귀 소년'은 초등학생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조화로운 삶'의 느낌과 맞게 책은 재생지로 만들어져서 가볍다. 이런 것까지도 서로 닿아있는 듯하여 마음에 든다.

 

 

2. 이웃으로 함께 알아가는 기쁨

 

주말동안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게다가 둘째가 저녁무렵 비실비실 하더니 일찍 저녁잠을 잤다. 아이가 한 숨 자는동안 열이 올랐다가 내렸다. 몇 시간 자고나서 눈을 뜬 아이가 한 첫마디가 "엄마, 귤 먹고 싶어."였다. 두말할 나위없이 나온 엄마의 대답은 "어, 엄마가 귤 사올께."였다. 이래저래 무거운 마음을 안고 가까운 마트로 먼저 향했다. 집에 잼이 떨어졌길래 딸기잼을 먼저 산 다음에 근처 재래시장에서 귤을 살 계획이었다. 잼을 사서 나오다가 안내데스크에서 안내원에게 한 가지를 물어보고 가려는데 앞에 있던 아이가 대뜸 그런다.

"저 모르세요?"

라고. 그제서야 그 아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은 기억이 안났지만 누군지 떠올랐다.

"저, 놀이터에서."

그랬다. 그 아이는 놀이터에서 긴줄넘기로 고기잡이와 시계놀이를 알려주었던 4학년 남학생이었다. 응, 알고 있다고 끄덕끄덕하며 밝게 인사하고 돌아섰다.

그 아이와 마주치기 전 무거웠던 내 맘은 어느새 저만치 뒤로 가있었다. 

우리가 서로 알아간다는 게 이런거구나.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친 아아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다니 고마웠다. 짧은 인사 한마디이지만 그 기쁨은 실로 컸다. 귤을 사러 재래시장으로 향하는 내맘은 한결 가벼웠다.

 

 

3. 놀이 강의에서

 

강사님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팟케스트를 일부러 찾아들으시는데 그 와중에 알게 되었다며 이런 얘길해주셨다.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이 성폭력을 당할 때의 1차 피해보다

"얘야, 이런 일 있었다고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알았지?"

라는 부모의 말이 아이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이 일은 쉬쉬하면서 숨겨야하는 일이구나, 부모도 나를 지켜주지 못하는구나라고.

또 하나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대화가 통하는 어머니와 살았던 한 분에게서 나중에 알고 보니 정신적으로 더 큰 충격을 주었던 사람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였다고. 늑대가 집 안에 있지만 그 늑대를 어떻게 할 수는 없고 그냥  잠잠하게 지켜보며 살자라고 했던 어머니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아이를 어떻게 지켜줄 것인가, 어떻게 지켜주어야하나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사십을 바라보는 어른의 입장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하는지 조심스러워진다.

 

책과 이야기가 고픈 저녁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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