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일 가까이 아이와 집에서 뒹굴뒹굴 했습니다.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왔다 갔다 앉았다 섰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던 아이가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으니 엄마까지 힘이 안 납니다.

 처음 이틀은 열이 많이 올라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지키다가 열이 좀 떨어지고선 안심을 했는데, 그래도 컨디션이 나빠선지 나흘 밤을 내리 깨서 울다 잠들고 울다 잠들길 반복, 결국 저까지 몸살이 왔습니다.

 그래도 어린이집에를 가고 나면 몇 시간 동안의 자유를 누리며 해야 할 일을 착착 처리할 수 있어 스트레스도 그닥 안 받거늘 십 일을 24시간 밀착 방어하다 보니 아이 걱정도 걱정이지만 점점 짜증이 나고 지치고. 에휴.

 결국 이주 만에 집에 온 남편에게 짜증을 짜증을, 분노를 분노를 막 쏟아냈습니다.

 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결혼은 해서-로 시작되는.

 참, 자식새끼 보겠다며 대여섯 시간 운전을 해 내려와서는 꼬박 하루도 못 머물고 다시 먼 길 떠나야 하는 남편에게 이 무슨 행패요! 싶습니다만 순간순간의 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런 주말이었습니다.

 

 마음이 심란도 하여 <전투육아>를 팔랑팔랑 넘깁니다. 그동안 정보도 주고 가르침도 주는 몇몇 육아서를 읽긴 했습니다만 딱 이거다! 싶은 게 없었는데, 심지어는 '흥, 뭘 모르는구만.'하며 오만한 감상도 곧잘 가졌습니다만.

 아, 이 책은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처음 <책 읽는 부모를 모집합니다>에 딱 떴을 때부터 헉! 그래, 이것이야, 내가 원하던 것은! 하며 엄청 기대를 했는데 의외로 댓글 참여가 저조해 놀랐었지요. 전 막 하이에나들처럼 모두들 달려들 줄 알았다는, 흐흐.

 정말 읽고 싶었거든요.

 

 하루하루 일상들이 너무너무 귀여워요! 배울 점도 진짜 많아요. 그냥 표지 딱 보고 제목 보고, 대충 책 넘기면 엄청 가볍고 남는 거 없는 책이다 싶은 느낌을 줄지 모르지만 아니라오, 아니라오. 정말 배울 점이 많았어요.  

 저는 분노하고 아이를 윽박지를 일들이 저자 분은 모두 코믹과 유머로 승화! 아, 나라면 이 상황에서 왜 이렇게 재밌게 받아치지 못했을까, 왜 짜증냈을까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재밌는 포인트를 잘도 집어 곁들인 그림과 사진은 또 어찌나 유쾌한지 보다가 시종일관 깔깔깔.

 

 아이 키우며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없다며 한탄스러울 때 집어들기에도 좋습니다! 대부분 그림과 사진이니 설렁설렁 잘도 넘어가요. 

 그렇다고 결코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에요. 형식은 가벼우되 그 안에 든 내용은 엄마라면 누구나 함께 빡치고 깊이 공감할 내용들이거든요.

 시종일관 유쾌하게 깔깔댔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후두둑.

 왜 나만 이렇게 힘든가, 내게는 이제 설렘도 없고 다이내믹한 인생도 없겠구나, 아이란 존재는 대체 무언가 별별 생각이 다 들 때  아, 나만 그런 거 아니다, 상황은 달라도 엄마가 되면 누구나 겪는 거다, 책 읽으면서 위로 받았습니다. 글쓴 분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거든요. 

 

 실은 처음 이 책 표지를 봤을 땐 좀 무시했었지요. 일단 <전투육아>란 제목부터가 호기심이나 끌어보겠다는 얄팍한 상술로 느껴졌고 알맹이는 없으면서 포장만 그럴 듯하게 한 그렇고 그런 책이려니 했거든요.

 헌데 이 분 블로그를 들렀다 생각이 바뀌었어요.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처한 환경에만 심취해 자기한테 유리한 쪽으로만 상황을 해석하잖아요. 헌데 이 분은 객관적이고 공평한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어요.

 전업맘 VS 직장맘 / 외동 엄마 VS 다둥이 엄마 등등 여러 대립할 수 있는 문제들도 명쾌히 정리. 이런 부분들이 구체적으로 구구절절 언급되진 않지만 그냥 순간순간에도 전해졌어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쓴 글을 읽거나 그림을 보면 많이 치유되잖아요.

 <전투육아>란 제목도 제가 생각했던 의미와 달라서 좋았고요.

 감정이 바닥을 치던 그 고달픈 주말에 참 위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남편한테 많이 미안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도 고달픕니다만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또 얼마나 고생이겠습니까.

 이 책을 덮으면서 남편이 내 감정의 배출구가 아니거늘, 괴롭히지 말아야겠다며. 흐흐.

 

 부록으로 주신 본격육아소설도 정말 웃깁니다. 대체 이 유머감각은 어디서 샘솟는 겁니까!

몸도 마음도 한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을 때 옆에 두고두고 보려고요. 애 키우는 상황이 이집 저집 비슷비슷해 웃음이 나다가 눈물이 나고 그럽디다. 육아가 참말 웃프네요, 흐흐.

 그래도 나랑 다 비슷하구나-하니 또 힘이 납니다.

 귀엽고 따뜻하고 사랑스런 책이에요. 짐작하시는 것보다 훨씬 괜찮을지도 모릅니다요 :D

 

 좋아서 쓰다보니 이야기가 참 길어졌네요. 흐흐.

 

 참, 그리고 저는 <생생육아>에 한 살림 차렸습니다. 수줍게 고하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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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나이 마흔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남들 한 마디 할 동안 열 마디 한다며 타박 받을만큼 급하고 남 이야기 들을 줄 모르는 성격이었거늘, 걷고 말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늦된 아이를 만나고 변해갑니다. 이제야 겨우 기다리고, 세상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람에게 처음 다가온 특별함, 아이와 함께 하는 날들의 이야기가 따뜻함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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