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보통 이런 리스트는 5권 정도가 한계인데 10권이라 새벽에 천천히 돌아봅니다 :D

 

 

1.<에덴의 동쪽> - 존 스타인벡

  읽는 내내 이 작가는 이토록 인간에게 애정을 갖고 있구나 라는게 느껴져 눈물이 났습니다.

  작가가 중국인 리를 통해 던진 화두 '팀셀'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는데요. 처음에는 그저 말장난 같은 팀셀의 해석에 리가 왜 그리 집착할까 싶었죠.

 '너는 너의 죄를 다스려라.'든 '너는 너의 죄를 다스릴 것이다.'든 무슨 차이일까,하며요. 하지만 리의 새로운 해석을 듣고 그 어마어마한 차이를 납득했습니다.  

 '너는 너의 죄를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명령도 단언도 아닌 인간의 자유의지와 선택 위로 내려진 축복이었으니까요. 

 인생이 힘들 때, 차라리 누군가 내 미래를 결정해주면 싶을 때 '팀셀'을 떠올립니다.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는 앞으로의 날들, 오직 나의 의지와 선택에 맡겨져 있는 거죠. 

 

 굉장히 철학적이고 깊은 어둠이 배어 있지만, 결국은- 전체적으로 우리 인간을 축복하는 기분이 들어서 몹시도 아름다웠습니다.

 

2.<코스모스> - 칼 세이건

 보이저 호가 태양계를 드디어 벗어났다는 소식에 칼 세이건을 떠올렸습니다. 시인의 가슴을 지닌 과학자라던 칼 세이건이 보이저 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지금 함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을 안타까웠어요. 

 '창백한 푸른 별'이라 그가 묘사했던 지구 위에서 우주를 떠올리자니 읽는 내내 참으로 경이롭더군요.    

 

3.<싯다르타><크눌프>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쉬운 단어로 쉬운 문장으로 인생에서 구하고 싶었던 깨달음을 전해줬습니다.  
 특히 싯다르타가 미친 듯이 아들을 찾아 떠나던 길. 강에 비친 자신을 보며 깨닫던 대목은 잊히지도 않습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향도 가족도 버리고 길을 떠나겠다 했을 때 만류하던 아버지의 고통을 싯다르타가 깨닫던 순간, 그땐 자식도 없었으면서 아, 자식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아들을 근심하며 죽어갔을 외로운 아버지의 깊은 슬픔을 떠나버린 제 자식을 찾으면서야 뼈저리게 깨닫거든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또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인연으로 태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도 자신도 아들도 결국은 다른 객체이고 인연의 사슬에 매여 윤회에 빠질 수는 없음을 깨닫는 대목이 저릿했습니다.
 
<크눌프>
 죽음에 임박했을 때 크눌프는 회의하며 신에게 절규합니다. 

  전 아무 쓸모 없는 인간이 돼버렸어요. 전 정말 나쁜 놈이었어요. 왜 깨닫지 못했을까요? 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훌륭한 인간도 못 되었을까요?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신은 인자하고 자비롭죠.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

 그럼 모든 게 좋으냐?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느냐?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어요,

 

 이 대화가 너무나 시적이고 너무나 종교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결국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고 누구와도 똑같아질 수가 없다. 그러니 그 자체로 죽음에 이르렀을 때, 마음의 짐을 털고 모든 것이 제대로 됐다고, 나는 내 삶을 제대로 산 것이라고 훌훌 털 수 있음 좋겠다 했죠.

 이후 작가 헤세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크눌프 같은 인물들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그들은 '유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해롭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크눌프처럼 재능 있고 영감이 풍부한 사람이 그의 세계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크눌프뿐만 아니라 그 세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은 후 누구든 그대로의 사람을 긍정하고 싶어졌습니다.

 

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도스토예프스키

                           (양선아 기자님과 겹치는 책! ^^)

 거의 완벽에 가까운 형태의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존재의 근원, 신학 이런 거대한 주제로 다가오지만 추리물 느낌도 있고 소소한 개그도 있어 웃기기까지.

 구구절절 캐릭터들은 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그 중 스메르쟈코프는 소설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듯 했어요.

  이토록 거대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밀어붙인 작가의 의지와 천재성이 존경스럽습니다.

 글의 흐름상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등장인물 알료샤가 콜랴한테 남긴 말도 인생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당신은 불행해질 겁니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생을 축복하세요-'

 

 같은 작가의 <죄와 벌>도 좋아합니다 :D  

 

5. <양을 둘러싼 모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사랑하게 만든 소설이죠. 무의미한 대사 하나하나까지 기억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실은 너무나 사랑해서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은, 나만의 사랑처럼 아껴두고 틈틈이 야금야금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어보는 소설들이에요 :D

 

6.<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박영규  <삼국유사> 일연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같은 시대별 시리즈부터 태종, 세종, 숙종, 정조 등 조선의 왕들 시리즈까지. 한 권, 한 권이 재미있고 새롭습니다. 특히 고대 3국 시리즈는 그동안 인식해온 역사와 달라 새롭고 흥미로워요. 특히 신라! 이 책을 통해 역사를 조금 가깝게 느끼게 됐고 그 후 다양한 실록과 역사 서적들을 찾게 됐습니다.

 <삼국유사>도 읽고 있노라면 학창시절 배웠던 신화며 시조들이 나와 굉장히 반갑고 그리워져요 :D

 

7.<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 앤더슨 쿠퍼

 CNN 종군기자이자 앵커 앤더슨 쿠퍼의 생생한 회고록인데요. 읽고 나면 이 사람을 사랑하게 돼요! 지금도 앤더슨 쿠퍼를 수시로 인터넷 창에서 검색하게 만든 책이죠 :D

 

8.<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벌써 읽은 지 가 20년이 흘렀네요. 헌데 단 한 번 읽은 것만으로도 잊히지 않을만큼 강렬했습니다. 책에서 담담하게 서술되는 모든 일들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저자 마이클 길모어와 그의 집안에 실제 일어난 일이라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포스러운데요. 인간의 내면 깊숙이 감춰진 상처나 추악함에 대해 돌아보게 합니다. 다시 한 번 읽어야지, 늘 생각하지만 두려워서 읽을 수가 없어요. 읽고나면 고통이 너무 오래 가서 말이죠. 언젠가 새로운 판형으로 나오면 사야지, 사야지, 하지만 어느 출판사에서도 깔끔하게 새로 개정판을 내주지 않아 너무 아쉽습니다.

 

9.<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오주석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꽃 피는 삶에 홀리다> 등 손철주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분야라고 생각했던 미술 이야기를 상냥하게 들려주는 책들이에요. 매 에피소드마다 사랑스러운 일화들이 소개돼 점점 한국 미술에 빠지게 만들더니 나아가 먼 나라의 미술에도 관심을 갖게 해 준 책입니다. 거리를 뒀던 미술이 제 삶에 성큼 들어오는 계기가 됐어요 :D

 

10.<탑>

 저자를 잘 모르겠지만 틈틈이 도서관에서 대출해 보는 책입니다. 한국의 사찰과 탑을 정성껏 소개한 책이죠.

 사실 좋아하는 책보다 탑 베스트 5를 선정하는 게 더 쉬울 것 같은데 말이죠 :D 저는 경천사 10층 석탑과 정림사지 석탑, 미륵사지 석탑, 분황사 모전석탑, 월정사 8각 9층 석탑, 안동의 신세동 7층 전탑 등을 좋아합니다. 여름 휴가철이면 남편을 부추겨 주로 탑을 보러 돌아다녔어요.

 한동안 탑에 빠져 참 열심히 본 책입니다.

 전 탑을 좋아하는데요,라고 하면 흔히들 빅뱅의 탑이요?하고 되묻는데요. 물론 그 탑도 참 괜찮더군요 :D

 

 특별히 집착하는 종교가 없는데 어째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책들이 많이 소개된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인생의 책이 10권이나 되나 했는데 떠올려보니 이것도, 이것도 하며 자꾸 생각이 나네요.

 양선아 기자님 덕분에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럼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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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얼른 이어가기 글을 보라며 알려주신 '난엄마다'님을 살포시 다음 작성자로 추천해 봅니다.

받아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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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나이 마흔에 엄마가 되었습니다. 남들 한 마디 할 동안 열 마디 한다며 타박 받을만큼 급하고 남 이야기 들을 줄 모르는 성격이었거늘, 걷고 말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늦된 아이를 만나고 변해갑니다. 이제야 겨우 기다리고, 세상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사람에게 처음 다가온 특별함, 아이와 함께 하는 날들의 이야기가 따뜻함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이메일 : toyoha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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