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불꽃'. 원제를 번역하면 '재 속의 불꽃 혹은 재 속의 불씨' 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다 타고 남은 재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불씨를 발견하여 그것을 키워내 활활 타오르는 불로써 키워낼 수 있는 가능성. 저자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조너선 코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문예출판사. 2008)'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처음 발령 받았던 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께서 선물해주신 책이었는데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다시 만난 그의 책은 '교사로 산다는 것(양철북. 2011)'으로 '오늘의 교육'에 서평을 쓰기도 했다. 두 책을 읽게 된 것 모두 내가 존경하는 두 선생님의 권고 덕분이었다. 두 분 다 공교육 현장에서 애쓰시는 분들이고, 사회 운동도 열심히 하시며 아이들에게 바른 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었다. 


조너선 코졸 또한 그러한 사람이다. 미국의 공교육 현실을 누구보다 직시하고 있으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교육자이다. 그는 공교육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교사 또한 그러한 현실을 바로 보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학자적인 사람이 아니라 현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며 그 현실을 바탕으로 사회의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고쳐 나가자고 외치며, 다양한 활동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실천가이다. 


이 책 또한 그러한 실천가로서의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만난 다양한 가족들과 그 가족들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환경과 교육의 영향이 미치는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무지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더라도 환경적 영향에 의해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는 경우(에릭, 크리스토퍼, 실비오)가 있고, 주변의 도움으로 인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름의 성공과 행복한 삶을 이루어낸 경우(벤저민, 제러미, 파인애플)가 있다. 저자는 그저 이러한 경우가 있다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그들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고 또 도와주며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가족과 그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기에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13. 우리 날수를 헤아리자'와 에필로그를 통해 그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한 아이가 성장하며 올바르게 살아가고 나름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서는 그들의 의지만을 탓해서 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적인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직접 경험한 것을 통해 알려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사회가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공교육 현장에서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환경이 어떠한 경우에라도 공교육이 제대로 기능하여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아이의 삶은 분명 좀 더 나아질 수 있고, 자신만의 미래를 가꾸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07 과자를 좋아하는 아이'의 이야기에서 리어나도의 친구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교도소를 여러번 들락거리던 친구를 대학 수업에 데리고 다니면서 일어난 이야기. 친구 따라 갔지만 수업을 들으며 교수에게 질문도 하고 평온한 캠퍼스 정경을 보고 놀라는 장면. 그 이후 내면의 변화를 겪었다는 그 이야기.


이 이야기는 환경이나 교육 혹은 기회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일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회를 공교육 현장에서 혹은 국가가 구축해 놓은 사회적 장치를 통해서 제공해야 할 것이다.


" 빈민 지역 아동들의 경우, 사회 구조에서 비롯한 기존 환경의 문제점은 <부모의 결함>, 혹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안이하고 허술한 표현으로 쉽게 무마할 수 있는 하찮은 문제가 아니다. 이런 표현은 미국이 빈민들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혐의를 부인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 학계와 정치계의 악당들이 의존하는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p347


" 이런 자선은 그 규모가 아무리 크다 해도 제도적인 형평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공교육의 성과를 대체할 수 없다. 파인애플과 제러미가 이룬 학업적인 성취를 보며 예외적인 기회가 허용된다는 것을 자축할 것이 아니라, 빈곤이 만연한 지역의 공립학교에 넉넉한 자원과 소규모 학급 구성,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충분한 보수를 받는 교사들을 보장하여 모든 아이들이 배움을 만끼할 기회를 누리도록 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빈민 아동들은 신중한 선택 과정을 거쳐 선발되거나 우연히 온정이 넘치는 사람들의 눈에 뜨일 경우에만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자선과 우연, 협소한 선발의 기회는 민주적인 사회의 아동 교육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p348


이 책을 단순히 빈민가의 아이들의 삶으로 읽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저기 있다. 이는 곧 국가가 갖추어 놓은 사회시스템 및 공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해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고 올바르고 행복하게 성장하길 바란다면 나와 내 아이가 살고 있는 사회, 국가 그리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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