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는 참 신기한 순간들이 있다.

늘 생각하던 것들이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기도 하는 것 처럼.

이 책도 그랬다.  

 

 

봄과 초여름을 보내며 나와 우리 식구의 고민은.

'우리는 어디에 가서 살 것인가. 어디에서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보낼 것인가'였다.

생각 많은 내가 지난 몇 년간 고민했던 것들을 접고 드디어 움직여야 하는 순간들이 오고 있다.

꿈으로만 지나가는 것들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렇게 고민이 길어지던 어느 날 밤. 이 책이 우연처럼 '짠'하고 내 앞에 나타났다.

제목을 보는데 가슴에서 '툭'하고 뭔가 떨어졌다. 우리가 꿈꾸는 그 여러 곳 중에 '제주'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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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줄곧 서울에서 자랐다. 도시의 편리함과 문화의 풍요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내게, 내가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이 늘 있었다. 흙과 나무. 산과 강을 여행이 아니라 생활로 벗삼아 살아가는 것. 내가 내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일이다.

 

주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친구도 있고 생각보다 불편할 일들이 많을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물론 지금의 생활보다 불편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생활이 사진 몇 컷에 담긴 것과는 다른 어려움들이 있겠지. 펜션여행 며칠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과 바꿀 수 없는 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책들이 내게 큰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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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교복(양복)을 입고 똑같은 학교(직장)에 갑니다.

이런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낙오될까봐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벗어나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유로워지죠. _69쪽

 

 

한 후배가

'부모야 제주에 살고 싶어서 온거라지만 아이는 무슨 죄가 있어서 서울에서 내려와 제주에 태어난 거래요?'

라는 말을 던져 마음에 잠시 파문을 일었던 적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탁 트인 하늘과 바다, 밤이 되면 빛나는 별,

거침없이 부는 바람과 매일매일의 모습이 장관인 구름을 보고 자라는 뽀뇨는

이미 엄청난 유년의 자산을 가진 것이 아닐까? _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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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뽀뇨아빠는 우리 부부와 나이대가 비슷하다.

자신의 직장을 그만두고 이사를 결정한 정말 용기 많은 부부다.

 

책의 내용은 제주로 가기 전 이야기. 가서 자리를 잡아가는 이야기. 아이가 생기고 아이를 낳고 키워가며 느끼는 소소한 일상들이 담겨있다. 한창 쏟아져 나오는 제주도 살기 책들처럼 멋진 사진들도 멋진 여행지 소개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화려한 사진들과 글들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아쉬운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중반을 넘어 후반부로 갈수록 책에 대한 느낌이 더 좋았다.

 

아이와 산이나 오름에 오른 일, 바다에 나가 물놀이 한 일, 도서관에 간 일, 함께 먹을거리를 만들고 나들이를 가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 첫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없지만 사진속에는 아이와 자연에 대한 사랑이 있고, 장소보다는 그 곳에서 느꼈던 진솔한 감정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늘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힘든 것들. 불편한 점들. 아는 사람하나없는 제주에서 부부가 자리를 잡아가는 치열한(?) 어려움들도 잘 나타나있다. 마지막에 담긴 아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나들이 정보와 여행 조언들. 계절별 설명도 좋다. 이런 용감한 아빠를 이해하는 마음 넓은 부인이 좀 궁금했는데 마지막 에필로그에 그녀의 글이 있어 마지막을 웃음지으며 읽었다. 뽀뇨가 '잘 노는 행복한 아이'로 자라기를 원한다는 이 부부를 응원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또 읽는 내내 그 누구보다 뽀뇨가 가장 부러웠다. 1_32.gif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 자랄까. 그 아이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의 안에 모두 담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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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가 캡틴에게 '우리가 제주에서 살게 되는 날이 올까?' 하니

'가자! 당장! 내년에 파견갈래? 자기만 결심하면 돼' 한다. 1_48.gif

 

나는 '생각해보자'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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