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8353001_20140306.JPG » 청소는 정리가 아니다. 꺼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소컨설턴트를 하는 박형준씨와 함께 집안 대청소에 나섰다.

[매거진 esc] 청소의 달인에게 배우는 대청소법

대청소의 계절이 왔다. 먼지를 털고 쓸고 닦았다. 그런데도 왜 우리집은 여전히 어수선한 걸까.
장롱 속 케케묵은 물건과 숨어 있는 먼지와 묵은 때를 처치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달인은 말한다. 그럼 이제 팔을 걷어보자.

하루 종일 집안을 청소했다. 정말이지, 자신있었다.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놓인 광경을 빨리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우리집을 찾은 ‘청소의 달인’은 들어서기가 무섭게 우선 전등갓부터 쓸어보았다. 손바닥만한 먼지가 뭉쳐서 떨어졌다. 그다음은 벽을 쓸어내린다. 검은색 가루가 싸리눈처럼 흩날리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청소되지 않은 곳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청소 달인’이었던 걸까. 그는 많고 많은 수납장 중 하필 아이 방에 있는 벽장부터 열었다. 당장 안 쓰는 물건을 넣어두는 이 벽장은 우리집의 블랙홀이다. 

청소 노하우와 도구가 발전하고 
친환경세제 사용도 늘었지만 
최고의 세제는 뜨거운 물이다 
오래 묵은 때도 비누칠해 
물에 불렸다 청소하면 깨끗해진다 
강제로라도 버리기

청소 서비스업 9년차 박형준(41)씨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인처럼 청소 비법을 소개한 적이 있어서 청소의 달인이라 불린다. 왜 청소를 해도 어수선한 집안 분위기는 그대로일까? 청소 달인을 초대해 청소 방법을 점검받아 보았다.

박씨는 집안 대청소를 의뢰받으면 우선 그 집의 베란다 창고와 옷장의 짐들을 모두 밖으로 꺼내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우리집에서도 벽장문부터 열었다. 지금까진 물건을 수납장에 넣어두는 ‘방어형 청소’를 해왔다. 공격적인 대청소를 위해 벽장을 털었더니 옷가지에다 텐트, 모기장, 오래된 앨범 등이 쏟아졌다. 장난감, 문구류, 여행가방들도 겁없이 다 꺼냈다. 집은 금세 이사하는 날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일단 꺼내고 나면 고스란히 다시 넣을 수는 없다. 억지로라도 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무엇을 버려야 할까?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마쓰다 미쓰히로는 “아깝다는 생각, 추억의 물건, 앞으로 필요할 것 같아 갖고 있는 것들을 버려라”(<실전! 청소력>)고 충고한다. 박형준씨의 기준도 비슷했다. “3년 동안 쓰지 않은 물건은 앞으로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고쳐서 쓰려고 했던 뻐꾸기시계는 퇴출 1순위다.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에 간직해둔 사진 필름들은 정말 아까웠다. 게다가 한 번 입고 내버려둔 옷이나 몇년째 태그도 떼지 않고 간직해둔 새 옷들에도 달인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남들이 보기에도 유행에 뒤떨어진 옷은 입지 않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버리고도 과연 후회하지 않을까? 대신 벽장 깊은 곳에서 겨울옷 상자를 찾았다. 겨우내 입을 옷이 없었던 이유를 드디어 알았다. 미리 장만해둔 아이 옷도 여러벌 발견했다.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 옷을 새로 주문했는데 이렇게 있는 줄 알았으면 사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입을 수 있는 옷만 남기고 모두 버렸더니 옷장은 5분의 1도 차지 않았다. 가짓수가 줄어드니 쓸모가 보였다. 가진 옷만으로도 올해는 충분히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쇼핑 중독과 버리지 못하는 병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들 한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 무엇을 갖고 있는지 몰라서 늘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00498053301_20140306.JPG » 청소를 시작했을 때의 모습.

숨어 있는 먼지 캐내기

박씨가 말하는 정리의 시작이 수납장의 짐을 모두 꺼내는 것이라면 청소의 시작은 냉장고를 들어내는 것이란다. 대청소는 놀랄 일뿐이었다. 작년 여름 새로 산 냉장고 뒤편에선 10년은 쌓인 듯한 먼지와 얼룩이 나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는 “먼지는 틈새에 가장 많이 쌓이기 때문에 대청소 땐 움직일 수 있는 가구나 가전을 모두 꺼내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일단 시작하니 탄력이 붙었다. 집안 곳곳에서 엄청난 먼지를 캐냈다. 그가 주장하는 청소의 방향은 틈새에서 넓은 곳으로, 천장과 벽 같은 높은 곳에서 아래쪽으로, 창문에서 집안으로 가는 것이다.

바닥뿐 아니라 벽도 청소기로 밀어야 한다고도 했다. 과연 하얗게만 보였던 천장과 벽에서 엄청난 먼지가 떨어졌다. 베란다 방충망의 먼지를 페인트 붓으로 털어내자 창문에서 까만 버섯구름이 피어났다. 마쓰다 미쓰히로는 청소를 환기-버리기-오염 제거-정리·정돈 등의 단계로 나눈다. 창문을 청소하는 이유는 청소의 첫 단계, 환기를 위해서다.


00498330401_20140306.JPG » 청소 후의 모습.

묵은 때 지우기

그러나 이사 온 뒤 한 번도 건드리지 않은 방충망은 붓만으로는 깨끗해지지 않았다. 청소 달인은 방충망에 키친타월이나 신문지를 붙이고 물을 뿌린 뒤 살살 문질렀다. 반나절 정도 두었다 떼니 깨끗해졌다. 박씨는 “대부분의 묵은 때는 시간을 들이면 없앨 수 있다”며 “대청소 전에는 먼저 순서와 할 일을 정하는 청소계획표를 짜라”고 충고한다. 청소계획표는 가스레인지 환기 필터처럼 기름때가 쌓인 살림들을 뜨거운 물에 담그는 것으로 시작한다. 묵은 기름때는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칫솔로 문지르면 쉽게 벗겨진다. 전등갓도 미리 떼어 따뜻한 물에 불리고 부드러운 스폰지로 닦으면 쉽게 깨끗해진다. 몇년 전부터 청소에서도 베이킹소다나 구연산 등을 활용하는 친환경세제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그는 독한 세제를 수없이 사용하는 청소 서비스업을 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아예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단다.그는 “뜨거운 물이 가장 좋은 세제”라며 “청소일을 처음 배울 때도 물, 온도, 오염물질에 맞는 세제를 잘 활용하라는 소리부터 듣는다. 굳이 성능이 떨어지는 친환경세제를 만들 시간에 비누칠하고 물에 불렸다가 청소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론을 편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청소 정보도 인터넷에서 배우는 젊은 세대는 도구나 세제에 대한 정보는 많은데 시간을 들여 규칙적으로 청소하는 청소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장시간 노동과 경쟁에 바쁜 세대들이 청소력을 잃을 동안 청소 대행업은 해마다 덩치를 키워왔다. 주거청소 대행업체인 인스케어 권기락 팀장은 “2012년 기준으로 청소시장 매출은 2조원을 넘었다. 30~40대 맞벌이 부부가 이 시장의 주요 고객이다. 청소에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세대지만 유해한 세제를 쓰지는 않는지, 인테리어에 도움이 되는지를 꼼꼼히 따지는 이들”이라고 했다. 청소업체에 대청소를 맡기면 보통 3.3㎡ 면적당 1만5000원을 받고 4~5명이 종일 일한다고 한다. 박형준씨는 “남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청소를 한다면 하루에 다 끝내려고 하지 말고 구역을 나누어 매일 조금씩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청소 달인의 청소 비법은 시간 들이고 힘들여 청소하는 것이었다.

달인의 지도에 따라 혼자서 물과 맨주먹으로 대청소를 끝낸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물건의 필요를 알기 위해 정리를 한다면 본래 집의 모양을 알기 위해 청소를 한다. 박형준씨는 “청소를 마친 집의 공기는 무언가 다르다. 청소를 마친 집에 들어서면 실내공기질 측정기 없이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다. 대청소로 100ℓ짜리 쓰레기봉투 6개 분량의 살림을 버리고, 기부하고, 재활용함에 넣었다. 살림을 비워낸 집이 가벼웠다. 깨끗해진 형광등 사이로 밝은 빛이 내려왔다. 창문을 열고 오랜만에 한참 동안 밖의 공기를 불러들였다. 집은 그대로인데 빛과 공기가 바뀌었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청소 요요현상 막으려면

작심삼일? 공들여 청소한 집 무너지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청소 컨설턴트들은 대청소 뒤 규칙적으로 짧게 청소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충고한다.

청소서비스를 해온 박형준씨는 청소관리표를 만들었다. 대청소 서비스를 받은 뒤 유지하는 방법을 기간별로 적은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1주일에 한번 수납장과 책상, 화장대를 쓸고 닦는다. 1년에 4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장롱 윗면, 창틀, 유리창, 욕실 환풍기에 쌓인 먼지를 돌아보는 것이 좋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욕실 타일 사이와 배수관을 청소해야 한다. 핵심은 습관이다. 평소에 목욕하고 나면 몸을 닦고 나서 젖은 수건으로 바닥에서 60~80㎝ 높이까지 욕실 벽을 닦는 습관을 가지면 의외로 욕실은 자주 청소하지 않아도 좋단다. 박씨는 “식당 화장실에 청소점검표가 붙어 있는 것처럼 집안에도 청소계획표를 만들어두면 눈에 보이는 대로 닦다가 지쳐버리는 일이 없다. 언뜻 보기엔 번거롭고 일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아침마다 청소하고 하루를 시작하던 어릴 때의 습관을 다시 해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엔 아예 <10초 아침 청소 습관>이라고 해서 10초짜리 청소를 소개한 책도 나왔다. 일본 청소협회 이사장이 쓴 이 책은 “모든 청소는 창을 연다, 물건을 버린다, 턴다, 쓴다, 닦는다”처럼 10초 안에 마칠 수 있는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 다섯가지 행동을 10초 동안 다 하라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면 아침엔 창을 열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점심엔 책상을 치우고 창을 닦으며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서 현관의 구두를 가지런히 놓고 옷의 먼지를 닦는 식으로 수시로 짧게 청소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 청소를 처음 시작할 때는 되도록 버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지은이는 “버릴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도 10초를 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10초를 넘기고도 고민이 된다면 ‘기간 한정 정리박스’라는 것을 마련해서 거기에 넣어두자는 아이디어도 눈여겨볼 만하다. 당장 버리기 어려운 물건은 6개월이나 1년 뒤 날짜를 적어둔 종이상자에 넣어두고 그때까지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버리는 것이다. “매일 아침 집을 1g이라도 가볍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라”는 것이 최근 일본에서 나오는 아침 청소법의 주장이다. 버리는 아침, 청소가 있는 아침은 아름답다.

남은주 기자




(*한겨레 신문 2014년 3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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