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자동차 없이 2년

살림 조회수 7393 추천수 0 2015.01.27 16:10:35
우리집 소유의 차 없이 지낸지 2년이 되었습니다.

결혼하고 첫 차는 시아주버님 차였죠. 사실 우리 차라기 보다는 빌려쓰는 차였어요. 결혼 후 시댁에서 3년간 같이 지냈는데 시댁에는 2대의 차가 있었습니다. 시아주버님의 차와 시아버님의 차였죠. 쇼핑을 하거나 차가 필요할 때 당연히 시아주버님의 오래된 차를 빌려쓰거나 같이 쓰곤 했습니다. 큰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후 남편 누님께서 차를 바꾸시며 역시 오래된 소타나를 물려주셨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셨고 천 시트로 되어 있는 차여서 냄새가 많이 나고 앞창의 유리도 잘 내려가지 않아 여름에는 불편했지만 차를 그냥 수단으로만 여기고 그리 아끼지 않았던 우리 부부는 큰 불편함 없이 잘 쓰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분가를 하게 되었고 1~2년 뒤에 주변 지인으로부터 아반떼를 중고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중고이지만 차의 상태는 아주 좋았죠.    
 
어린 두 아이들과 그 차를 타고 여행도 가고 쇼핑도 하고 체험도 가고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습니다. 평일에는 주로 남편 일터 출퇴근용이었죠. 그러던 중 차를 폐차시킬만큼 큰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퇴근하다가 사고가 났고 불행중 다행히도 남편 몸에는 상처가 없었으나 차는 폐차되고 말았죠. 몸이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남편은 심적으로 힘들어했고 한두달간 가족과 치유의 시기를 보냈기도 했습니다. 

폐차된 차의 보험금을 받아 출퇴근을 위한 안전한 새차를 물색하고 다녔으나 그 사이 우리 가족은 차 없는 불편에 익숙해져갔고 새차를 바로 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시아버님의 오래된 차를 받았지만 자주 쓰지 않으시고 보관만 하셔서 부품이 오래되다보니 쓸 수 없게 되어 그차도 우리 가족과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은 차 없이 지내게 되었죠. 당장 차가 없어 불편한 것은 대중교통이 끝나고 퇴근하는 남편의 출퇴근이었으나 퇴근시간을 조금 당겨 마지막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끔 택시를 이용해 불편을 최소화했고 주말이면 근교로 놀러가거나 시골의 외가에 가는 것이 불편했지만 기차나 버스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했지요. 그러다보니 충동적으로 교외로 외출 하던 버릇이 자제되고 계획성 있게 주말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정작 큰 불편은 마트 쇼핑이었어요. 처음엔 불편했지만 차츰 동네 슈퍼나 생협을 이용하면서 들 수 있을 만큼의 물건을 사면서 오히려 버리는 물건들이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남편의 불만이 줄었지요. 마트에 가서 마냥 기다리는 일이 훨씬 줄어들었고 주말 주차 전쟁에서 자유로워졌으니 불만이 줄 수 밖에요. 그래도 아이들 음료수나 쌀 등 무거운 식료품을 많이 사야 할 때는 나눔카를 2~3시간 정도 대여해서 쓰거나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요즘은 배달 문화가 발달해서 배달을 시킬 수도 있었으나 왠지 싫더라구요. 집안의 인터폰이 고장나서 귀찮기도 했구요.ㅋㅋ 배달은 가끔 하는 온라인 쇼핑 외에는 거의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나눔카.jpg 
(집에서 5분거리 공영주차장에 있는 나눔카. 예쁜 토끼 그림은 덤.)

어찌어찌 일년이 지나갔습니다. 그사이 어떤 차를 살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작은 소형차부터 외제차까지 보고 다녔죠. 실제로 계약까지 하기로 했던 적도 있었지만 당장 차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조금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1년전에 사고난 차를 폐차하면서 받은 500여만원의 자동차 보험 보상금을 가지고 더 행복한 고민을 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가족 여행을 꿈꾼 것이었죠. 그리고 한달이 넘는 가족 여행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돈이 없어 또 당분간 차 없이 지내기로 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1년여 동안 차없이 두 아이와 다닌 덕분에 여행도 가고 차 없이 지낼 결심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공연히 우리집은 차 없는 집이 되었습니다. 
주변에 차로 가까운 학원이나 수영장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분들도 많았지만 저희는 셔틀버스를 타던가 마을버스를 이용하거나 급할 때는 택시를 타고 걸어다녔습니다. 때로는 차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얻어타기도 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날엔 수영장에 오가기가 힘들었지만 꿋꿋이 걸어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한달에 한 두번 나눔카를 평일에 싸게 빌려 식료품 쇼핑을 하거나 근교 스키장을 다녀오기도 했구요.
나눔카2.JPG
(집 근처에는 5분, 10분 거리에 나눔카 서비스 주차장이 있습니다. 공영주차장에 차가 세워져있는데 무인으로 운영되는 나눔카이지요. 캐릭터가 그려진 나눔카. 이 차를 타고 스키장에 가는 날에는 아이들이 아주 즐거워 했답니다.^^)

그렇게 또 1년을 지냈습니다.
차가 있으면 편리하겠다 생각은 들지만 꼭 있어야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아이들도 이제는 제법 잘 걸어다녀서 자가용이나 택시를 타면 오히려 멀미가 난다며 버스나 기차를 선호하지요. 가끔 집안의 어른들을 모시고 다녀야할때는 면이 안서거나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운동하는게 좋다며 이해해주십니다.
참 그리고 작년 10월 우연히 관리사무실에 들렀다가 차가 없으면 관리비에서 일정금액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급 적용을 받기로 했지요. 그래서 올해도 차 없이 지내볼까 생각중입니다.^^

어제 우연히 1월 아파트 관리비 내역서를 보게 되었어요. 관리비 내역서는 바로 종이 쓰레기가 되서 안가져오곤 했는데 둘째 아이가 칭찬 받으려고 챙겨왔길래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죠. 그랬더니 자동차 1대를 추가하여 주차료를 더 내는 집과 차가 없어서 주차료를 내지 않는 호수가 공개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알았지요. 우리집 말고 차가 없는 집들이 생각보다 꽤나 많다는 것을요.
저희 아파트는 한동짜리라 전체 126세대인데 그중 7세대(5%)가 자동차 2대이고, 18세대(14%)가 자동차가 없었습니다. 자동차 1대 소유 세대는 101세대로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저희집도 친정 아버지 차, 동생 차로 자동차 3대의 주차료를 낸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차가 없는 집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에너지수호천사단에 가입하면서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는 수호 천사로 차 없이 지내는 아빠를 인터뷰하기도 했답니다.

도심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차 없이 지내는게 뭐 특별할 것은 없겠지만 스스로 기특해하며 적어보았어요. 이러다가도 불쑥 자동차 영업점에 가서 차를 보거나 중고차를 물색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차 없는 우리집은 불만이 없답니다~^^

사진 몇장 더 올려요
나눔카3.JPG
(이런 차도 있어요. 중형차도 있고요. 외제차가 있는 곳도 있답니다. 시행된지 오래지 않아 차 옵션은 별로 없지만 새차들이 많답니다. 처음 이용할때 지하 2층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전자키가 고장이 났는지 문제가 있기도 했지요. 나눔카를 이용할때 무인 운영이기 때문에 차를 타기 전에 파손된 부분이 있는지. 있으면 사진을 찍어 미리 전송을 하고 이용합니다.)

나눔카4.JPG
("아빠 위험하다니까". 강원도 친정집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입니다. 8시 넘은 시간이었는데 기차역엔 안개가 가득해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납니다. 운전 안해도 되는 남편은 신이났습니다. 반면에 저는 더 많이 손에 들려주고 싶은 친정 엄마 마음을 뒤로 하고 무거운 짐들을 나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친정 엄마는 택배를 이용하시곤 했지요.^^)

나눔카5.jpg
(동네 인도의 낙엽들. 아이 미술학원에 가는 길입니다. 셔틀이 없는 학원이라 걸어서 좀 가야했는데 데려다 주고 와서 조금 앉아 있으면 또 데리러 가야하는 시간이 되더라구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이런 멋진 풍경도 같이 감상하며 걸었네요.)

나눔카6.jpg
(주말 아침 9시 40분? 한글박물관 놀이터 예약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갔지요. 아빠는 부시시하게 잠을 깨고 있는 반면에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추운 겨울 장갑, 모자, 지하철 탑승을 위한 카드 및 가방은 필수!. 짐은 가급적 만들지 않고 장바구니나 비닐봉지 챙기면 좋아요. 차가 밀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라 자가용이 있었다면 편하게 갔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라면 네식구인지라 택시를 이용하면 굿~)
 
* 최근에 오래된 대형차를 없애버렸다는 지인에게 나눔카를 이야기해주니 좋은 정보라고 좋아하시더라구요. 그분은 저희집보다 나눔카 주차장이 더 가까웠는데 모르셨나봐요. 가끔 이용하시는지 모르겠네요.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59 [살림] 3인 가족 ‘적정 주거면적’은 얼마나 될까 image 베이비트리 2015-03-19 4497
58 [살림] 아빠의 낡은 창고가 품은 딸의 집 image 베이비트리 2015-03-05 3579
57 [살림] 나에게 딱 맞는 방, 가구 매장에서 골라볼까 image 베이비트리 2015-02-26 4108
56 [살림] 서재도 아닌 창고도 아닌 작은 방 구출작전 image 베이비트리 2015-01-29 5944
» [살림] 우리집 자동차 없이 2년 imagefile [8] yahori 2015-01-27 7393
54 [살림] 마당있는 전셋집 내 집처럼 고쳐 살기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11-27 10239
53 [살림] [한겨레 프리즘] 월세쇼크 / 안선희 imagefile [1] 베이비트리 2014-11-17 3574
52 [살림] 이케아 세대, 취미는 살림 바꾸기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10-30 6132
51 [살림] 숲을거닐다 님께 - 스타킹 활용법 imagefile [1] anna8078 2014-10-07 3286
50 [살림] 올 나간 스타킹 활용법 ㅠ.ㅠ [2] 숲을거닐다 2014-10-07 5060
49 [살림] 그 집의 문턱은 왜 닳았을까 imagefile [3] 베이비트리 2014-08-28 6921
48 [살림] 농부 우경님에게 산 옥수수, 옥수수 맛있게 삶는 법 imagefile [6] 양선아 2014-08-07 3766
47 [살림] 우리, 장롱 속까지 통하는 사이예요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7-17 7105
46 [살림] 남편의 실내 텃밭 imagefile [5] 푸르메 2014-06-29 6595
45 [살림] 텃밭 바라보기 imagefile [14] 난엄마다 2014-06-28 5364
44 [살림] 햇살 가득 집 안으로 끌어오는 발코니의 재발견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6-26 7288
43 [살림] [수납의 달인] 높은 천장 활용법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6-26 4578
42 [살림] 벌써 한여름더위…전기요금 폭탄 맞을라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6-16 3691
41 [살림] 5개월이 지났다 - 올해 안에 이루고 싶은 작은 꿈 imagefile [6] 일회용종이컵 2014-05-29 3608
40 [살림] 층간소음 걱정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image 베이비트리 2014-04-23 6462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