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덜어내고 정리하기
정리 컨설턴트 유지선 대표와 함께 정리한 esc 독자 양윤정씨네 옷장 이야기
“정리의 첫 단계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꺼내놓는 겁니다. 옷장과 서랍에 들어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낼 거예요. 그중에 버릴 것과 기부할 것을 골라 각각 이 비닐봉지에 넣어주시면, 나머지는 가족별·계절별로 분류해 제자리를 잡아드리겠습니다.”

mh@hani.co.kr " alt="유지선 대표가 서재 붙박이장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미향 기자 지난 2일 오후 2시20분, 서울 창전동 양윤정(34)씨의 안방에 얇은 이불이 한 장 깔렸다. 정리 컨설턴트인 유지선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가 붙박이장과 그 옆 서랍장에서 옷과 소품을 그 위로 죄다 꺼내놓으며 양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양씨는 옷들을 골라냈고, 유 대표와 함께 온 정리 컨설턴트 현정미 매니저는 이불 위에 구획을 나눠 바지, 긴팔 윗옷, 스타킹, 여름옷, 실내복 등을 각각 쌓기 시작했다. 양씨와 남편, 4살과 생후 7개월 된 두 아들이 사는 방 4칸짜리 이 아파트엔 방마다 붙박이장이 하나씩 설치돼 있는데, 안방엔 양씨, 서재와 문간방엔 남편, 아이 방엔 아이들의 옷가지를 넣어두고 지냈다. 얼핏 보기엔 잘 정리돼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양씨가 “찾는 게 일”이고 “옷을 찾으려 할 때마다 스트레스”라고 할 정도로 뒤죽박죽인 채였다. 지금은 그나마 육아휴직 중이라 낫지만, 내년 1월 복직해 출근을 시작하면 일상을 어떻게 꾸릴지 막막했다. “복직을 앞두고 여러가지로 심란한데, 집안을 이렇게 두고 출근했다간 더 복잡해질 것 같았어요. 옷장부터 정리하고 새롭게 단장하면 마음이 좀 홀가분해질 것 같아요.”

mh@hani.co.kr " alt="정리 컨설턴트 유지선 대표(왼쪽)와 현정미 매니저가 서랍장의 모든 물건을 꺼내 분류하는 모습. 사진 박미향 기자 집안 상황을 파악한 유 대표는 가족별로 옷을 나눠 수납하는 이 집의 기본 원칙은 유지하되, 좀더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절별 분류’라는 기준을 하나 추가했다. 남편 옷을 서재 한곳으로 모으고, 문간방엔 네 가족이 지금 입지 않는 여름옷을 보관하자는 것이다. 유 대표는 “별도의 옷방이 있거나 옷장이 큰 집이라면 굳이 철을 나눠 넣어둘 필요가 없지만, 이 집은 붙박이장인데도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지금 입는 옷과 그렇지 않은 옷을 따로 두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다닐 때 입던 치마에
남편 군 시절 ‘깔깔이’까지
버리거나 기부할 것 가려내고
가족·계절로 나눠 넣으니 깔끔

옷장 안에 있던 옷들은 금세 방바닥 위 ‘옷동산’으로 변했다. 옷이 몇 벌 없는 것 같고, 그나마 입을 옷은 더 없는 것 같은데 꺼내놓고 보니 지나치게 많다. 유 대표가 말한다. “물건을 둘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는데, 내가 가진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르니 쌓이고 쌓여서 정리가 안 되고, 정리가 안 된다고 수납상자 같은 걸 사들이니 물건은 더 늘어나 정리를 못 하는 악순환이 생겨요. 평균적으로 여성은 180여벌, 남성은 120여벌의 옷을 갖고 있는데 실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60~70벌이면 충분합니다.” 현 매니저도 거든다. “물건이 없으면 어지를 수가 없어요. 방문했던 곳 중 어떤 집은 한 사람 팬티만 100장이 넘는 곳도 있었어요. 물건에 심하게 집착하거나, 쇼핑 중독인 거죠.” 이런 문제 때문에 혼자 정리를 못 하고 정리 컨설턴트의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10자짜리 옷장과 화장대를 정리하는 덴 30만원, 4인 가족이 사는 30평대 집 전체를 정리하는 덴 120만~1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버리지 못해 ‘잡동사니’ 속에 파묻혀 살다 못해 전문가의 손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양씨의 옷장엔 대학 다닐 때 입던 치마에 목 늘어나고 누리끼리해진 티셔츠가 한가득이었다. 오래돼 입지 않는 옷을 버리지 않고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게 문제였던 셈이다. 남편의 옷장에선 군 시절 입던 ‘깔깔이’까지 나왔다. 유 대표의 조언에 따라 △최근 1년 동안 안 입었고, 앞으로도 안 입을 것 같은 옷 △이염이 심한 옷 △보풀이 심해 손질조차 할 수 없는 옷 등을 버리는 봉투에 넣었다.

여름옷을 문간방으로 옮긴 뒤, 걸 옷은 걸고 갤 옷은 개기 시작했다. 양씨는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난 옷을 세탁소에서 씌워준 비닐째로 옷장에 걸어두고 있었다. 유 대표가 손끝 맵지만 품 넓은 큰언니처럼 또 한번 조언했다. “이렇게 두면 드라이클리닝에 쓰인 약품 냄새가 옷에 남고, 습기가 찰 수도 있어요. 세탁소에서 가져오면 바로 비닐을 벗겨 베란다에 하루 정도 두고 통풍을 시킨 뒤 옷장에 넣는 게 좋습니다.” 폭이 넓은 옷걸이를 쓰면 옷을 많이 걸 수 없고, 얇은 세탁소 옷걸이를 쓰면 어깨가 툭 튀어나온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개당 300~500원가량에 판매하는 ‘논슬립 행거’를 이용하면 이런 문제 없이 옷을 보관할 수 있는데, 벨벳보다는 플라스틱 소재가 낫다는 귀띔도 해줬다. 옷을 걸 땐 짙은 색에서 옅은 색 순서로, 긴 옷에서 짧은 옷 순서로 걸고, 옷장 전체의 70~80%만 채워야 찾아 입기도, 보관하기도 좋다고 한다.

mh@hani.co.kr " alt="양윤정씨네 안방 서랍장을 정리하기 전.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alt="양윤정씨네 안방 서랍장을 정리한 후. 사진 박미향 기자 다음은 옷을 갤 차례. 약간의 ‘요령’을 터득하면 같은 양의 옷도 더 많이 보관할 수 있고, 옷 모양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기본은 접힌 모양이 사각형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윗옷은 세로로 반을 접지 말고, 개고 난 뒤 목 부분 전체가 보이도록 개는 게 좋고, 후드티는 갠 몸통 부분을 모자 속으로 집어넣으면 깔끔하다. 청바지는 엉덩이 쪽의 튀어나온 부분을 접어넣으면 손쉽게 갤 수 있다. 양말은 발 모양대로 펴고 짝을 맞춘 뒤 3등분으로 접고, 발가락 부분을 발목 쪽에 쏙 집어넣으면 된다. 이렇게 갠 옷가지를 종류별로 서랍장과 바구니에 나눠 담았다. 바구니는 버려지는 공간 없이 옷장 구석구석 활용하기에 좋다.

mh@hani.co.kr " alt="정리된 양씨네 안방 붙박이장. 사진 박미향 기자 4시간이 훌쩍 흘렀다. 버리거나 기부할 옷, 쓰레기가 50ℓ짜리 비닐 5개를 꽉 채웠다. 철 다른 옷, 안 입는 옷이 뒤엉켜 있던 붙박이장 속 서랍에 청바지와 티셔츠, 속옷이 옷가게 판매대에서처럼 ‘각’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을 본 양씨의 남편이 “허…. 나한테 이런 티셔츠가 이렇게 많았어?” 하고 놀랐다. 유 대표가 말했다. “물건을 소중히 여긴다는 건 오래 갖고 있는다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걸 잘 쓰는 거예요. 물건에 휘둘리지 마세요. 샀다면, 산 만큼 버려야 합니다.”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에서 옷 개는 요령이 담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머릿속까지 개운해지는 정리 꿀팁 9가지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덜어내고 정리하기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쓴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한국에서 2012년 출간된 뒤 18쇄가 찍혀 나왔다. 집안 정리의 철학부터 소소한 방법론까지 담긴 이 책이 인기를 끈 건, 그만큼 정리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리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막상 시작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막막하고, 기껏 정리를 해도 금방 흐트러지기 십상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삶을 잘 정리할 수 있는 ‘꿀팁’ 9가지를 모아봤다.


1. 가진 물건을 다 꺼내라

정리를 하려면 내가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다 꺼내놓으면 그동안 얼마나 쓸모없는 물건들을 이고 지고 살았는지도 깨닫게 된다.

2. ‘수납 지도’를 그려라

물건을 집안 어디에 둬야 가장 편할지를 결정한 뒤에 수납해야 한다. 가족별·계절별로 분류하고, 사용빈도를 고려한다. 행거, 바구니, 압축봉 등을 활용해 기존 공간의 틈새도 최대한 쓸모있게 만든다.

3. 포장을 뜯어라

새 물건은 집에 들인 즉시 포장을 뜯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보관한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구입했더라도 모두 포장을 벗기고, 당장 쓰지 않을 만큼은 한데 모아 보관한다. 그래야 보관할 때 차지하는 자리를 줄이고, 꺼내 쓸 때 편리하다.

4. 수납용품을 들이지 마라

대부분의 경우 리빙박스, 공간박스 같은 수납용품 자체가 또 다른 짐이다. 수납할 공간이 부족하다면, 쓸데없는 물건을 버리거나 나눠줄 때가 됐다는 뜻이다.

5. ‘살 빼면 입을 옷’은 따로 모아 보관하되, 한 계절이 지나도 못 입는다면 정리하라

갑자기 살이 쪄서 작아진 옷, 매우 마음에 드는데 입을 수 없는 옷 등은 별도의 상자에 넣어 보관해둔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입을 수 없다면 과감하게 버리거나 나눠주는 게 집안 정리에도, 정신 건강에도 좋다.

6. 모든 물건에 제자리를 만들어라

정리는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일이기도 하다. 옷장 안에서 옷을 꺼낸 뒤 빈 옷걸이와 갈아입은 실내복을 넣어둘 바구니를 옷장 안에 두거나, 가방 속에 굴러다니는 열쇠와 지갑 등을 넣어둘 바구니를 현관에 두는 식으로 모든 물건만의 공간을 두는 게 좋다.

7. 수량의 상한선을 정하라

속옷은 7벌, 냄비는 5개 등으로 필요한 물품의 상한선을 정해두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8. 블로그 따라하지 마라

마음을 혹하게 만드는 블로거들의 집은 대체로 업체의 ‘협찬’으로 꾸며져 있고, 협찬이 아니라도 그 집의 상황에 맞게 정리돼 있기에 무작정 따라해선 안 된다. 특히 수납용품, 정리용품을 보는 족족 샀다간 그런 제품더미에 짓눌릴 수도 있다.

9. 이름표를 붙여라

수납장 앞에 이름표를 붙여두면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가 있다면 갖고 놀던 장난감이나 읽은 책을 이름표 붙은 수납장이나 책장에 넣도록 하면 놀이를 하듯 정리에 흥미를 느낀다.

조혜정 기자

도움말: 유지선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위 내용은 2015년 12월 9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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