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글 글자수 제한 기능 때문에 생각을 조리있게 다 담아내기가 힘든 것 같아 저도 다른분들이 가끔 쓰시는 RE 형식으로 한 번 써봅니다- 아래 글에 덧글을 여러 개 달았었는데 영 보기에 좀 그래서요. 아이 낮잠 자는 틈을 타 조금 더 써보려구요. 


우선 어른아이 님, 또 여기서 눈팅 많이들 하고 계실 직장맘님들께..

혹여라도 저나 여기 다른 분들이 아이를 기관에 보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대놓고든 은근히든) 풍기는 글/덧글을 올리더라도 그것 때문에 자책하거나 기분 나빠 하시거나 눈치 보인다고 하시지 말고 마음껏 글 올려주심 좋겠어요. 어른아이 님이 원글에서 그런 부정적인 견해들 때문에 이런 속풀이 글 올리는 것도 조금 꺼려진다고 하셨는데, 그건 어른아이 님이 '뒤끝'있는 분이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분위기들이 사회적인 모종의 압력으로 엄마들을 짓누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전업맘 중에서도 좀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전업으로 아이를 돌보고 있으면서도 직장맘들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영아 때부터 기관에 맡기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때의 이 '비판'이라는 것은 물론 엄마들을 향한 게 아닙니다. 이런 현실을 살게 하는 우리 '사회'를 대놓고 비판하고 개선해 나가자는 입장입니다.  


일전에 어느 글에 덧글을 달면서, "맞벌이 가정 부모들이 영아 때부터 아이를 기관에 맡기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썼는데, 거기에 어른아이 님이 알듯 모를 듯한 덧글을 다셨을 때 갸우뚱 했었어요. 아마 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말에 상처 받으셨나봐요. 그런데 그건 오해입니다.사실 영아 때부터 기관에 맡기게 되는 현실을 누군들 그리 '바람직하다'고 생각할까요? 이건 당연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입니다. 자꾸 기사거리가 되어야 하는 일이고요. 그래서 저는 베이비트리 같은 공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들이 아빠들이 시터들이 기관교사들이 이러저러한 고충들을 털어놓으면, 여기 기자분들이 좀 더 구체화해서 기사로 내놓고, 그래서 이슈가 되고, 정책/인식 개선으로 이어지고..이런 고리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가 번갈아 가며 길게 길게 유급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환경,한 사람 월급, 학생 신분으로서의 조교 월급 따위로는 양육비를 댈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우리는 아이를 기관에 맡기게 됩니다. 이 죽일 놈의 사회는 그렇게 엄마들을 내몰아 놓고는, 또 한쪽에선 "아이는 세살때까진 엄마가 품어 키워야 한다"며 일하는 엄마들에게 죄책감을 씌워대죠. 전업맘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남편이 학생이라 점심, 저녁 식사를 꼬박꼬박 남편과 같이 하고, 남편이 요리며 기저귀 빨래를 다 하는 사람이라 엄청 '널널한' 육아를 하는 편인데도 18개월 애 하나 감당하기 벅찬 날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엄마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소모되어 하루 하루 살기가 힘이 든다면, 먼저 엄마의 건강을 찾기 위해서라도 잠깐 기관에 의지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또 이 죽일 놈의 사회는 그 기관 하나 보내는 것마저도 쉽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맞벌이가 아니면 우선순위에 끼지 못하고, '저소득층' 분류에 들어가려면 진짜 '찢어지게' 가난해야 하고, 학생맘들은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지 못해 아무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등등. 


쓰다보니 이건 제 속풀이 같으네요..;; 


암튼, 결론은 그렇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말을 쓰는 게 결코 '핑계'일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 키워보니까 그렇던데요. 남편과 둘이서만 산후조리하고 키우고 밥 해 먹고 살림 살고 돈 벌며 공부하며 살려니 아둥바둥, 죽을 동 살 동, 그렇게 되더라구요. 주변 사람들이 건네 주는 정서적, 물리적 도움과, 사회 시스템이 주는 경제적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희는 저희 애 18개월도 못 키워내고 탈진해 죽었을 지도 모릅니다. 아하하. 


그래서 우리는 자꾸 공동체, 공동 육아, 이런 데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스템을 완전히 흔들어 바꿀 수 없다면, 우리가 시스템 안에서 균열을 내 보는거죠. (사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과는 반대되는 얘기긴 해요. 저는 시스템을 흔들어야 한다는 쪽이거든요. 시스템 안에서 '대안'을 찾는 것도, 그 '대안적 자원'에 접근 가능한 사람들--경제적, 정서적, 지적, 신체적인 조건이 어느 정도 이상 되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거라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이라고 생각해서요. 하지만 그게 단시간에 안 되는 일이니까..시스템 안에서 균열 내는 작업을 계속 함과 동시에 바깥에서도 흔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요즘은 시스템 안에서 대안 찾기에도 긍정의 표를 조금 더 던지고 있네요) 


그러면서 좀 더 현실적인 접근들도 같이 하는 건 어떤가요? 법정보육시간 문제를 행정적으로 접근해서 좀 더 늘리게 요구한다든가, 기관 보육 우선권 문제에서 나타나는 맹점/사각지대를 없애도록 요구한다든가 하는.. 저 아까 댓글에도 썼었는데, 정말로 그 우선권 관련 '우스개소리'가 진짜 그럴 수도 있나요? 처음엔 그저 우스개이겠거니 했는데, 해외체류자 보육비 지원 관련 문제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해외체류자 자녀들도(5세 미만) 보육비를 지원 받을 수가 있는데, 그게 저희 같이 형편이 안 돼서 3년째 한국 못 가고 있는(비행기 값....ㅠㅠ) 사람들은 못 받고, 여유 있어서 한국 자주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받더라구요. 저희는 애 태어나고 나서도 아직 한번도 한국엘 못가서 애가 주민번호 뒷자리를 아직 못받았거든요. 이런 거 좀 어이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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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슬
'활동가-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막연했던 그 꿈에 한발 더 가까워진 것은 운명처럼 태어난 나의 아이 덕분이다. 아이와 함께 태어난 희소질환 클리펠-트리나니 증후군(Klippel-Trenaunay Syndrome)의 약자 KT(케이티)를 필명으로 삼아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라는 제목의 연재글을 썼다. 새로운 연재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은 아이책, 어른책을 번갈아 읽으며 아이와 우리 가족을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함께 잘 키워내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과 삶을 꾸려내고 싶다.
이메일 : alyseul@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alyson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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