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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도의 동백터널.

[매거진 esc] 여행 - 경남 거제도 남동부 바닷가 여행

“숭어떼 몰려오모 인자 봄인기라”

수천마리 숭어 그물로 들어올리는 옛날식 고기잡이 ‘숭어들이’ 한창에 동백꽃 지천

“잠깐! 오는갑다. 저어기 쫌 보소. 진짜 왔데이!” 거제도 다대마을 바닷가 산비탈에 세워진 허름한 망루(숭어막). 따가운 봄 햇살 반짝이는 바다를 3시간 넘게 지켜보다 포기하고 내려갈 준비를 하는 중인데, 마침내 왔단다. 거제도에 봄을 몰아온다는 물고기 숭어다.

숭어 망보기 경력 50년째인 임정근(79)씨와 16년 경력의 윤길정(56)씨가 번갈아가며 누누이 가리키는 곳을 아무리 뚫어지게 바라봐도, 보이는 거라곤 학꽁치 잡으러 몰려다니는 오리들과 반짝이는 물결뿐이다. “출동하이소! 한 사오백마리 안 되겠나.” 윤씨가 포구의 대기조에 연락하고, 임씨가 엔진 시동 키를 돌려 바다에 설치한 그물을 서서히 들어올리자, 드디어 숭어 떼가 모습을 드러냈다. 갇힌 그물을 뛰어넘으려 물을 박차고 솟구치는 숭어들의 번득이는 몸매가 멀리서 봐도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이놈들 몰려오모 인자 봄인기라.” 숭어는 이른 봄부터 거제도 어민들을 분주하게 만든다. 숭어 떼가 몰고 온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난 거제도 남동부 바닷가 여행을 다녀왔다. 붉은 동백, 노랑 수선화, 매화가 한창이고, 해안가 길섶엔 개나리·진달래·생강나무 꽃들도 와글와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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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숭어를 배로 옮기는 어민들.

퍼덕이며 봄바다 깨우는 수백·수천마리 숭어떼

‘숭어들이’는 2월말부터 5월까지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 등에서 행해지는 옛날식 고기잡이다. 해안을 따라 수심 10여m의 얕은 바다에 미리 그물을 깔아 둔 뒤, 산자락 망루에서 지켜보다가 회유하던 숭어 떼가 그물 안으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들어올려 잡는다. 레이더에 음파탐지기가 일반화된 시대에 아직도 이런 아날로그식 어업이 있나 싶지만, 어르신들 말씀을 들어보면 그럴 만도 하다.

“숭어가 차암 영리한 놈인기라. 요래 해야 가장 학실히, 또 억수로 마이 잡을 수 있는 기라.”(윤길정씨) 산란기인 가을철엔 숭어들이 뿔뿔이 흩어져 활동하지만, 이른 봄엔 수백·수천마리씩 무리지어 연안을 돌며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워낙 빨리 이동하는데다 후각이 발달해, 다가가기보다는 기다렸다가 잡는 게 최선이라고 한다.

“옛날 어른들이 ‘숭어는 사또 죽은 넋’이라꼬 합디다. 구석구석 돌아대니는 사또맨쿠로 해안을 따라 돌아오니께네.”(임정근씨)

숭어들이는 본디 6척의 배와 27명의 일꾼이 한 조가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숭어를 탐지하고 잡아내는 방식(육소장망 어업)이었다. 2명이 망을 보고, 25명은 6척의 배에 나눠 타고 설치된 그물 양쪽에 3척씩 대기하고 있다가, 망루에서 신호가 오면 일제히 그물을 끌어당겨 잡아올렸다.

하지만 요즘은 유압식 엔진의 힘으로 그물을 들어올리고 휴대전화로 연락하므로, 7~8명이 한 조가 돼 움직인다. 2명은 망루에, 나머지는 포구에서 기다리다가 연락이 오면 출동한다. 망루에선 2월말부터 5월까지 2명이 매일 출퇴근하며 숭어 떼가 오는지를 살핀다.

배 6척과 일꾼 27명이 하나돼
일사불란하게 숭어 잡던 방식
요즘은 7~8명이 한조로 움직여
동백꽃 절정 장사도
전망대선 거제·통영 섬무리 한눈에

이날 잡은 숭어는 400여마리, 두 망루꾼의 예측은 정확했다. “이기는 잡은 기도 아이요. 칠팔천에서 만마리는 돼야 잡았다꼬 하는 기지.”(임씨) 거제도에선 다대·다포·대포·학동·홍포·양화 등 6곳에서 해마다 ‘숭어들이’가 벌어진다. 회로 먹고 구워서도 먹는 숭어는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잡은 것을 제일로 친다. 여름 가까워지면 살이 물러지고 맛이 떨어진다.

거제도 6개 포구에서 잡은 숭어는 대부분 곧장 활어운반차에 실려 전국 대도시로 운반된다. 6개 포구와 저구항 등의 일부 식당에서 회와 구이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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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0일 ‘숭어들이’로 잡은 숭어를 들고 기뻐하는 다대마을 어민.

동백 덮인 ‘뉘비섬’(누에섬) 전망도 빼어나

장사도는, 요즘 새로 뜨고 있는 ‘동백섬’이다. 통영에 속하지만 거제도에서 더 가깝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구실잣밥나무(구슬잣밤나무) 등 난대림으로 덮인 섬으로, 60% 이상이 동백숲이어서 ‘까멜리아’(카멜리아·동백나무)란 별칭으로 불린다. 길이 1.9㎞, 평균 폭 400m에 최고봉이 해발 108m인 장사도는 개인 소유의 섬이다. 역시 개인 소유인 ‘인공 정원’ 섬으로 잘 알려진 외도와 달리, 손을 비교적 적게 대고 자연미는 살려 섬의 4분의 1가량에 탐방로를 조성해 4년 전부터 관광객을 받고 있다. 섬에서 숙박이 안 되는 것은 물론, 탐방 시간도 2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요즘 한창 절정을 이룬 것이 동백꽃이다. 늦겨울부터 4월 초순까지 능선 곳곳에서 빽빽하게 우거져 붉은 꽃들을 활짝 피워올린 동백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탐방객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이 100여m에 이르는 ‘동백터널’이다. 산비탈 쪽에선 수백년 된 동백나무들이 가지를 뻗고, 반대쪽에선 새로 심은 동백나무들이 가지를 뻗어 울창한 터널을 이루고 있다.

동백터널에서 사진을 찍던 이혜원·김선주(대전 목원대 4년)씨는 “이 동백터널을 걸어보려고 일부러 왔다”며 “동백꽃도 좋고 섬 전망도 좋아서 정말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장사도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이기도 하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이 섬은 흔히 ‘뱀처럼 긴 모습’이어서 장사도(長蛇島)로 불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일제강점기에 ‘잠사도’를 ‘장사도’로 잘못 적으며 붙은 지명이다. 본디 누에를 닮아 주민들이 뉘비섬(누에섬의 경상도 사투리)으로 불렀는데, 이를 한자로는 잠사도로 적었다고 한다. 실제로 멀리서 바라본 섬 모습은 뱀이 아니라 누에를 꼭 빼닮았다. 섬 주인인 김봉렬(62) 장사도해상공원 대표는 “일본인들이 엉뚱하게 바꿔놓은, 본디 이름 뉘비섬(누에섬)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했다.

섬엔 전망대와 공연장, 갤러리(곧 통영옻칠미술관 장사도분원으로 재개관 예정), 분재원(옛 장사도분교), 섬아기집(옛 주민 황토집 재현), 그리고 식당인 누비하우스와 카페가 마련돼 있다. 물과 전기는 해저케이블을 통해 끌어다 쓴다고 한다.

전망대에 서면 좌우로 펼쳐진 거제·통영 일대의 섬무리가 가슴을 풀어주고, 섬아기집 마루에 앉으면 ‘엄마가 섬그늘에~’로 시작하는 동요 ‘섬집 아기’가, 각기 다른 가수 노래와 연주로 끊임없이 흘러나와 마음을 다독여준다. 섬을 산책하다, 동백꽃잎을 밟고 돌아다니는 돼지 같은 강아지를 만나도 놀라지 마시길. 실은 강아지를 닮은 실제 돼지들이니까. 섬에서 기르는 애완용 돼지 7마리를 가끔씩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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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동백꽃이 절정기를 맞았다.

바람의 언덕 동백꽃, 공곶이 수선화도 활짝

장사도 들고 나는 길에 도장포 ‘바람의 언덕’ 일대에 빽빽이 우거진 동백나무 무리, 그리고 예구마을 뒤 ‘공곶이농원’의 수선화 무리를 감상해볼 만하다. 거제도 동백과 수선화는 4월초까지가 제철이다. 도장포 포구 주변과 풍차가 세워져 있는 ‘바람의 언덕’ 산자락에는 절정의 꽃잔치를 펼치고 있는 오래된 동백나무들이 많다. 팔순의 노부부가 가꾸는 공곶이농원도 샛노란 수선화 무리가 지금 한창이다. 공곶이 오가는 산길과 바닷가 길에선 제비꽃·엉겅퀴꽃 들도 만날 수 있다. 거제도 남동부 해안 드라이브길에도 활짝 핀 개나리와 동백꽃을 볼 수 있다. 바닷가 산자락에선 진달래·삼지닥나무꽃·생강나무꽃 들도 자주 보인다.

대병대도 등 섬무리 전망이 아름다운 여차~홍포 도로는 보수공사(4월말까지) 중이다. 홍포에서 병대도전망대까지만 차로 갈 수 있다.

거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거제도 여행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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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 타고 통영나들목에서 나와 14번 국도 따라 거제대교 거쳐 거제도로 간다. 14번 국도 따라가다 사곡삼거리에서 우회전, 거제면소재지에서 1018번 지방도 타고 내려가면 거제도 남동부 지역(동부면·남부면)에 이른다.

장사도 배편 저구(15분 소요)·대포(10분 소요)·가배(25분 소요)항에서 탄다. 뱃삯은 저구항의 경우 왕복 1만5000원, 장사도 관람료는 별도로 8500원(이상 어른 기준)이다. 토요일엔 4차례, 일요일엔 3차례, 평일엔 대개 2차례지만 손님이 모일 때 운항한다. 장사도엔 음식물과 배낭(불법 채취 예방)을 가져갈 수 없다. 섬에 머무는 시간이 2시간, 섬 입항지와 출항지가 다르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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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쑥국

먹을 곳 학동몽돌해변 주변에 ‘해송횟집’ 등 횟집들이 즐비하다. 각종 생선회와 도다리쑥국(4월 중순까지·사진), 멍게비빔밥·성게알비빔밥 등을 낸다. 지세포엔 멸치쌈밥을 내는 ‘거제멸치쌈밥’, 저구항엔 숭어구이 등 생선구이정식을 내는 ‘해미가’가 있다.

묵을 곳 학동몽돌해변 주변에 펜션·모텔들이 많이 모여 있다. 지세포엔 거제대명리조트가 있다.

거제도 여행 문의 거제시청 관광과 (055)639-4175, 거제관광안내소 (055)639-4178, 장사도해상공원 (055)633-0362, 거제도 환경생태여행 문의 거제에코투어(010-9059-5012).

여행공책

용인 에버랜드가 ‘환상의 시계마을’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 ‘매직타임’을 27일 새로 문 연다. 모둠버섯 소고기국밥, 돈가쓰커리 벤토 세트, 궁바오치킨·볶음밥, 루콜라·고르곤졸라피자, 비프햄버그 스테이크 등 우리나라와 중국·일본·미국·이탈리아 등 5개국 대표 음식 2종씩과 어린이 음식 2종 등 12종의 음식을 차린다. 500석 규모(야외 80석 별도).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의 생태수목원 ‘화담(和談)숲’이 수목과 동물 보호를 위한 겨울 휴장을 마치고 최근 다시 문 열었다. ‘화담숲’은 76만㎡(23만평)의 터에 조성한 대형 생태수목원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이끼원을 비롯해 자작나무숲·암석원·반딧불이원 등 17개의 테마원에서 4300여종의 국내 자생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동국대 평생교육원(edulife.dongguk.edu)이 여행작가 과정 수강생을 모집한다. ‘나의 첫 여행서 출간하기’를 테마로 시인 이문재, 사진작가 신미식, 여행작가 변종모·유연태·우지경, 세계일주 여행가 안병일, 출판인 김산환씨 등이 강의한다. 수료 뒤 공동사진전을 열고 문집도 펴낸다. 수강료 58만원. 강의 4월23일~7월23일 매주 목요일(총 14강). (02)2260-3728.


(*위 내용은 2015년 3월 25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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