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환 제공

[한겨레 매거진 esc] 김산환의 캠퍼캠퍼
쩔쩔 끓는 아랫목은 집에서만

전문 산악인을 애인으로 둔 후배가 있다. 이들 짝은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침낭과 탕파, 그리고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텐트에서 잠을 잔다. 캠핑 바람이 거세게 일면서 이들에겐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오토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전기장판을 가지고 캠핑에 나선다는 사실. 캠핑장에 전기장판은 왜 가져갈까. 의문을 품던 이 커플은 마침내 지난겨울 캠핑장에 전기장판을 가져가 잠을 자봤다. 결과는?

당연히 꿀맛이었다. 바닥이 뜨끈뜨끈하자 비싼 오리털 침낭은 필요가 없었다. 보온장비라고는 탕파가 전부였던 이들에게 전기장판을 깐 텐트는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전기장판을 쓰지 않기로 했다. 전기장판이 주는 편리함과 안락함에 취해 캠핑 본연의 맛을 영원히 잃어버릴 것 같아서다. 이들은 제아무리 추워도 예전처럼 침낭과 탕파, 서로의 체온으로 버티기로 했다.

요즘 캠핑 시설이나 장비 사용에서 전기는 거의 필수가 됐다. 캠퍼들은 캠핑장을 검색할 때 우선 전기 사용 가능 여부부터 따진다. 일단 전기를 쓸 수 없다면 편의시설이 부족한 캠핑장으로 낙인찍힌다. 이 때문에 캠핑장에서도 편의시설의 핵심을 온수와 전기로 보고 시설 투자를 한다. 전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편리함과 경제성이다. 특히 전기장판은 야외에서 잠자기가 불편한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캠퍼들의 가장 든든한 보온장비 구실을 한다. 전기장판만 있으면 침낭이 조금 부실해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하룻밤에 5천원쯤 하는 전기료를 내면 따뜻한 잠자리가 보장되니 마다할 캠퍼가 없다.

캠핑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제품으로는 전기장판과 전기등이 가장 많이 쓰인다. 여기에 전기히터나 전기밥솥, 심지어 커피포트까지 가져오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전기료는 하루에 5천원으로 정해져 있으니 마음껏 쓰자는 생각이다.

그러나 캠퍼들의 이런 이기심은 때로 캠핑장을 공포의 암흑세계로 만들기도 한다. 특히 전기 소비량이 전기장판의 10배쯤 되는 전기히터는 캠핑장 정전 사태의 주범이다. 겨울철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지 않은 캠핑장의 경우 무분별하게 전기히터를 쓰면 정전 사태가 벌어진다. 추운 겨울밤, 부실한 보온장비만 갖춘 채 캠핑을 온 캠퍼들에게 이보다 큰 재앙은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설 캠핑장에는 ‘전기장판을 제외한 전기용품 절대 사용금지’ 경고문이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다.

전기제품은 캠핑의 정서를 해치기도 한다. 캠핑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기등은 자동차 엔진오일 갈 때 흔히 볼 수 있는 ‘작업등’이다. 이 등에서 나오는 빛은 캠핑의 낭만을 깬다. 전기등은 차갑고 강하다.

가스등이나 휘발유 랜턴에 나오는 은은하면서 따뜻한 불빛과는 거리가 멀다. 가스등을 켰을 때의 연소음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소리는 자연이 부르는 소리처럼 들린다. 자연에 목말라하는 현대인들의 지친 영혼을 도닥여주는 ‘다정한 소음’이다.

가을이다. 캠퍼들은 슬슬 겨울 캠핑 준비를 한다. 과연 캠퍼들은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줄 월동장비로 어떤 것들을 선택할까. 이제 좀더 캠핑 본연의 부름에 답해야 할 때다.

김산환의 캠퍼캠퍼 <캠핑폐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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