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앤티크 라디오들이 전시된 카페 라디오 엠 지하층.

[한겨레 esc]라이프
박물관 닮은 카페·식당들…방대한 수집품 전시로 손님 눈길 사로잡아

라디오 갤러리 | 카페 라디오 엠

지난 4월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앞에 문을 연 ‘카페 라디오 엠’은 반전 있는 카페다. 거리와 통하는 1층엔 자리마다 아이패드와 헤드폰을 두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전자음악의 영토다. 지하로 내려가면 앤티크 음악의 세계가 나온다.

지하층엔 피아노처럼 보이는 것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높이 1m, 가로 80㎝ 남짓한 물건들은 실은 카페 주인 강동주씨가 캐나다와 미국에서 수집했던 앤티크 라디오다. 처음 발명됐던 라디오는 이렇게 컸단다. 나뭇조각이며 다리 장식은 앤티크 가구를 닮았다. 1층과 2층 사이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벽엔 강씨가 처음으로 샀다는 풍금만한 옛날 라디오가 올라가 있다. 이곳은 라디오의 성소 같은 곳이다.

2 1층에는 아이패드를 두어 디지털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1997년 캐나다 토론토의 한 앤티크 가게에서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그저 아주 예뻐서 샀어요. 사고 보니 라디오더라고요. 겉모습은 고풍스러운데 속에는 당시 첨단이었던 기기가 들어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고 해서 계속 수집하게 됐죠.” 가게에 나온 그의 소장품은 1916년 초기 라디오 루스 카플러부터 1940년대 플라스틱 라디오까지 50여점 된다. 집에 가지고 있는 것은 훨씬 더 많다. “라디오, 스피커 합치면 100개쯤 될까요. 처음엔 예쁜 것들만 사다가 나중에는 라디오의 기술적 진화를 볼 수 있도록 연대기별로 수집했죠.” 진공관이나 다른 라디오 부속들은 헤아릴 수 없다.

3 1940년대 나온 초기 플라스틱 라디오들.
신기한 것은 나온 지 100년 가까운 라디오들이 지금도 살아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에이엠(AM) 방송 주파수도 잡힌단다. 요즘 전자제품과 사뭇 다르게 수명이 길다는 점도 매력이다.

미술품 경매사인 미국 뉴욕 크리스티에서 아이티 개발자로 일했다는 강씨는 지난해 한국에 돌아오면서 자신이 가진 라디오를 전시하는 카페를 차릴 결심을 했다. “박물관에 가면 몇몇 사람들만 보겠죠. 저는 제 수집품을 더 알리고 싶어요. 박물관에 5000원 내고 들어가긴 아까워하지만 커피 한잔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면 많이들 보러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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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갤러리를 닮은 카페 밈의 외관.
앤티크 전시장 | 양평 카페 밈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한 산기슭을 돌다 보면 돌연히 저택 같은 커다란 건물이 나온다. 누가 이토록 외진 자리에 카페를 지은 걸까. 에밀 위키의 그림이 전시된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안에는 에밀리 빌라니스의 청동 조각, 아르누보 시대의 유럽 램프들, 18세기와 19세기의 시계 등 유럽 앤티크 물건들이 가득 차 있다. 앤티크 전시장과도 닮은 이곳은 앤티크 수집가 윤철현씨가 하는 카페 밈이다.

5 카페 한켠 장식장엔 앤티크들이 전시되어 있다.

5년 전 윤철현씨는 자신이 아끼는 앤티크들을 손님에게 공개하는 카페를 열었다. 이곳은 취향의 전시장이다. 어두운 카페 안에는 여러개의 램프가 불을 밝혔다.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상상력도 끄집어낸다는 8와트 정도의 밝기를 좋아해서 전구를 아예 맞추기도 했다. “앤티크가 사람을 때론 편안하게 하고 많은 영감을 주잖아요. 앤티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지금,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물건을 보면 ‘이건 내 일부야’라는 메시지를 받죠.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전시장에선 물건에 부딪칠세라 몸을 사려야 한다면 이곳에선 앤티크에 편안히 몸을 기댄다. 19세기 장미목으로 만들어진 소파에 앉거나 100년쯤 된 의자에 앉아 아르누보 시대 식탁에서 차를 마신다. 겨울이면 아르누보 시대에 만들어진 벽난로에 불을 지핀다. “짧지만 풍요롭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낳았던 아르누보 시대를 가장 좋아해요.” 윤씨가 좋아하는 것은 또 있다. “시간을 때론 되돌릴 수도 있고 앞으로 휙 보낼 수도 있는” 200년쯤 된 시계들이 여럿 있고, 가스등으로 나왔지만 전기를 넣도록 개조한 램프들도 좋아한다.

6 19세기 만들어진 청동 조각품들.
“램프는 불을 켜서 거기에 비친 얼굴이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봐야 진가를 알 수 있어요. 전시할 게 아니라 켜야 해요. 가끔 손 타는 게 마음 아프지만 어차피 생활용품으로 나온 거니까 두고 보기만 하는 것은 좀 그렇죠. 때론 만져볼 수 있고 써볼 수 있어야 앤티크죠.”

수백점 앤티크를 안고 있는 카페 밈은 3년 전부터 1년에 두차례 앤티크 전시회도 열고 있다. 올해는 10월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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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문화혁명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색으로 장식된 식당 완장.
중국 문화혁명 시대의 기록 | 식당 완장

‘혁명일기 66~76’이란 부제가 붙은 서울 종로구 누하동 식당 ‘완장’은 중국 문화혁명 시대 유물을 모아놓은 곳이다. 티베트박물관 신영수 관장과 실크로드박물관 장혜선 관장이 함께 문화혁명을 주제로 박물관과 식당을 겸한 이색적인 가게를 열었다.

8~9 마오쩌둥 시대의 흉상과 혁명수첩, 홍위병의 군복들.

“재밌잖아요. 중국 사람들은 부끄러운 역사라고 하는데, 그것도 분명 역사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격동의 역사죠. 유물 면에서 보면 인민들에게 혁명사상을 주입하기 위해 각종 생활용품에 과격한 혁명구호를 집어넣었던 점이 재밌고요.” ‘왜 하필이면 문화혁명이냐’는 질문에 장혜선 관장은 이렇게 답한다.

8~9 마오쩌둥 시대의 흉상과 혁명수첩, 홍위병의 군복들.
2000점 가까운 완장의 수집품들은 중국 근현대사 유물을 모아온 신영수 관장의 수집품 일부다. 식당을 들어서면 전면에 ‘혁명대비판’이라는 문화혁명 시기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손으로 직접 그린 것으로 중국 현대미술에 끼친 영향을 볼 수 있어 신 관장이 가장 아끼는 것이란다. 가게 귀퉁이에 얌전히 접힌 깃발을 펴니 ‘마오(쩌둥) 주석 만세!’라는 글귀가 펼쳐진다. 당시 인민재판과 군중 선동 때 빠지지 않던 깃발이다. 거울에도 문틀에도 베개에도 온통 혁명을 독려하는 문구다. 차 한잔을 마시면서도 다기에 새겨진 ‘혁명 무죄’나 ‘마오 주석은 우리 마음 가운데 붉은 태양’이라는 글귀를 읽으며 마셔야 했던 시절이었다. 1995년 신영수 관장이 처음 수집에 나설 때만 해도 중국에선 문화혁명 비판이 한창이라 다들 가치 없게 여겼지만 지금은 중국 본토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귀한 자료가 됐단다. 

8~9 마오쩌둥 시대의 흉상과 혁명수첩, 홍위병의 군복들.
신영수 관장이 모아온 문화혁명 관련 유물은 1만여점. 박물관에 전시되기를 꿈꿨던 기물들이 식당에 나왔다. “삼청동에서 처음 티베트박물관을 열 때는 박물관 문화가 번성하길 꿈꿨다. 그런데 삼청동이 번성할수록 박물관은 어렵더라”는 것이 신 관장의 말이다. 장혜선 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박물관을 다시 찾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요. 사람들 속에 섞여서 함께 호흡하는 생활형 박물관을 꿈꿨는데 잘 안됐으니 쓰임새를 다하라고 식당으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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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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