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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곶자왈 숲길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1일째 숲길 가 제안하는 제주도 3박4일 풀패키지 코스

“하루 한가지씩 테마를 정해 둘러볼 것을 권합니다.” 오름 등 제주 자연경관에 밝은 서귀포시민 김승민(표선면 가시리)씨는 “제주도는 하루는 동쪽, 하루는 서쪽 식으로 둘러볼 수 있는 만만한 섬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테마를 정하고 동선을 잘 짜면, 제주도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며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올여름 휴가여행지로 제주도 선택하신 분들. 서둘지 않으면 항공편도 숙소도 구하기 어려운 섬이니, 일찌감치 여름 제주도 즐길 계획쯤은 짜 놓았을 법하다. 하지만 숙소까지 정해놓고도, 정작 제주도에서 뭘 해야 할지를 콕 찍어 정하지 못한, 막연한 기대감만 품은 분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제주도는 어딜 가든 이국적인 분위기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섬. 그러나 한여름 무더위 속에선 즐길거리가 제한적이다. 인기 있는 올레길 걷기도, 경치 좋은 한라산 산행도, 이색적인 오름 탐방도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선 고행길이 된다. 한여름 제주도에서만 보고 느끼고 먹고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일까? 이걸 가 분야별로 살피고 돌아왔다. 가족여행이든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든 형편에 맞게 고를 수 있는 곳들이다. 화창해도 좋고 비가 와도 좋고 바람 불어도 좋다. 가 추천하는 여정을 따라 숲길과 바다, 계곡을 각각 하루씩 골라서 가는 일정으로 나만의 여행코스를 짜보자.

무더위 피하기 힘든
올레길·산행·오름탐방
벗어나 서늘한 숲길로

먼저,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곶자왈 숲길로 간다. 세계적으로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경관이라고 한다. 곶자왈이란, 화산 분출 때 점성이 큰 용암이 쪼개지며 분출돼 쌓여 형성된 틈이 많은 돌밭 지역을 말한다. 거대한 지하수 저장고이자, 보온·보습 효과로 난대림·온대림·한대림이 공존하는 독특한 식생을 간직한 생태의 보물창고다. ‘제주의 허파, 콩팥’으로도 불리는 여러 곶자왈 지대 중, 온가족이 한두시간이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한적한 숲, 짧고 굵고 진한 숲길로 들어가 보자. 육지 숲과는 분위기 확연하게 다르고 향기도 다른, 찾는 이도 적은, 어둡고 서늘한 원시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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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으뜸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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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문계곡
화순리 곶자왈 생태탐방 숲길 서귀포시 안덕면사무소 부근. 소를 방목해 키우는 목장지대 주변으로, 산방산 부근 해안까지 9㎞에 걸쳐 형성된 곶자왈 지대의 일부다. 2㎞가량의 순환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진한 숲 향기와 함께 소똥 향기가 탐방객을 맞는다. 굽이굽이 이어진 숲길엔 제주도에만 있는 ‘송이’(잘게 부서진 붉은색 화산쇄설물)를 깔아놓아 걷는 느낌이 색다르다. 일부 구간은 자연 그대로의 곶자왈을 체험하도록 했다. 빽빽하게 우거진 종가시나무·꾸지뽕나무·녹나무 등 늘푸른나무(상록수)들 줄기를 타고 오른 덩굴식물들엔 다시 잎이 콩알만한 콩짜개난과 이끼류가 무수히 덮여 있다. 발치엔 고사리류가 지천이다.

그러곤 아무도 없다. 혼자 걷는 어두운 숲길에선 먼데 새소리까지 낱낱이 들려와 숲의 깊이와 두께를 헤아리기 어렵게 한다. 새소리에 젖어 걷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엄마 소, 아빠 소, 송아지…, 소떼 행렬이다. 알고 보니 이 숲길 주인은 소들이다. 일부 구간이 방목하는 소들이 수시로 오고 가는 이동로였다. 방문객은 잠시 길에서 비켜서서 주인의 행차를 지켜보면 된다.

이곳이 오래전부터 소나 말을 방목하던 지역임을 알려주는 게 낮은 성벽처럼 이어진 ‘잣성’이다. 650년 전 제주 목사가 해발 150~600m 한라산 자락 둘레에, 세겹의 성(하잣성·중잣성·상잣성)을 쌓았다고 한다. 소·말에게 풀을 먹이는 지역을 시기별로 구분해, 이동하며 차례로 방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숲길에선 이끼 덮인 성 흔적과 함께 숯 굽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집 울타리처럼 둘러쌓인 돌들은 숯 굽던 곳이거나 머물던 이들이 일군 채소밭 흔적이라고 한다. 울창한 숲길을 빠져나와 전망대에 오르면, 우뚝 솟은 산방산과 군산·월라봉 등 산들과 화순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낮에도 음산할 정도로 어두운 이 길에서 조심할 것은 소똥이다. 젖은 것만 잘 피해 걸으면 된다.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빨리 걸으면 한바퀴 돌아오는 데 40분이면 족하지만, 천천히 걸을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자주 쉬니, 숲도 보고 나무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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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곶자왈 돌탑.
선흘리 곶자왈 동백동산 숲길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본디 동백나무가 많았던 곳이어서 동백동산이란, 다소 맥없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음이온 풍부한 울울창창한 숲길을 거닐다 보면 없던 힘도 저절로 솟아날 듯한 숲이다. 동백나무도 많지만, 구실잣밤나무·종가시나무 등 상록수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한쪽에 ‘탐방로’라 쓰인 작은 팻말을 보고 돌담길 따라 오르면, 개구리밥 가득 찬 조그만 연못이 나온다. 못 둘레에 송이를 깐 산책로를 내, 아주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시 나와 낡은 철문 지나 오르면 본격적인 숲길이 펼쳐진다. 시든 나뭇잎들 깔린 길바닥은 아늑한 가을 느낌인데, 눈을 들면 온통 짙푸른 초록 천장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동백나무가 많았는데, 관목들 우거지니까예 동백나무가 위로만 자람수다. 경허다간(그러다간) 죽어버리고.”(선흘1리 주민 고진기씨·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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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리 곶자왈의 판근목.
이 길에서 만나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주민들이 먼물깍(멀리 있는 물웅덩이 끄트머리)으로 부르는 습지다. 선흘리도 목장이 있던 지역으로, 숲길을 따라 소와 말을 몰고 와 여기서 물을 먹였다고 한다. 선흘리 곶자왈은 평지에 형성된 상록활엽수림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이곳 습지는 지난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먼물깍 앞 안내소에 상주하는 해설사 강택중(35)씨는 “먼물깍은 샘물이 아닌, 빗물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 못”이라고 말했다. 수련의 일종인 순채(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가 가득 들어차 한창 붉은 꽃대를 내밀고 있다. 물가엔 올방개·세모고랭이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이 지역은 ‘제주4·3’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이 일대 숲과 동굴·연못은 사건 당시 주민 은신처이자 희생지였다. 먼물깍 지나 이어지는 숲길은 곶자왈 탐방을 위해 조성한 산책로다. 숲길 반대편 입구까지 갔다 돌아 나오면 된다. 선흘초등학교 터에서 왕복 1시간20분가량.

숲길을 돌아 나오며 중년여성 두분(조천읍 교래리)을 만났다. 놀랍게도 일단 여기 한번 들르면, 숲길 세번 왕복이 기본이라고 했다. “요즘 해안 따라 걷는 올레길이 뜨지만, 우린 공기 맑고 걷기 좋은 곶자왈 숲길을 더 좋아한다”며 “대낮인데도 햇빛이 거의 들지 않아 덥지도 않고, 얼굴 탈 걱정도 없어 너무 좋다”고 했다.

이 밖에 1~2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곶자왈 숲으로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난대림 곶자왈(금산공원),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 등이 있다.

제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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