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정’(이로정) 앞 낙동강변의 저녁 무렵 풍경. 오른쪽 길은 자전거도로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이노정’(이로정) 앞 낙동강변의 저녁 무렵 풍경. 오른쪽 길은 자전거도로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달성군 현풍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동서원·용연사 거쳐 인흥마을·마비정벽화마을까지 1박2일 버스 여행
완행버스 전국여행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중류의 달성군은 대구광역시에 속한 배후 산업도시다. 논공읍·현풍면·유가면·구지면… 낙동강 물줄기와 산자락 사이, 너른 땅마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거나 조성 중이다. 특히 현풍면·유가면·구지면 일대는 산업단지 기반 공사와 도로 공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혼잡하다. 이 와중에도 살아남은 볼거리들이 국도·지방도 따라 끊어질 듯 이어지며 모습을 드러낸다. 대구 도심에서 남서쪽, 낙동강변에 오래된 마을 현풍(玄風)이 있다. 현풍면 소재지의 현풍시외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시내버스를 갈아타며 달성 일대의 볼만한 경치를 찾아갔다. 물론, 텅 비다시피 한 완행버스를 느릿느릿 몰며 구석구석 찾아가는 친절한 운전기사와 함께한다. 달성군 관내 시내버스삯은 모두 1200원이다.

낙동강변엔 선인 발자취들, 물길엔 녹조현상

“주말 서울행 고속버스는 미리 예약하세요.” 현풍시외버스터미널 매표소 직원은 주말 서울편은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 차표를 미리 사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 산업단지가 많아 이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구지면 도동서원까지 하루 7번 오가는 ‘달성4’ 버스 운행시간을 확인한 뒤 현풍할매곰탕을 한 그릇 먹고, 현풍면 소재지의 석빙고를 찾았다. 터미널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 현풍천 물가에 있다. 할머니 한 분이 물가에 앉아 빨랫방망이를 두드리신다. 물이 깨끗하다는 얘기다.

왕릉을 연상케 하는 둥근 언덕이 ‘달성 현풍석빙고’(보물)다. 1730년 영조 때 만들어진 얼음창고다. 뒤쪽의 석실 입구는 닫혀 있지만, 창살을 통해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무지개꼴(홍예구조)의 빙실(길이 9m, 너비 5m)을 들여다볼 수 있다. 2개의 환풍구까지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석빙고라고 한다. 석빙고 옆 나무계단을 잠시 오르면 현풍사직단과 2층 누각인 원호루를 만난다. 토지신과 곡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제단이 사직단이다.

도동서원행 ‘달성4’ 버스는 1시간40분~2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현풍에서 구지면 소재지(창리) 거쳐 40분이면 도동서원에 닿는다. 손님은 거의 없다. 전세 낸 ‘1인승 버스’ 느낌. 할아버지 한 분이 ‘현풍곽씨12정려’가 있는 지리 마을에서 내리고, 할머니 한 분이 창리에서 내리곤 끝이다. 길도 한산해 속도를 낼 법도 하지만, 운전기사는 시속 40㎞ 안팎의 속도를 고집한다. “확 가삐리모 20분이면 될기라. 다 정해진 시간이 있으이께네 이래 가지.”

도동서원 앞의 400년 넘은 은행나무.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도동서원 앞의 400년 넘은 은행나무.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도동서원은 조선 초기의 유학자로 연산군 때 갑자사화에 연루돼 사약을 받은 한훤당 김굉필(1454~1504)을 배향한 서원이다. 강학당인 중정당 등 고색창연한 건물, 멋진 돌담과 축대, 그리고 1607년 심었다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다. “서원 건축물 중 가장 규범적이고 전형적인 형식을 갖춘 대표 서원으로, 도동(道東)이란 김굉필을 칭송해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는 뜻”(해설사)이다. 도동서원은 소수서원(영주)·도산서원(안동)·필암서원(장성)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는 9개 서원 중 하나다.

버스로 오고 가며 만나는 낙동강변 가을 풍경이 그윽하다. 5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4대강 공사’로 강바닥 준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제 평평하고 번듯해진 강 둔치엔 억새가 만발하고, 그 사이에 조성된 자전거길로 자전거족 행렬이 이어진다. 하지만 물빛은 ‘녹차라떼’ 빛이다. 유속이 느린, 부영양화된 하천에 녹조류·남조류가 번식해 벌어지는 녹조현상이다.

구지면 내리(2리) 강변엔 김굉필과 정여창이 만나 풍류를 즐겼다는 정자 ‘이노정’(이로정·二老亭)이 있다. 구지면사무소(창리) 앞에서 의령행 시외버스를 타고 내리2동에서 내려 15분쯤 걸어야 한다. 현 건물은 1915년 개축한 것이다. 이로정 앞에서 바라보는 해질녘 낙동강 풍경이 아름답다.

현풍석빙고·사직단 걸어서 감상
김굉필·정여창 만남 기린 ‘이노정’은
구지면사무소 앞서 갈아타고 가야
용연사·마비정마을 버스편 복잡
버스 놓쳤을 땐 택시 불러 큰길까지

비슬산 자락의 적멸보궁 사찰 용연사

용연사행 ‘달성2’ 버스에 오르는 대학생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용연사행 ‘달성2’ 버스에 오르는 대학생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현풍시외버스터미널 건너’ 정류소에서 12분(평일)~17분(주말) 간격으로 오는 600번 버스를 타면, 산업단지를 돌아 5번 국도를 타고 논공읍 거쳐 화원읍으로 향한다. 옥포초등학교 지나 옥포 ‘간경리2’ 정류소에서 내리면, 길 건너 ‘간경리1’ 정류소나 용연사 쪽으로 꺾어지는 도로변 ‘벚꽃나들 버섯집’ 앞에서 하루 9차례 운행하는 용연사행 ‘달성2’ 버스를 탈 수 있다. 600번 버스는 좌석이 꽤 차지만, 용연사행 버스는 한적하다.

대구에서 시내버스 타고 왔다는 대학생 2명을 만났다. “한달에 한두번씩 문화유산을 찾아 버스 여행을 떠나요. 각자 주먹밥을 싸 갖고 오죠.” 군 복무 뒤 복학했다는 대구시내 대학교의 이창화(23·경제금융 2년)·김성헌(23·외식창업 2년)씨다.

용연사 매표소 주차장이 회차 지점이다. 1시간30분~2시간 뒤에 다시 5번 국도까지 돌아나갈 차편(달성2, 달성5, 600번) 시간을 확인해 둬야 한다. 찻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고즈넉한 고찰 용연사에 닿는다. 사명·인각대사 등 고승들의 자취가 서린, 한때는 승려가 500명에 이르렀다는 절이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석조계단·보물)으로 유명한, 국내 8대 적멸보궁 사찰의 한 곳이다.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은 조선 영조 때(1728년) 건물이다. 단풍이 막 들고 있는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극락전과 앞마당에 선 아담한 삼층석탑(고려)을 감상하고, 천왕문 계단 앞 샘물로 목을 축인 뒤 맞은편 산자락의 단아한 석조물 금강계단을 둘러봤다. 커다란 석종 모양의 부도 무리까지 감상하고 나자 2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경내에 해설사가 대기한다.

인흥마을 수백당 대문 안쪽의 거북장식.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인흥마을 수백당 대문 안쪽의 거북장식.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고택·돌담길이 빛나는 인흥마을·마비정마을

버스를 타고 5번 국도로 돌아나와, 다시 600번 버스를 탄다. 화원삼거리에서 내려 길 건너 ‘화원초등학교 건너’ 정류소에서 ‘달성2’를 타면 남평문씨본리세거지인 인흥마을을 거쳐 마비정벽화마을까지 갈 수 있다(1시간40분~2시간 간격으로 하루 9차례 오간다).

마비정마을의 벽화.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마비정마을의 벽화.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먼저 회차 지점인 마비정마을(본2리)로 가서 1시간여쯤 마을을 둘러본 뒤, 버스를 타고 잠시 내려와 1시간여 동안 인흥마을(본1리) 고택들을 둘러보는 게 좋다. 마비정(馬飛亭)마을은 돌담길과 벽화로 잘 알려졌지만, 옛우물·돌거북·남근석·연리목과 200년 된 고택 등도 볼 수 있다. 골목골목 옛 정취가 풍겨나오는 마을이다.

인흥마을 앞 목화밭에는 목화가 막 하얀 솜뭉치를 터뜨리고 있다. 문익점의 18세손이 1800년대 중반 터를 잡아 형성된 마을이다. 본디 인흥사란 절이 있던 자리다. 목화밭 한쪽에 무너져가는 작은 탑 하나가 절터였음을 알려준다. 1910년에 지은 재실 광거당과 1936년에 지은 강학당 수봉정사, 긴 흙돌담이 이룬 골목길이 두루 아름답다. 문중에 내려오는 2만여권의 전적·문건을 보관하고 있다는 인수문고도 눈길을 끈다. 길 건너편의 인흥서원에도 들러볼 만하다. 고려 때 충신 노당 추적을 봉안한 추계 추씨 서원으로, 추적의 <명심보감> 목판본 31매가 보관돼 있다. 추적의 후손 추영섭(92) 어르신이 상주하며 ‘명심보감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시 ‘달성2’ 버스를 타고 화원읍으로 나와, 600번 버스를 타고 현풍까지 1시간쯤 걸려 도착했다. 서울행(남서울터미널) 고속버스의 막차 출발시각은 오후 6시20분이다. 버스 노선이 복잡하고, 같은 번호의 버스라도 노선이 제각각인데다, 배차 간격이 뜸해 1박2일로는 빠듯한 일정이었다.

달성(대구시)/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달성 여행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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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서울 기준)
 서울시 남서울~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소재지 하루 5회, 동서울~현풍 하루 3회 고속버스 운행. 1만8600원. 3시간30분 소요. 달성군내 시내버스 노선과 시간은 버스를 타고 내릴 때마다 확인해 두는 게 좋다. 버스를 놓쳤다면, 택시를 불러 일단 국도까지 나가서 버스를 타는 게 좋다.

좀더 가볼 곳 구지면 현풍곽씨12정려·홍의장군 곽망우당 묘소, 현풍면 현풍향교, 화원읍 화원휴양림, 유가면 유가사, 현풍도깨비시장(5·10일장), 화원장(1·6일장) 등.

먹을 곳 현풍면 하리 ‘원조 현풍 박소선 할매집곰탕’의 곰탕, 현풍면 비슬로 ‘바다생선구이 전문점’의 고등어·조기 등 생선구이백반, 화원읍 천내리 ‘교동면옥’의 갈비탕·진주식냉면 등. 마비정마을 안 민가들에서도 다양한 먹을거리를 판다.

묵을 곳 숙박 사정은 좋지 않다. 달성 일대 여행객들은 대개 대구시내 숙소를 이용한다. 현풍버스터미널 앞 등 현풍면 소재지 거리에 허름한 모텔이 몇 곳 있다. 논공읍에도 무인텔 등 모텔들이 있다. 화원휴양림엔 콘도식 휴양관과 통나무집이 있다.

여행 문의 대구광역시 관광과 (053)803-6510, 달성군청 관광과 (053)668-3911, 현풍면사무소 (053)668-3307, 구지면사무소 (053)668-3309, 현풍 시외버스터미널 안내 1666-2071, 달성 아리랑택시 (053)635-0505.

(*위 내용은 2015년 10월7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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