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학리 포구 해안. 물질을 마친 해녀가 채취한 성게·해삼을 메고 들고 바윗자락을 오르고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부산 기장군 학리 포구 해안. 물질을 마친 해녀가 채취한 성게·해삼을 메고 들고 바윗자락을 오르고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봄맞이 해안길 드라이브
봄맞이 드라이브 하기에 제격인 부산~울산~경주 해안길 집중해부

온 나라 들판에 봄바람이 훈훈하다. 얼음 녹고 아지랑이 올라 근질근질한 산과 들을 골고루 매만지며 불어오는 이 바람의 진원지는, 남녘 바닷가일 게 틀림없다.

‘화안한 꽃밭 같네 참./ 눈이 부시어, 저것은 꽃핀 것가 꽃진 것가 여겼더니 피는 것 지는 것을 같이한 그러한 꽃밭의 저것….’(박재삼의 시 ‘봄바다에서’의 첫 부분) 우리 여인네의 삶과 죽음을 봄바다의 눈부신 빛깔과 거기 뜬 섬에 빗대 노래한 시인데, 봄바다 묘사가 그림 같다.

봄맞이 주요 해안 드라이브 코스
봄맞이 주요 해안 드라이브 코스

차창 안에 봄바람·봄바다 가득 채우며 해안길·포구길 천천히 달려볼 만한 때다. 지금, 남쪽 바닷가 풍경이 한 굽이 돌 때마다 “화안한 꽃밭”처럼 눈부시다. 굽이굽이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싱그러운 봄 내음, 푸릇푸릇한 봄빛, 자글자글하는 온갖 봄 소리들이 다 담긴 봄바다 풍경이 이어진다. 말하자면, 포항 구룡포 ‘호랑이 꼬리’(호미곶) 밑에서 부산의 대변항까지, ‘호랑이 엉덩이 해안’이 그렇다. 수도권에서 가자면 가장 먼 바닷가 지역 중 한곳이지만, 그 꽃핀 것도 같고 꽃진 것도 같은 눈부신 봄바다 풍경이 기다리는 곳이다. 깨끗하고 짙푸른 바다 빛깔과 바위 무리 우거진 매력적인 해안 풍경 들이 푸근한 봄바람 안에 안겨 있다.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출발해 포항 구룡포까지 31번 국도 주변을 넘나들며, 봄맞이 드라이브를 누릴 만한 해안길을 달려봤다. 일출 명소인 간절곶 외엔 비교적 덜 알려진 볼거리들이 포구마다 즐비한 해안이다.

부산 기장 대변항~일광해변~임랑해변

‘베틀 기(機)’와 ‘베풀 장(張)’ 자를 쓰는 기장은 옥황상제 딸이 내려와 베를 짰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 대변(大邊)은 ‘큰 해변’이란 뜻이다. 기장 포구들의 봄은 멸치 떼 터는 소리, 미역 말리는 내음과 함께 온다.

멸치그물 터는 광경을 그리며 도착한 대변항은 햇살도 바다도 봄빛이었지만, 거리는 한적했다. “아직 멜치 몬 잡아요. 짚은 바다로 드가뿟다. 수온이 낮으이께네.” 어촌계는 3월1일부터 멸치잡이에 나섰지만, 수온이 아직 낮은 탓에 멸치 떼가 깊은 바다로 들어가버려 “열흘 뒤에나 다시 조업에 나설 예정”이란다. “푸른 꿈을 가꾸는 대변 어린이” 구호를 내세운 대변초등학교 교문 옆 ‘기장 척화비’(1882년 건립)를 본 뒤 포구 동북쪽 해안길로 접어들었다. 대변항~두호항 해안도로는 약 5㎞, 짧지만 볼거리가 짭짤하다.

검은 바위 무리 흩어진 바다 쪽 풍경이나 길옆 카페들, 쉼터에 차를 대고 봄바다를 바라보는 연인들, 그리고 곳곳에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들이 다 봄바람에 휩싸여 있다. 장어·멸치 요리를 내는 횟집 즐비한 죽성리 월전마을 지나면 두호마을, 여기 볼거리가 꽤 있다. 두모포 앞바다의 거대한 너럭바위가 어사암(매바위)이다. 조선 말, 대동미를 실은 배가 풍랑에 수장된 사정을 조사하러 이곳에 온 암행어사 이도재와, 옥에 갇힌 주민을 풀어주도록 간청한 기생 월매 이야기가 전해오는 바위다. 바위에 ‘이도재’ ‘기 월매’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바로 옆 바닷가 언덕에 ‘죽성성당’(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그림 같은 바닷가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좋다. 두호항 뒷산에선 300년 된 거대한 소나무(죽성리 해송)와 임진왜란 때 쌓은 죽성리왜성을 볼 수 있다.

기장군 대변항에서 물질하는 해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기장군 대변항에서 물질하는 해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일광해변은 ‘기장8경’ 중 하나다. 울주군 출신 소설가 오영수는 광복 직전 이곳에 살던 경험을 바탕으로 <갯마을>을 썼다. 일광해변 남쪽 끝마을 학리 앞바다 학리어촌계 공동작업장(군부대 들머리)에선 할머니 해녀들의 성게·해삼 채취가 한창이다. 푸른 바다와 바위 무리와 자갈밭, 그 사이로 찰랑이는 투명한 물살이 두루 아름답다. 해녀 네 분이 모두, 혼자 둘러메기 힘들 정도의 해산물을 채취해 나와 숨을 고르신다. “두 시간 물질”로 건져낸 것이란다.

‘미역·다시마 축제’(4월8~10일)가 열리는 이동항, 고리원전 이주민 마을인 온정마을, 동백항과 신평소공원 거쳐 칠암항에 이르는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길 만하다. 수시로 바닷가길로 드나들며 근사한 카페들과 바다 풍경을 만난다. ‘마레’ 등 영화·광고 촬영지로 이름난 카페도 있다. 도로 왼쪽 산자락 곳곳에선 매화향이 흐르고, 오른쪽 바닷가에선 상큼·비릿한 바닷내음이 흐른다.

임랑해변(기장8경) 지나면 월내리 포구, 해안길은 고리원전에 막힌다. 부산시와 울산시의 경계다.

경주 감포읍 전촌리 소나무숲터널. 19세기 중반 경주 최씨 문중에서 조성한 송림이라고 한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경주 감포읍 전촌리 소나무숲터널. 19세기 중반 경주 최씨 문중에서 조성한 송림이라고 한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울산 서생 신암항~간절곶~경주 감포항

대형 산업단지·공업단지 빼곡한 울산. 하지만 도시 중심의 남부와 북부 해안에는 빼어난 해안 경관들이 즐비하다.

고리원전 위쪽 해안으로 신리포구와 신암포구가 이어진다. 신암포구에서 31번 국도로 나오기 전 금장생복집 옆길(공사중)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서면, 작은 부두와 팔각정(걸어서 2분)을 만난다. 파도가 드나들며 개 짖는 소리를 낸다는 ‘왈강바위’와 잘난 척하는 총각 이야기가 깃든 바위 ‘방이듬’ 등을 볼 수 있다. 나사리는 돌미역 생산지로 유명했던 마을이다. 1990년대까지 해마다 주민들이 포구 앞 ‘미역바위’를 공동작업으로 닦아주는 ‘갯닦기’(기세닦기)가 벌어지던 포구다.

해안로를 따라 평동항 지나면 멋진 바위 무리 깔린 해안이 나타난다. ‘해돋이 명소’ 간절곶으로 이어진 해안이다. 일출이 아니더라도 바닷가 경관이 좋아 산책할 만하다. 송정마을·솔개해변 지나면 솔숲이 아름다운 진하리 해변이다. 물이 빠지면 모래밭이 섬과 이어지는 명선도와 회야강 건너 온산읍 강양리와 이어진 보행교 모습이 아름답다.

여기서 다음 볼거리 울산 대왕암으로 가려면, 온산공단 한복판을 지나는 31번 국도를 버리고, 온양읍·울산온천 방향으로 나가 14번 국도를 타고 가다 울산대교를 건너는 게 좋다. 온양읍 14번 국도변엔 옹기 생산으로 이름난 외고산옹기마을이 있다.

울산 방어진은 옛날 방어가 많이 잡혔던 데서 유래한 이름. 방어진과 울산 시민들의 휴식처인 일산해수욕장 사이 돌출된 해안에 있는 울기등대와 대왕암공원을 꼭 들러볼 만하다. 대왕암은 경주 감포 앞바다의 수중릉인 신라 문무대왕릉과 관련이 있는 커다란 바위다. 동해 바다를 지키는 문무대왕 왕비의 넋이 깃들었다고 전해온다. 해안 바위경치도 멋지지만, 100년 전 방풍림으로 조성된 1만5000그루의 해송숲이 매우 아름답고, 울기등대 옛 등탑(1910년)도 볼만하다.

1027번 지방도를 따라 주전해변~정자해변~강동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에선 금천·당사·우가·제전·판지포구 등 아담한 포구들과 몽돌해변들이 반겨준다. 당사마을의 500살 난 할배당 느티나무의 위세가 볼만하다. 정자항 못미처 판지항 해변에선 미역바위와 신생대 조개류 화석(섶다리 앞)이 눈길을 끈다. 미역바위(곽암·박윤웅바위)는 고려 건국 공신 박윤웅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한 바위에서 생산된 미역을 후손들에게 제공한 데서 비롯한 이름이다. 정자해변 화암마을 바닷가의 소규모 ‘주상절리’ 경치는, 경주 하서4리(율포 진리항)와 읍천리 사이 해안산책로에서 만나는 대규모 주상절리 해안의 예고편이다.

바닷가길은 경주시 양남면으로 들어선다. 율포 진리항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시 주상절리 해안 산책에 나서 보자.

‘파도소리길’로 이름 붙인 약 2㎞에 이르는 산책로를 따라 곧게 서고, 기울고, 누운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 무리를 감상할 수 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급속히 식으면서 형성된 바위기둥을 가리킨다. 읍천항 마을길은 온통 벽화로 장식돼 볼거리를 선사한다.

월성원전 들머리 옆길엔 신라 석탈해왕의 탄생지를 알리는 기념빗돌·비각(1845년 건립. 석탈해왕탄강유허)이 있다. 터널 지나 문무대왕 수중릉이 보이는 봉길리해변에 이른다. ‘죽어서 동해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는 유언에 따라 해안에서 200m 떨어진 바위에 장사지낸 곳이다. 바위와 바닷가엔 갈매기 떼가 가득하고, 해변에 설치된 흰 천막들엔 사철 굿판을 벌이는 무속인들이 가득하다. 문무왕 아들인 신문왕이 부왕의 뜻을 받들어 호국사찰로 세웠던 감은사 터가 가까운 곳에 거대한 동·서 3층석탑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감포항에선 포구 북쪽 끝 바위 해안의 송대말등대를 찾아, 울창한 송림과 눈부신 바위 해안 풍경을 감상해볼 만하다. 일제강점기 감포의 일본인들이 전복 등 해산물을 보관하던 축양장과 요정(화양정) 터가 이곳에 남아 있다.

부산 울산 경주/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위 내용은 2016년 3월9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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