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해안도로 한섬해변 들머리 소공원의 매화나무 산책로. 지난주부터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동해시 해안도로 한섬해변 들머리 소공원의 매화나무 산책로. 지난주부터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같은 위도 서해안보다 평균 섭씨 4도 높은 동해시…따뜻한 남쪽 지방보다 봄꽃 개화 더 빨라

“요 나무래요. 해마다 보면 요 매화나무에서 제일 먼저 꽃이 펴요. 어떤 해는 12월부터 훤하다니까네.” “복수초는 2월 초부터 지천이고.”

이른 봄꽃 소식을 전하는 주민들의 자랑인데, 따뜻한 남쪽 나라 얘기가 아니다. 남한 지역에서 가장 긴 겨울을 누리는 땅 강원도, 그 동쪽 나라 얘기다. 중부내륙·서해안 지역에 늦겨울 추위가 몰아치는 요즘도 동해안은 대체로 온화하다. 같은 위도상에서 비교할 때 동해안이 서해안보다 평균 섭씨 4도가량 높다고 한다. 백두대간 산줄기가 찬 북서계절풍을 막아주는데다, 동해바다 난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주 강원도 중부 동해안 항구도시 동해시의 이른 봄꽃들을 만나고 왔다. 시내 일부 소공원과 도로변이 꽃빛으로 환했다. 아직 한겨울 속에 누워 있는 백두대간 고원지대를 넘어 찾아가는, 따뜻한 동쪽 나라 여행이다.

천곡동굴의 종유석과 석주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천곡동굴의 종유석과 석주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찬물내기’ 산자락에 흩뿌려진 노란 꽃무리

동해시의 여름철 여행지들이야 무릉계곡·망상해변 등 산과 바닷가에 즐비하지만, 이맘때엔 시내 한복판의 볼거리들이 도드라지게 다가온다. 천곡동굴과 돌리네 등 석회암 지형들이 그렇고, 젊은층의 발길이 이어지는 묵호항 벽화마을(논골담길)이나 강원 동해안의 최대 오일장 북평장이 그렇다. 천곡동 아파트와 상가들 사이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냉천공원도 그런 곳이다.

주민들이 ‘찬물내기’라 부르는 샘이 솟는 야산 소공원인데, 천곡이란 지명이 이 샘에서 비롯했다. 일제강점기 항골·덕골·묘골과 찬물내기(냉천·샘실)가 합해지며 천곡이란 지명을 갖게 됐다. 지금도 냉천공원 바위절벽 밑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식수로는 쓰지 못한다.

동해시 냉천공원 야산에 꽃을 피운 복수초 무리. 이곳 복수초 개화시기는 1~3월이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동해시 냉천공원 야산에 꽃을 피운 복수초 무리. 이곳 복수초 개화시기는 1~3월이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이맘때 마른 갈잎 수북이 쌓인 냉천공원 야산 자락을 환하게 밝히며 피어나는 꽃이 복수초다. 지난주 이 산비탈엔 마치 노란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 복수초들이 떼지어 피어나 절정의 시기를 맞고 있었다. 공원 동쪽, 찬물내기 주변 산비탈이다. 얼핏 보면 썰렁한 분위기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나뭇잎들 사이사이에 무수히 깔려 있는 샛노란 꽃송이들을 관찰할 수 있다.

공원 앞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지난 1월에 벌써 일부 꽃들이 보였다”며 “본격 개화는 2월 들어 시작됐다”고 했다. 지금 한창인 고흥반도 등 남해안 복수초 군락지의 개화 시기와 비슷하고, 완주 등 내륙의 군락지보다는 한달 이상 이른 개화다. 눈 내리는 날이면, 눈에 덮여 노란 꽃송이를 내밀고 있는 ‘설상 복수초’를 사진 찍기 위해 사진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복수초 군락지 보호를 위해 난간을 설치하고,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을 적은 현수막도 내걸었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이른 봄꽃 중에서도 가장 먼저 피어나 봄이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꽃이다.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꽃을 피워올리는 까닭에 ‘행복’과 ‘장수’를 가져다준다는 뜻을 지닌 ‘복수초’(福壽草)다. 눈속에서 피어나는 연꽃 같다 해서 설련화, 눈과 얼음 사이에서 핀다 해서 눈새꽃·얼음새꽃이라고도 하고, 설날 무렵에 핀다는 뜻으로 원일화(元日花)라고도 불렀다. 냉천공원 복수초는 복수초 중에서도 ‘가지복수초’(한 줄기에서 2개 이상의 꽃송이가 달린다)로 불리는데, 1~3월이 개화 시기다.

 

도로변 산책로 따라 매향 은은한 꽃그늘

동해안의 봄꽃들이 일찍 개화한다는 걸 알려주는 또다른 꽃이 매화다. 냉천공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한섬해변 들머리 도로변 소공원에서 줄줄이 꽃송이를 터뜨리고 있는 매화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은행나무·매화나무들을 줄지어 심어놓은 도로변 소공원으로,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아담한 숲길이다. 홍매·청매 수십그루가 고루 심어진 이곳 매화나무 중 한두 그루는 이미 완전히 꽃을 피워올린 모습이고, 나머지도 터지기 직전의 무수한 꽃망울을 매단 가운데 한두 송이씩 꽃잎을 열고 있다.

“가장 먼저 꽃피는 나무는 정해져 있어요.” 산책하던 60대 부부가 만개한 매화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나무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1등이네요. 신통하잖아요?” 이곳 매화나무들은 이번주부터 다음주 중에 절정의 꽃그늘을 드리울 전망이다.

개화를 시작한 매화나무는 한섬해변 들머리뿐 아니라, 7번 국도변 곳곳의 매화나무 식재지와 양지바른 해안가의 개인 주택 담장 안, 그리고 천곡동굴 뒷산 돌리네 탐방로 일부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냉천공원 야산 노란 복수초 천지
한섬해변 들머리엔 매화향 은은
바닷가 솔숲길에도 닿은 봄기운
천곡동굴, 묵호항 벽화마을도 볼 만

동해시 한섬해변 옆 고불개 해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동해시 한섬해변 옆 고불개 해변.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한섬~고불개 해변 솔숲길도 봄바람 솔솔

매화를 감상한 뒤엔 한섬해변 쪽으로 들어가볼 만하다. 해변 초입의 카페 앞 주차공간에 차를 세울 수 있다. 탁 트인 해변 양쪽의 우뚝 선 바위경치도 이채롭지만, 카페 왼쪽 언덕길로 걸어 오르면서 만나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인상적이다. 언덕 위의 아담한 정자 관해정 앞을 지나 천곡항 들머리 거쳐, 바위 경치가 아름다운 아담한 해변 고불개로 이어지는 솔숲길이다. 본디 해안경비 군부대 초소 진입로여서 차량 통행도 가능하지만, 길이 매우 좁아 교행이 어려우므로 걸어가는 게 좋다. 길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해안 절벽과 바위 경치도 볼만하고, 바닷바람 솔바람에 실려오는 아련한 봄기운도 느껴볼 수 있다.

관해정은 본디 1936년 시내 송정동에 세웠던 정자(옛이름 호정·영호정)를 1975년 현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초소 입구 지나 ‘동해기도원’ 표지판을 따라 내려가면 고불개 해안에 이른다. 산밑에 홀로 우뚝 선 바위 옆으로 펼쳐진 널찍한 바위자락은 낚시꾼들이 장사진을 치는 곳이다. 낚시꾼들이 ‘평바위’로 부르는 이곳은 이름난 감성돔 포인트다.

묵호항 논골담길.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묵호항 논골담길.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젊은층 필수 탐방코스 묵호항 논골담길

동해시는 1980년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합해지며 만들어진 항구도시다. 옛 북평항은 동해항으로 이름을 바꾸며, 한때 금강산 유람선 출항지로 명성을 떨친 항구다. 묵호항은 삼척 지역의 무연탄을 수송하는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항구다. 무연탄 생산도 멈추고 금강산 유람선도 끊긴 항구엔 이제 싱싱한 해산물을 찾아 모여드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묵호항을 찾는 관광객, 특히 대학생 등 젊은층의 필수 탐방코스로 자리잡은 곳이 묵호등대 주변 산기슭의 벽화마을 논골마을이다.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작고 허름한 집들이 만들어낸, 좁고 미로 같은 골목길들로 이뤄진 마을이다. 뱃일과 해산물 건조 등을 하며 살아온 주민들의 애환 등을 그린 벽화들이 촘촘히 이어진다. 가슴이 뭉클해지게 하거나 미소를 띠게 하는 그림들이다. 본디 지명이 묵호진동인 이곳이 논골로 불리게 된 건, 주민들이 건조시킬 오징어·명태 등을 져나르면서 길바닥이 항상 논바닥처럼 질퍽거렸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고 빈집이 늘어가던 이곳이 벽화로 장식되면서 젊은이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논골담길’로 이름 붙여진 이 마을 벽화골목길은 이제 동해시의 명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시내 한복판의 짧고 굵은 석회암동굴

동해시 시내 볼거리 중 가장 잘 알려지고, 또 그만큼 볼만한 것이 천곡동굴이다. 1991년 아파트 건설공사 중에 발견돼, 1996년부터 일반에 공개된 천연 석회암동굴이다. 총 길이 1500여m 중 절반가량을 탐방하며 몇만~몇십만년에 걸쳐 형성된 동굴 속의 다양한 석순·종유석·석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빠르게는 30분이면 다 둘러보는 짤막한 동굴이지만, 멋진 커튼형 유석들이나 샹들리에형 유석, 천장에서 무수히 돋아내린 종유관 등 이색 볼거리가 많다. 천곡동굴에선 몸색깔이 황금빛을 띤 희귀종 박쥐도 발견됐다.

천곡동굴 뒷산, 보림산 자락엔 또다른 석회암 지형인 돌리네(지표면에 물이 고였다가 석회암을 녹이면서 빠져나가 형성된 움푹한 지형)를 관찰할 수 있는 탐방로가 설치돼 있어 둘러볼 만하다. ‘천곡동굴 자연학습체험공원’이다. 동굴 바로 위에 형성된 돌리네 지형을 비롯해 4~5개의 움푹 파인 지형을 따라 나무데크를 만들어놓았다.

동해/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동해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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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길/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 타고 대관령 넘어가 강릉분기점에서 우회전,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동해나들목에서 나간다. 나가자마자 7번 국도 운동장사거리에서 우회전해 300m쯤 가면 오른쪽에 천곡동굴 주차장이 나온다. 천곡동굴에서 나와 동굴로 따라 해안로 방향(한섬해변 쪽)으로 고개 넘어가, 네거리 지나 ‘A마트’ 앞에서 좌회전하면 냉천공원이다.

▶ 먹을곳/묵호항 어판장 주변과 중앙시장·묵호시장 일대에 활어횟집들과 대게·홍게, 물회, 생선찜 그리고 묵은김치를 넣어 끓인 곰칫국을 내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묵호항 일출로변 부흥횟집의 물회·회덮밥, 동해곰치국의 곰칫국, 천곡동 한우설렁탕(일요일 휴무)의 설렁탕 등. 묵호항 신협 옆건물 2층의 대우칼국수는 허름하고 저렴한 장칼국수집. ‘내일로’ 기차여행 대학생들에게 꽤 알려진 곳이다. 고추장을 푼 얼큰한 장칼국수를 낸다.

▶ 묵을곳/동해시내 천곡동 천곡중앙사거리와 냉천공원 사이에 깨끗한 호텔·모텔들이 모여 있다. 묵호항에서 대진항으로 이어지는 어달해변도로에도 모텔들이 있다.

▶ 여행 문의/동해시청 관광과 (033)530-2234.

(*위 내용은 2016년 2월24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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