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가 되자 식구들이 나른해집니다.

엄마는 조용히 아이들과 집에서 영화나 책을 보고 싶어하고

아빠는 밖에 나가고 싶어하고

그래서 

주말에 늦게까지 개방하고 마침 특별전시(아프카니스탄 황금보물전)중인 국립중앙 박물관을 가기로 했어요. 영화관, 놀이터가 아닌 박물관을 간다니 아이들 얼굴이 시큰둥합니다.


차없이 도시 생활 어언 3년 반.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박물관까지 어떻게 갈까?'

대중교통으로 가니 40~50분이 소요되는데 날도 선선해졌으니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따라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다행히 막내까지 자전거를 곧잘 탑니다.)

자전거를 타고 간다니 시큰둥했던 아이들 표정이 다시 밝아집니다.


그런데 자전거는 3대(이집 저집 안쓰는 자전거를 받다보니 3대까지 보관하게 됐습니다.). 1대가 모자릅니다. 그렇다고 아빠가 한사람을 태우고 힘들게 갈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갑자기 생각난 서울시 따릉이. 

검색해보니 집 주변에 따릉이 정거장도 있고 이용료도 하루 천원.

엄마도 몇백년만에 자전거를 타기로 하고 물만 챙겨서 집을 나섰지요.

20160830_따릉이.png

모바일 회원 가입 후 예약을 하고 정거장에 가니 비밀번호만 입력하고 바로 자전거를 탈 수 있었어요. 생긴지 얼마 안되서 자전거도 새것이었구요. 게다가 바구니가 달려있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자전거를 타고 저녁 6시가 넘어 강변길로 들어섰어요. 

전문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무리들부터 나홀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아저씨. 저처럼 따릉이를 빌려타고 강변을 즐기는 연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 시간 한강을 즐기고 있었어요. 

지는 노을도 감상하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함께 자전거 패달을 밟았습니다. 

뒤에 오던 큰아이가 소리를 지릅니다.


"엄마~~, 꼭 뮤직 비디오에서 본 장면 같아~"

"그래?"

"응. 완전 좋아~~"


그 뮤직 비디오 저는 본적은 없지만 벌써 유투브 등 온라인 미디어에 노출되어 익숙한 아이들은 뮤직비디오에서 본 동화 같은 모습이 떠오르는 모양입니다.

20160829_9.jpg

먼저 간 아빠와 큰아이가 의자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0여분을 더 달렸을까요. 중앙박물관으로 나가는 길로 들어섰고 인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갔어요. 박물관 근처 주택가의 따릉이 보관소에 따릉이를 반납하고 박물관에 도착하니 7시.

대중교통 시간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늦은 시간 저녁을 먼저 먹을까 전시를 먼저 볼까 하다가 전시를 먼저 보기로 했어요.


박물관에 들어가 이름도 생소한 아프카니스탄 황금문화 기획전시장을 찾았습니다. 

내전과 테러로 많이 들었던 나리인데 황금문화 전시를 한다니 좀 특이했어요.

알고보니 내전 전에 아프카니스탄에서 기원전 2천년경의 청동기 유적에서부터 기원후 1-3세기의 도시 유적에 이르기까지 고대 아프가니스탄 유물이 출토되었는데 내전 때문에 정권이 불안해지면서 유물을 대통령궁의 금고에 보관하고 당시 대통령, 박물관장 등 7명이 그 열쇠를 나눠가지고 흩어졌다고 해요. 

그 이후 25년이 지난 2006년도에 정권이 다시 안정되면서 금고를 개방하고 유럽, 미국을 비롯한 10여개 나라에서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그 10번째 나라가 우리나라인 것이죠. 전시물 자체도 화려하고 좋았지만 이 보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인상깊었어요.

중앙박물관 입구에는 또다른 특별전으로 우리나라 신안해저선 유물 전시도 하고 있었어요.

늦은 시간이라 무료전시인 아프카니스탄 황금문화전만 보고 박물관을 나섰지요.


그사이 밖은 어두워지고 바람은 더 쎄졌습니다. 배도 고프고 이제는 밥먹고 집에 가야겠다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봤더니...


'와~ 얘들아 저기좀 봐봐'


20160829_4.jpg

사람이 드문 거대한 박물관 뒷편의 큰 무대에 반짝이는 남산타워가 보입니다.


야밤에 아이들과 집밖에 나와 남산타워를 본게 얼마만일까요. 기억도 나지 않네요. 

더군다나 오랜만에 본 남산타워의 야경은 그 불빛이 더 화려해졌더라구요.

앞에서 열심히 인증샷을 찍고 가려고 했으나 언제 또 오려나 싶어 조금 더 가까이 가보기로 했어요. 

20160829_3.jpg

남산타워를 내 손안에...

아프카니스탄의 황금보물보다 더 훌륭한 보물을 발견했습니다.ㅋㅋ


자 이제는 정말 배가 고픈 시간. 8시 50분이 넘어갑니다. 

박물관 근처 주택가 식당가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집에 가려는데 다시 자전거 3대에 나눠타고 집까지 갈일이 태산입니다. 배는 부르고, 날은 어둡고, 막내는 힘들어하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어요. 검색을 해보니 다행이 근처 지하철 노선에 있는 경의중앙선은 제일 앞과 뒤의 칸에 자전거와 같이 탈 수 있다고 나와 있더군요.


20160829_1.jpg

지하철 제일 뒷칸에 가서 지하철을 기다립니다. 아이들과 자전거 3대를 가지고 지하철 탈일이 태산인 부모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이 모든 것이 놀이 같고 흥미롭습니다.


6분여가 지나고 지하철이 들어왔습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앗...!'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칸은 비좁았고 이미 4-5대의 자전거가 실어져 있었어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으니

온통 검은 색으로 무장하신 아저씨들이 빨리 들어오라며 손짓합니다.

몇정거장만 가면 되기에 바퀴를 들이밀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타자마자 그냥 '힘들어도 한강변으로 자전거를 타고 갈껄'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지하철안으로 들어왔고 전문 라이더들과의 어색한 동행이 시작된 뒤였습니다.

하지만 그분들 덕분에 다른 일반 승객들을 피해 무사히 도착역에 내릴 수 있었어요.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제법 많은 비가 내립니다.


"엄마, 자전거를 타고 와서 참 다행이예요. 

비를 조금 밖에 안맞았어요."


아이들과의 4시간여에 걸친 자전거 동네 여행은 끝까지 모험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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