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영동족발, 만족오향족발, 성수족발.

[한겨레 매거진 esc] 박미향 기자의 ‘맛 대 맛’
➍ 음식비평가 황교익씨와 감상한 요즘 인기 상종가 서울 3대 족발집

김 대리가 출근해서 동료들에게 자랑을 한다. “3대 족발집 다 돌았어요. 이 대리도 한번 가봐요.” 몇 년 전부터 ‘서울 3대 족발집’이라는 별칭으로 인기를 끄는 족발집들이 있다. ‘3대’는 만족오향족발(중구 서소문동), 영동족발(서초구 양재동), 성수족발(성동구 성수2가 3동)을 이르는 말이다. 누가 3대 족발집을 뽑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긴 줄을 서는 것은 기본, 방송도 심심치 않게 탔다. 지하철역과 가깝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만족오향족발은 1호선 시청역, 영동족발은 3호선 양재역, 성수족발은 2호선 성수역 인근이다. 족발은 돼지의 발을 간장양념에 조려 내는 음식이다. 1980년대부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80년대부터 족발집 생겨나
돼지고기 수출하면서
수출 못하는 부위를 내수로”

최근 장충동 족발골목의 아성을 위협하는 ‘서울 3대 족발집’의 맛이 궁금하다. 가 음식비평가 황교익씨와 지난 10일 맛 여행에 나섰다.

일요일, 사무실이 많은 서소문동 거리는 한산하다. 비좁은 골목을 뚫어 먼저 찾아간 집은 ‘만족오향족발’이다. 족발을 주문하자 달걀을 푼 만둣국과 양배추, 단무지, 고추, 오이, 쌈장 등이 한 상 푸짐하게 나온다.

황교익(이하 황) 족발이 가족 외식 메뉴처럼 나오네요. 직장인들이 술 한잔 하러 가는 보통의 족발집들과 실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기자 카페까지는 아니지만 깨끗하네요. 20여년 전에 문을 열었고, 사장 이한규(41)씨가 29살부터 맡아 키웠다고 합니다. ‘오향’은 중식당을 한 형제들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맛볼까요?

황 중국 음식인 오향장육의 영향이 있군요. 오향장육에는 만두가 반드시 나와요.

기자 따뜻한 족발을 차가운 마늘소스에 살짝 담가 먹는 방식이 이 집의 특징이네요. 맛은 어떠신지요? 좀 달지 않나요?

 달아요. (간)장육이 아니라 당육이네요. 한국인들은 단맛에 중독되어 있어요. 요즘 유행하는 식당마다 단맛이 강해요. 돼지고기 본래 향이 안 느껴집니다.

기자 마늘소스를 같이 먹으면 어떤가요?

 단맛이 순화되겠지요. 식지 않은 상태로 잘라 부드럽네요. 일반 족발집은 식히죠.

기자 오향의 향은 별로 없네요.

 ‘오향’이 붙은 음식은 그 향을 즐기는 겁니다. 향이 조금 있지만 ‘오향’을 붙일 만하지는 않아요. ‘3대 족발’이란 이름이 큰 역할 했겠어요.

기자 사장 이한규씨는 3~4년 전부터 ‘3대 족발’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블로그에도 많이 오르고. 상차림은 다른 곳과 사뭇 달라 돋보이는데요.

 이런 방식은 좋네요. 한국적인 외식, 가족 외식의 모양을 갖춘 거네요. 그런 면에서 이 집은 의미가 있네요.

기자 취재 오기 전에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돌아봤는데 국산 족발은 다리 짝을 맞춰 팔고 있어요. 수입산도 많았어요. 칠레산, 독일산, 미국산 등이요. 시장 상인들은 족발집이 많아서 족발 물량 대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해요. 이제 ‘영동족발’로 가볼까요?

기자 등산객들과 20대 젊은이들이 많네요. ‘25년’ 간판이 첫눈에 들어와요.

 외식업이 번창하기 시작하던 시절 문 연 집이네요. 서울에서 한자리에 25년 버티기가 진짜 어려워요.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요. (맛을 보고) 간장과 고기 맛이 나네요. 맛있네요. 돼지고기 향이 좋아요. 고기 질도 좋은 것 같고. 고기 향이 안 다치게 만든 한국식 족발이죠. 단맛도 강하지 않아 좋네요.

기자 껍질과 살코기 비율도 적당해 보여요. 새우젓이 나오네요. 다른 집들과 비슷하네요.

 색도 지나치게 빤질거리지 않네요. 너무 빤질거리면 색소를 넣었다고 의심해볼 만해요.

기자 우리가 언제부터 족발을 좋아했을까요?

 80년대 족발집이 많이 생겼죠. 70년대 대규모 기업 축산이 생기면서죠. 족발은 돼지고기 수출과 관련 있어요.

기자 수출요? 작년에 구제역 때문에 돼지고기 수입량이 늘었다고 해요. 물론 올해 회복되면서 줄어들고는 있다고 합니다. 수입국은 미국, 독일, 캐나다 순서입니다.

 1970~80년대 돼지고기를 수출할 때 이야기입니다. 서양이나 일본 등에서는 안심, 등심을 고급육으로 취급합니다. 스테이크, 돈가스로 요리하죠. 우리는 그 부위를 수출했어요. 수출하고 남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부위는 족발, 내장, 돼지머리 등이었죠. 삼겹살도 비슷해요. 서양에서는 베이컨으로 만드는 부위죠. 우리나라 삼겹살 태동기는 70년대 말로 봅니다. 지금 많이 먹으니깐 좋아하는 걸로 착각하는 건데 유럽에서 안 먹는 삼겹살을 수입해오는 거죠. ‘주어진 음식’에 길들여진 거지요.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영동족발’ 내부 모습.
“3곳 중 2곳 단맛 강해
강한 단맛은 입맛을 왜곡
맛도 자신의 기준 있어야”

기자 ‘성수족발’ 달려볼까요?

오후 6시. 휴일인데도 ‘성수족발’ 앞에는 긴 줄이 서 있다. 포장판매 손님이 많았다. 오후 4시께 왔다가 족발이 떨어져서 다시 찾은 참이었다. 지금 주문예약한 이들은 저녁 8시께 찾으러 오라는 주인장의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전화통화가 어렵다. 주인은 “전화예약을 안 받았기에” 아예 통화가 안 된다고 말한다. “그냥 오시면 돼요” 소리만 한다.

황 참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엄청 다네요. 조청의 단맛이 아니고 굳이 찾자면 설탕의 단맛과 비슷해요. 고기 질감이나 돼지 특유의 맛을 못 느끼겠어요. 간장 향도 없고.

기자 껍질에 단맛이 더 강하네요.

 껍질의 식감도 마음에 안 들어요. 쫀득쫀득하지 않고 찐득찐득한 느낌입니다. 왜 사람들이 몰리는지 모르겠어요.

기자 족발도 돼지 사육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돼지는 요크셔 흰돼지 단품종이죠. 사육환경이 중요하죠. 유럽에는 이미 윤리축산이 자리잡고 있어요. 돼지 마리당 차지하는 공간을 정해서 사육환경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지요.

기자 총평을 해주세요.

 일반 족발집들과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만족오향족발은 실내 분위기와 상차림은 훌륭한데 오향이 강하지 않았고, 영동족발은 내 돈 내고 사 먹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주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만족오향족발과 성수족발은 너무 달아요. 단맛은 먹자마자 맛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서 다른 맛은 잘 못 느끼고 점점 더 단것만 찾도록 입맛을 왜곡시키지요. 왜 인기인지 의문이 갑니다. 맛은 사람마다 자기 기준이 있어야 해요. 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정보에 너무 기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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