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 기자 제공

[한겨레 매거진 esc] 야(野)한 밥상

귀가 꽉 막혀 남의 소리를 잘 듣지 않는 이들을 보면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에 가보라고 하고 싶다. 물론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는 세상에 없다. 만화 <심야식당>으로 유명한 아베 야로가 마흔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큰 상도 받고 정식 만화가로 데뷔도 했다. 온갖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귀를 파주는 이를 찾아가 막힌 자신의 귓구멍을 뻥 뚫고 인생을 힘차게 살 힘을 다시 얻는다는 내용이다. 위로를 전하는 만화 같지만 분위기는 좀 묘한 구석이 있다. 인생을 좀 산 중년의 환상이 남아 있다.

매운 고추는 세상살이 답답한 이들에게 때로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가 된다. 당당하게 쳐들어오는 고추의 매운맛은 막힌 속을 뚫어준다. 매운맛을 보며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매운맛은 고추에 있는 캅사이신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우리 혀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통증을 유발한다. 우리 혀가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4가지뿐이다. 캅사이신 같은 매운 성분을 가진 식재료는 많다. 생강이 진저롤을, 후추가 차비신을, 마늘이 알리신을, 겨자가 알릴겨자유 등을 가지고 있다. 이 매운 성분은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를 돕는다. 살균 효과도 있다.

매운맛도 품종마다 그 정도가 다르다. 캅사이신 함량에 따라 다르다. 이것을 측정하는 국제적인 기준은 에스에이치유(SHU: Scoville Heat Unit)다. 1912년에 미국의 화학자 윌버 스코빌이 처음 고안했다. 스코빌 등급이 매운맛의 척도가 된다. 아무리 우리 고추가 맵다고 해도 20만~40만 스코빌을 기록한 멕시코나 인도 고추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고추는 1만 스코빌 정도다. 하지만 고추라고 해서 모두 매운 것은 아니다. 가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인 고추는 품종이 다양하다. 피망이나 파프리카 같은 종은 맵지 않다. 고통과 해방을 선물하는 고추는 비타민C 함량이 사과의 20배, 귤의 2배로 알려져 있다. 당근과 채찍의 제왕이다. 우리가 애용하는 식재료인 만큼 논란도 있다. 흔히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들여왔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지만 우리 고추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가 오히려 전해주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고추요리를 다이어트에 매진하는 이들이 활용하면 어떨까? 우선 두툼한 고추를 반으로 자르고 안의 씨를 뺀 뒤 속을 다져서 익힌 닭가슴살로 채워 넣는 것이다. 닭가슴살은 진간장, 식초, 약간의 참기름과 간 마늘로 조미해서 간간한 맛이 나게 한다. 달걀흰자도 다이어트 식단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을 마지막에 활용한다. 흰자를 풀어 닭가슴살이 꽉 찬 고추를 감싸고 지지는 것이다. 가지고 다니기에도 편하다. 한 끼 다이어트 식사가 완성!

참고도서 <고추이야기>, <향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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