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인증 양고기구이

[esc]요리
이태원 먹자골목
나이지리아·파라과이
식당까지 별미 입맛 경쟁

전문가들은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새로운 취미를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색다른 맛 여행도 도전이 된다. 레바논, 파라과이, 불가리아나 아프리카처럼 좀처럼 여행하기 힘든 지역들의 맛이 곳곳에 있다.

두근두근 맛 여행에 나서기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만한 곳도 없다. “한국 사람 이거 이거 좋아한다.” 굵고 검은 손마디가 빳빳한 코팅책자를 휘젓는다. ‘아프리카 헤리티지 레스토랑’의 주인 존은 나이지리아가 고향이다.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보광동 방향으로 가다 첫번째 골목에 있다. 음식점에는 온통 흑인들이다. 마이클 조던이 행차한 듯 2m 가까이 돼 보이는 장신이 많다. 한국인이 좋아한다는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와 주인장이 좋아하는 ‘스탁 피시 페퍼 수프’(stock fish pepper soup)를 주문한다. 너무 놀라 짧은 찰나가 슬로비디오로 눈에 들어온다. ‘스탁 피시 페퍼 수프’는 ‘페퍼 수프’는 없고 ‘스탁 피시’만 있다. 그것도 덩그런 머리만. 자고로 진짜 맛있는 생선의 부위는 머리라고 하지만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껍질은 춘장을 바른 듯 시커멓다. 잘 익어 기름이 흐르지만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하지만 웃음이 먼저 터진다. 해외여행에서 한 번쯤 겪는 재미 같은 거다. “이 물고기 이름 묻는 거야? 이거 틸라피아야.” 죄다 반말인 주인장도 밉지가 않다. “왜 머리만 있냐고? 오늘 남은 게 이거뿐이야. 순서대로 잘라준다.” 주문받는 대로 생선을 토막 내 주는데 재수 없이 머리가 걸린 거다.

틸라피아 찜, 졸로프 라이스
틸라피아(tilapia, 민물 역돔)는 아프리카 동남부가 원산지인 민물고기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어떤 환경에도 잘 자라는 생명력 강한 생선으로 우리나라에는 1955년에 들어왔다고 한다. “어디서 왔느냐고? 강에서 왔지.” 어디서 샀느냐는 소리를 못 알아듣는다. 친구 벤이 나선다. “청량리에 많이 팔아.” 퀭한 눈을 치켜뜬 틸라피아로 천천히 젓가락이 착륙을 시도한다. 차가운 금속 도구는 바삭한 껍질을 후벼 파 하얀 속살을 파내 입안으로 이동시킨다. ‘욱!’ 흙 내음이 팍 분다.

‘졸로프 라이스’는 아프리카식 볶음밥인 셈인데 우리 비빔밥처럼 아프리카에서는 대중음식이다. “저걸로 볶았어.” 벤은 ‘매운 팜유’라고 적힌 ‘조미’(zomi)란 양념 브랜드를 보여준다.

할랄 인증 양고기
고소한 타히니 소스는
죽기 전 먹어봐야 할
식재료로 꼽히기도

비스텍 데 카르네
아프리카 사랑방 여행을 마치고 길을 건너 맞은편 골목으로 내려가자 서울에서 유일한 파라과이 레스토랑 ‘꼬메도르’(comedor)로 들어섰다. 꼬메도르는 ‘레스토랑’이란 뜻. ‘비스텍 데 카르네’(bistec de carne·아래 사진)는 익숙한 쇠고기스테이크다. 미끈한 달걀프라이를 벗기자 고기가 보인다. “우리나라, 돼지고기 비싸요, 비싸요!” 주인 ‘구 마레마’(Gu Marema)씨 말로는 파라과이에서는 돼지고기가 쇠고기보다 2배 이상 비싸단다. “집집마다 소를 키워서 우유도 많이 마시고 특히 치즈가 맛있어요. 바비큐로도 많이 먹죠.”

그는 16년 전 한국인 남편을 따라왔다. 5년 전에 문을 열자마자 당시 방한한 파라과이 대통령이 찾아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와서 불고기 맛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달았어요. 우리는 설탕도 소금도 거의 안 넣어요. 매운 것도 안 먹어요.” 레몬, 올리브유가 양념이다. 지금 그는 김치도 잘 먹는다. 큰딸을 임신하고 생긴 변화다. 전남 순천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전라도 음식도 배웠다.

남미를 여행하면 자주 눈에 띄는 엠파나다(empanada)가 식탁에 오른다. 우리 튀긴 만두와 비슷하다. 비밀을 지키려는 듯 꽁꽁 싸맨 만두식 요리는 세계 어디에나 있다. 치즈, 토마토, 쇠고기, 채소, 닭고기 등이 박혀 있다. “오븐에 굽기도 해요. 아침 9시 전후로 먹죠. 아침식사는 아주 간단하게 먹어요.” 파라과이의 정찬은 점심식사란다. “옥수수 알로 만든 빵인 치파 과수(chipa guasu)도 맛있어요.”

숍스카(shopska) 샐러드
파라과이는 스페인 통치의 흔적 때문에 음식문화도 원주민의 세계와 섞여 있다. 일명 ‘파라과이차’라고 부르는 마테차(mate tea)는 원주민이 오랫동안 애음한 차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서울 파르나스의 레스토랑 ‘마르코폴로’의 셰프 장용전씨는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가된 제품) 인증을 받은 양고기구이를 떡하니 내놓는다. 레바논인들이 먹는 음식 중 하나다. 레바논 향을 입은 분홍빛 살코기는 고혹적이다. 그 향은 민트, 계피, 커민, 레몬껍질, 파슬리로 만들었다. 쫀득한 맛이 휘감아 돌면 ‘으흠’ 하고 낮은 소리가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온다. 잘 구워서일까, 할랄 인증 고기라서일까? 할랄 인증 고기와 일반 고기의 차이를 구별하긴 쉽지 않다. 그 경지에 올랐다면 ‘고기의 신’이라 칭해도 될 터이다. 물음표에 답이라도 하려는지, 장씨는 직접 할랄 인증 마크를 보여준다. ‘고통 없이 신성하게 죽었다’는 뜻의 아랍어가 적혀 있다. “예전에 할랄 인증 양고기는 2배가량 비쌌지만 요즘은 1㎏당 700~800원 정도 가격이 높아요.” 그는 차림표에 새달 말까지 낼 계획이다. 유럽 등지에서도 많이 먹는 렌틸(렌즈콩) 수프, 타히니(tahini) 소스를 입힌 메로 등. 이슬람교와 기독교를 모두 허용한 나라답게 다채롭다. 타히니는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음식 재료 1001>에도 오른 녀석이다. 참깨를 으깨 굽고, 또 가는 마라톤 같은 여정을 마쳐야 탄생한다. 다른 소스와도 섞고 팔라펠(콩으로 만든 중동요리)이나 케밥에도 부어 먹는다. 장씨가 메로에 타히니를 입힌 이유는 레바논인들의 타히니 활용법 때문이다. 레바논에서는 레몬즙을 섞은 타히니를 생선에 얹어 같이 먹는다.

레바논 하면 내전이 떠오르겠지만 지중해 인접 국가답게 올리브, 레몬 등이 잘 자라고, 신선한 해산물, 토마토 같은 채소 등이 풍부하다. 과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으나 버터나 크림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마지막 여행지 ‘젤렌’(zelen). 한국에 유일한 불가리아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토마토, 오이, 구운 피망에 치즈를 뿌린 숍스카(shopska) 샐러드(위 사진)와 불가리식 스튜인 스빈스카 카바르마(svinska kavarma)나 시큼한 전통 불가리아식 요구르트 등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recipe

장용전 셰프의 레바논 음식 따라하기

타히니 소스 ▣ 재료 참깨 25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75㎖, 진간장 10㎖, 고운 고춧가루 10g, 커민 가루 5g, 레몬즙 10㎖  만들기 1. 참깨를 씻어 말린다. 2. ‘푸드 프로세서’(핸드블렌더로 대체 가능)에 참깨를 넣고 올리브오일을 부어 가면서 으깬다. 3. 페이스트(과실, 견과류, 육류 등을 갈거나 으깨 부드러운 상태로 만든 것)가 되면 나머지 재료를 넣는다. 남은 것은 완전 밀봉해 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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