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의 한 마트에서 진행된 어린이 송편만들기 행사.

[esc] 요리 
특산 재료의 맛과 건강 담긴 지역별 송편 특징과 제수 음식들

강원도 감자송편 
전라도 모시송편 
경상도 칡송편 
제주도는 솔병이라 불러

한가위가 다가온다. 뼈까지 태울 것 같은 폭염도 한풀 꺾이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남도의 들판에는 벼가 노랗게 익어간다. 시골의 장터에는 추석의 기운이 충만하다. 한가위를 전후해 나오는 과일과 여름 땡볕에 붉게 마른 태양초 고추가 산더미처럼 장터마다 쌓여 있다. 조생종 햅쌀도 추석 상차림을 위해 하나둘씩 시장에 나온다. 2000년 전부터 한국인들은 농사가 결실을 맺는 때인 음력 8월15일의 추석(한가위)을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로 지켜왔다. 교통의 발달로 지역 음식의 특징이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의 특징을 반영하는 음식들이 추석 차례상에 오른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마당에 모인 온 가족이 제수 음식들을 나누어 먹는다. 같이 먹는 공식(共食) 문화가 어느 나라보다 발달한 한국인들에게 한가위는 가장 화려한 한국식 밥상의 절정의 순간이다.

2 토란탕.

추석에 빠지지 않는 기본 음식들

지역마다 추석 상은 다르지만 빠지지 않는 음식들이 반드시 있다. 송편과 토란국, 밤 같은 과일과 술이다. 송편은 하늘의 열매로 달을 상징하고, 밤 같은 과일들은 땅의 결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토란은 땅속의 것들을 대표하는 식재료다. 추석 식재료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것들만 쓴다는 것이다. 추석 때 벼가 나오지 않으면 9월9일 중양절에 천신제사를 지냈을 정도로 추석의 ‘햇것’에 대한 인식은 매우 엄격했다.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8월령에는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명절 쇠어보세/ 신도주, 올벼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산사에 제물 하고 이웃집과 나누어 먹세’라는 구절이 나온다. 지금까지도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다 들어 있다.

한가위를 대표하는 제일의 음식은 송편(松餠)이다. 송편은 솔잎을 깔고 떡을 지은 것이다. 조선 초기 문신 김수온의 <식우집>(1673년)에 ‘송편을 푹 쪄’ 먹은 기록이 있을 정도로 송편의 역사는 오랜 편이다. 솔잎은 깊은 솔 향과 함께 보존성을 높이는 구실을 한다. 추석은 달과 관계가 깊은 명절이다. 송편을 만들 때 둥근 모습은 보름달을 상징하고 소를 넣어 반으로 만 형상은 반달을 닮았다. 추석 송편은 ‘오려송편’이라 부른다. 오려란 말은 올벼, 즉 빨리 자라는 조생종(早生種) 벼다. 한가위에 사용하기 위해 옛날에도 음력 3월에 파종했다. 토란(土卵)은 소화 촉진을 돕는 식재료다. 추석에 과식한 사람들에게 토란은 소화제 구실을 한다.

추석 상에 음식들과 함께 반드시 오르는 것이 신곡주(新穀酒)·백주(白酒)라고도 부르는 신도주(新稻酒)다. 이름처럼 햅쌀로 빚은 청주다. 신도주에 관한 기록은 17세기부터 자주 등장한다. 1837년 정도에 지어진, 술 양조법이 적힌 <양주방>에는 밀가루, 햇누룩과 햅쌀을 이용한 신도주 제조법이 나온다.

3 강원도의 감자녹말로 만든 감자송편.

강원도

감자녹말로 만든 감자송편이 유명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도토리를 이용한 도토리송편도 먹는다. 멥쌀과 메밀가루를 섞은 피에 무생채를 넣어 만든 무송편도 강원도의 이색 송편이다. 호박·박·가지·고구마 따위를 납작하고 잘고 길게 썰어 말린 것으로 만든 고지국이나 추석이 제철인 송이를 넣은 송이탕도 별식으로 먹는다. 1984년에 발간된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의 향토음식편을 보면 원래 한가위 차례상에는 ‘치’ 자가 들어가는 생선은 올리지 않지만 속초에서는 도치를 상어라 하고 새치를 임연수라 바꿔 불러 올린다고 한다.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답게 문어·방어·연어·가자미 등을 반건조해서 소금을 뿌리고 실고추, 석이채를 올려 쪄서 먹기도 한다. 특이하게 콩나물과 식혜는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다.

전라도

영광과 고흥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모시 잎을 넣어 초록빛이 돌며 졸깃한 식감이 특징인 모시송편을 즐겨 먹는다. 지붕을 엮는 데 쓰이는 띠의 어린 새순으로 만든 졸깃한 삘기송편도 있다. 문어를 말려 오려낸 ‘문어다리오림’도 추석 상에 빠지지 않는 단골 음식이다. 미역을 들기름을 발라 번철에 구워낸 미역자반도 전라도의 특색 있는 음식이다.

병어도 빠지지 않는 전라도의 추석 음식이다. 홍어와 꼬막도 제철은 아니지만 차례상에 올린다. 전라도의 서해안에는 홍어, 남해안은 꼬막으로 제수 상의 특징이 나뉜다.

경상도

멥쌀과 칡가루를 섞어 피를 만들고 강낭콩과 팥으로 소를 넣어 만든 큼지막한 칡송편이 유명하다. 바닷가를 끼고 있는 경상남도에서는 조기·민어·가자미 같은 생선류를 추석 상에 빼지 않고 올린다. 경상북도에서 상어를 토막 내 산적으로 만든 돔베기(돔배기)산적과 문어산적은 제사에 빠지면 제사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반드시 올리는 지역 음식이다. 제수 상에 올라가는 문어는 다리 여덟 개가 온전하게 붙어 있는 것만을 사용한다. 대구 인근에서는 독특하게 배추전을 먹는다. 안동에서는 무나 호박을 섞어 시루떡을 만들어 먹는다.

제주도

제주도에서는 송편을 솔병이라 부른다. 다른 지역과 가장 큰 차이는 소를 넣지 않고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두콩으로 소를 넣어 보름달 모양으로 만드는 송편도 있다. 제주도는 침떡(시루떡)·절변(절편)·곤떡·새미떡 같은 떡을 많이 올리는 것도 특징이다.

닭의 목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쪄서 담는 닭적도 있다. 제주말로 ‘양애’라고 부르는 채소 양하를 참기름·깨와 함께 버무린 양애나물은 제주도 추석 차례상에만 올라가는 독특한 음식이다. 조로 만든 오메기술도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술이다. 옥돔과 돼지고기는 반드시 제사상에 오른다.

서울·경기도

서울의 송편은 다른 지역에 비해 작게 만들어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오미자·치자·송기·쑥 등을 이용해 다섯 가지 색을 낸 화려한 송편을 즐겨 먹는다. 경기도에서는 쇠고기·돼지고기를 다져 두부를 으깨 넣어 주먹만하게 만들어 쪄낸 두부꾸러미를 먹는다. 서울·경기 지역 음식은 지역성이 약하고, 기본적으로 추석 음식에 사용되는 송편·토란국 등을 즐겨 먹는다.

충청도

호박과 멥쌀을 섞어 반죽해서 만든 호박송편과 충남 홍성에서 주로 먹는 국화 모양의 국화송편도 유명하다. 도라지·파·고비·고기를 길게 잘라 양념하여 볶아 꼬치에 끼워서 먹는 향누름적 같은 독특한 음식을 차례상에 올린다. 머리를 자르고 통째로 삶아낸 닭에 달걀지단 등을 얹은 계적을 올린다.

글 박정배 음식컬럼니스트,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신문 2013년 9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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