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9167901_20140717.JPG » 압구정 봉구비어는 여름밤 특히 손님이 많다. 사진 압구정 봉구비어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스몰비어 열풍
저렴한 술값과 안주값으로 얇은 호주머니 청춘들 부르는 스몰비어집들

‘스몰비어’(small beer)란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 맥주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판매처를 대략 생맥주 전문점, 삼겹살 구이 등을 파는 한식당, 바(bar)나 카페, 클럽, 다이닝 레스토랑 등으로 구분해 영업을 한다. 최근 이 분류에 새로운 이름이 끼어들었다. 스몰비어다. 맥주사 관련 서적을 뒤져보면 물이 귀하던 지역에서 알코올 함량이 낮은 맥주(스몰비어)를 마셨다는 얘기가 있지만 지금 회자되는 스몰비어는 그런 개념은 아니다. 소규모 맥주점을 말한다. 식음료업계의 신조어다. 오비맥주 남은자 마케팅부장은 “작년부터 스몰비어집들이 강세다. 3~4평에서 커봐야 20평 이내 규모, 튀김 같은 간단한 안주, 오래 앉아서 질펀하게 마시는 게 아니라 퇴근길에 간단하게 한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이고 주 고객층은 20~30대”라고 한다. 주인의 취향이 묻어난 개성 있는 카페풍도 특징이다.

퇴근길 간단하게 한잔하는 
선술집과 호프집의 만남 
열정감자·봉구비어 포문 열자 
용구비어·춘자비어 등 줄줄이

포문을 연 곳으로 서울 내자동의 ‘청년 장사꾼 감자집’(구 열정감자)의 성공을 꼽는 이가 많다. 2012년 8월부터 지금까지 대박 행진이다. 20대 청년들이 똘똘 뭉친 가게에 열정 넘치는 20~30대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청춘의 문화를 만들었다. 2000~3000원대의 맥주와 감자튀김의 가격은 주머니 얇은 청춘들이 수다방을 열기에 충분했다. 마치 과학실험실 용기 같은 잔과 ‘감자 팔아 장가간다’ 같은 문구는 위트가 넘친다.

‘압구정 봉구비어’도 비슷한 분위기의 스몰비어집이다. 2011년 8월 부산에 첫 가게를 열었다. 현재 부산에 95개 매장, 서울에 196개 매장(2013년 2월 상경)이 있다. 영호남권까지 합쳐 총 550여개다. 처음 부산의 동네 이름 대신 ‘압구정’이란 엉뚱한 팻말을 달아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단골들은 혼돈을 피하고자 ‘압구정’을 떼고 봉구비어라고 부른다. 압구정과 별 연관 없는 지역에 문을 열며 왜 이름에 ‘압구정’을 붙였나 물었더니 본사 직원이 웃으면서 “있어 보이잖아예”라고 답했다.


 00509168201_20140717.JPG » 압구정 봉구비어 감자튀김. 사진 압구정 봉구비어 제공
지난 12일 서울 이태원동의 ‘압구정 봉구비어’는 대낮인데도 20대 젊은이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그들 사이에는 생맥주가 놓여 있다. 작은 라면집처럼 벽을 따라 바가 구축돼 있다. 감자튀김, ‘치즈 철철 수공업 통치즈 스틱’ 등의 안주는 2000~5000원. 크림 생맥주도 2500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큰 장점이다.

청춘은 ‘호기심 천국’이라 했다. 소프트아이스크림 기계를 사용해 만드는 아이스크림 생맥주, 더치 커피를 섞는 더치 맥주는 20대의 호기심 어린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촌스러운 ‘봉구’의 얼굴이 걸려 있고 ‘연애질 금지’ ‘주식을 하지 말자, 보증을 서지 말자, 밥값을 하자, 여자 말을 잘 듣자’ 등등의 문구가 눈에 띈다. 빨랫줄처럼 보이는 줄에는 손님들이 냅킨에 적은 각가지 사연들이 걸려 있다. ‘지구의 자전을 멈추고 싶다/ 달의 자전을 멈추고 싶다/ 모세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피지도 못했는데 지기는 아깝잖아.’ 20대의 감성이 담긴 글이 빼곡하다. 봉구비어는 보편적인 것을 거부한다. 대세인 치킨 안주가 없다. 봉구비어의 강송의 대리는 “치킨은 너무 보편적인 안주다. 더 만들기 쉽고 먹기 쉬운 안주를 만드는 게 우리 콘셉트”라고 한다. 강 대리는 “취해서 떠들고 시끄러운 (술집)문화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하려는 업주들과 적은 돈으로 맥주와 안주를 먹으려는 소비자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킨 게 성공 비결”이라 말한다. 손님은 직접 안주를 흉내 내 만들고 자신의 블로그에 ‘봉구비어의 감자튀김’이라 이름 달고 올린다. 젊은이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썸 타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00509047001_20140717.JPG » 디.퀸즈의 와플키친.
수수보리아카데미 맥주 강사인 류강하씨는 “혼자나 2~3명 정도가 같이 찾는 곳들이다. 바에서는 밀착 대화할 수밖에 없어 더 깊은 얘기가 오간다. 맥주가 가교역할이다. 여럿이 모여 ‘우리가 남이가’ 외치는 폭음문화가 아니라 ‘퇴근길 한잔’ 문화다”라고 평했다. 세계적으로 고도주는 하향세인 반면 저도주가 강세인 것도 배경이다.

‘압구정 봉구비어’ 등의 성공은 잇따라 비슷한 분위기의 스몰비어집의 탄생을 이끌었다. ‘용구비어’ ‘봉쥬비어’ ‘춘자비어’ ‘오춘자비어’ ‘만고땡비어’ ‘달봉감자’ ‘청담동 말자싸롱’ ‘장미싸롱’ 등이 연달아 생겨났다. 진화의 속도는 빠르다. 감자튀김에서 국물떡볶이도 안주로 먹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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