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8443001_20140709.JPG » 종인 분홍감자 통구이.


숨쉬는 제철밥상


문자가 왔다. “감자 좀 캐오시면 좋겠네요. 냄비 가져갈게.” 그러지 않아도 이번 모임에서 감자를 먹을까 했는데 이심전심. 호미를 들고 감자를 캤다. 감자를 금방 캐면 껍질이 막처럼 얇아 맨손으로 문질러도 살살 벗겨질 정도로 여리다. 감자를 씻을 때도 어린아이 다루듯 부드럽게 살살 문질러 씻는다. 그래야 껍질이 벗겨지지 않고 껍질이 남아 있어야 감자를 삶았을 때 통감자 맛이 난다.


냄비에 자잘한 감자를 가득 담고 약한 불에 올려놓고 모임을 했다. 감자가 익어가며 고소한 내음을 풍기니 배가 고파진다. 여럿이라 그런지 더욱 배가 고프다. 감자가 익으니 모두 감자를 향해 돌진!

소금간만 했는데도 감자가 술술 들어간다. 감자를 먹으니 감자 이야기도 나온다. 감자에 꼬이는 해충인 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가 잎을 다 갉아먹어 버리고 나니 벌레도 다 사라졌는지 다시 잎이 나오더라는 이상한 사례, 돼지감자를 심은 곁에 감자를 심었더니 멧돼지가 와서 밭을 다 파헤쳤다는 수난사. 그러며 연신 우리 감자를 먹고 또 먹는다.


나 역시 먹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우리 감자가 그토록 빛나는 자리가 또 있을까! 여러 사람이 경배하며 먹었다. 그것도 그냥 익히기만 한 감자를. 그 뒤 감자로 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감자떡에 샐러드, 수프, 심지어 고로케를 튀겨 먹어도 가장 맛있는 건 삶은 감자더라.


감자 삶는 법은 여러 가지지만, 인터넷에서 새로 배운 이 방법이 아주 좋더라. 자잘한 감자를 껍질째 통째로 삶는데, 미리 칼로 감자를 한바퀴 돌려가며 껍질에 실금을 내는 방법이다. 실금을 내면 통감자의 맛을 살리면서도 빨리 익고 간도 잘 밴다. 실금 하나가 이런 효과가 있다니!


감자를 밑이 두꺼운 냄비나 뚝배기에 안치고, 소금물을 감자의 3분의 1 정도 오게 넣고 뚜껑을 닫고 처음엔 조금 센불,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두면 물이 졸아들고 감자 익은 내가 나면 뚜껑을 열어본다. 아마도 감자 껍질이 벌어지고 있으리라. 이건 감자가 다 익었다는 신호. 미심쩍으면 젓가락으로 감자 한 알을 찍어 쑥 들어가면 다 익은 거. 이제부터 뚜껑을 열고 바닥이 조금 눌을 때까지 그러니까 누룽지 만들듯 둔다. 잠시 뒤 감자 껍질 눌은 내가 나면 완성.


물기가 날아가며 감자는 파근파근해지고, 소금간은 고루 배어 그냥 먹어도 좋고, 껍질은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감자를 캐 보면 굵은 것도 나오지만 더 많이 나오는 건 자잘한 감자다. 어찌 보면 성가신 이들을 삶아 먹으면, 감자가 빛나며 참맛이 뭔지를 보여주리라.


글·사진 장영란 무주 농부 <숨쉬는 양념·밥상> 저자 odong174@hanmail.net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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