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요리
금수암 주지 겸 사찰음식전문점 발우공양 대표 대안스님이 차린 정초세찬

음악가에게 음표만큼 중요한 것이 쉼표다. 음식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현란한 조리기술과 희귀한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낸 음식이 음표라면 넣는 양념의 수를 줄이고 몇 가지 재료로만 맛을 내 소박한 음식은 쉼표다. 슴슴한 음식이 없다면 화려한 음식의 가치는 죽는다. 사찰음식은 고요한 맛을 내는 대표적인 쉼표 음식이다. 수행자들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최소한의 먹거리로 간소한 것이 특징이다.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다래, 흥거)를 쓰지 않고 제철음식을 활용해 맛을 낸다.

지난 16일 금수암 주지스님이자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 대표인 대안 스님이 사람의 몸을 챙기는 사찰의 정초세찬을 서울 견지동에 있는 발우공양에서 펼쳐 보였다.(아래 사진) 정초세찬은 정초에 가족들과 차례를 지내고 나눠 먹거나 손님에게 대접하는 음식이다. 이날 대안 스님은 오스트리아 대사 엘리자베트 베르타뇰리, 도예가 신현철,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 등 40여명을 초청했다.

주한외국인 등 초대해

12가지 사찰음식 대접
검은깨샐러드·표고버섯탕수 등
건강한 집밥으로도 강추

호박죽
만찬에는 팥과 찹쌀가루를 넣은 호박죽, 검은깨소스로 무친 샐러드, 우엉찹쌀전, 단호박굴림만두와 두부숙회, 두릅밀전병과 삼색찹쌀전병무침, 연과채, 사과소스 표고버섯탕수, 삼색떡국, 연잎밥, 된장국 등이 등장했다. 우엉찹쌀전은 우엉을 즙을 내 찹쌀과 반죽해 만든 전으로 흑갈색인 점이 독특하다. 향긋한 두릅을 멍석에 만 듯 돌돌 만 두릅밀전병은 봄을 부르는 소리 같다. 버섯탕수는 사찰음식의 단골메뉴로 갈아 만든 사과소스를 뿌린 점이 특이하다. 된장국은 금수암의 된장을 썼다.

연잎밥
이날 12가지 사찰음식을 접한 베르타뇰리 대사는 “최고의 한식”이라고 극찬하면서 “찹쌀전과 연과채, 연잎밥, 버섯탕수, 동치미가 인상 깊다”고 말했다. 연꽃으로 장식한 연과채를 향해 연신 스마트폰의 셔터를 눌렀다. 세계적으로 한식이 각광을 받으면서 한국의 사찰음식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속이 편하다는 평을 했다. 대안 스님은 “17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음식”이라며 “발우공양 6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음식으로 주한 외국인들에게 특별한 사찰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찰음식은 동물과 공존하고 이기심을 키우지 않는 음식이라서 비폭력적인 먹거리다. 이 음식이 골동품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을 준비하는 2월의 마지막주, 가정에서 대안 스님의 정초세찬을 따라 건강한 밥상을 차려보자.


발우공양 정초세찬 조리법

검은깨샐러드

재료: 도라지 2대, 양상추 3장, 치커리 30g, 양배추 4g, 적채 30g, 당근 20g, 방울토마토 3개, 새싹채소 약간, 소스(데친 두부 1/4모, 검은깨 3큰술, 매실청 1큰술, 배즙 반 컵, 소금 약간, 호두와 잣 각각 1큰술을 모두 섞어 넣고 믹서에 갈아서 냉장고에 3일 숙성한 뒤 사용)

만들기: (1) 재료들을 손질하여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소스에 묻혀 낸 다음 새싹채소를 얹어 낸다.

우엉찹쌀전

우엉찹쌀전

재료: 중간 크기의 우엉 1개, 찹쌀가루 1컵, 부침용 기름(식용유 1작은술, 들기름 1작은술) 볶은 소금 약간, 꿀(조청) 1큰술, 대추, 잣, 호박씨 약간씩

만들기: (1) 우엉은 껍질을 칼로 살살 긁어서 강판에 갈아 즙을 만든다. (2) 물에 가라앉은 녹말을 넣고 찹쌀가루와 섞어 반죽을 만든다. 송편 빚을 때처럼 만들면 된다. (3) 반죽을 경단처럼 동글게 만들어 납작하게 한 뒤에 부침용 기름을 두른 팬에서 부친다. (4) 부쳐낸 전에 꿀이나 조청을 바르고 대추나 잣을 이용해 고명을 올려준다.

호박굴림만두

재료: 건표고 2개, 양송이버섯 1개, 느타리버섯 1개, 단호박 100g, 늙은 호박 100g, 당근 20g, 청홍고추 1/2개, 두부 1/4모, 유부 2장, 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전분 1/2컵

만들기: (1) 건표고는 불리고, 각종 버섯은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고 곱게 다진다. (2) 단호박은 쪄서 으깬 뒤 소금을 넣고 간을 한다. (3) 당근과 청홍고추도 다진다. (4) 두부도 데쳐내어 물기를 짜고 밑간하여 덖는다(뜨거운 팬에서 기름 없이 볶는 것). (5) 유부는 끓는 물에 두번 데쳐내어 다져서 밑간한 뒤 덖는다. (6) 모든 재료를 섞으면서 치대고 동그랗게 경단을 만들어 전분 가루에 굴린다. (7) 찜기에 물이 끓으면 넣고 쪄내거나 프라이팬에 굴린다.

두릅밀전병과 삼색찹쌀전병무침

삼색찹쌀전병무침

재료: 찹쌀가루 1컵, 치자 가루와 백련초 가루 각각 1/4작은술, 숙주 100g, 미나리 40g, 당근 30g, 마른 표고 1개, 대추 1개, 은행 5알, 밤 1알, 집간장 1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소금 약간, 부침용 기름 약간, 중탕소스(집간장 1큰술, 조청 1큰술, 참기름 약간)

만들기: (1) 집간장과 참기름, 조청은 섞어서 중탕한다. (2) 찹쌀가루는 2등분해서 각색으로 익반죽한다. (3)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떼어내고 끓는 물에 데친다. (4) 미나리도 끓는 물에 데쳐낸다. (5) 표고버섯은 불려서 썬 다음 집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해서 덖어준다. (6) 은행은 마른 팬에 볶아 속껍질을 떼어내고, 밤은 편썰기해서 마른 팬에 덖는다. (7) 대추는 씨를 빼고 채를 썬다. (8) 익반죽한 찹쌀 반죽을 새알처럼 떼어내어 부침용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부쳐낸다. (9) 볼에 준비한 채소와 찹쌀전병을 담고 중탕한 소스로 무친다.

삼색떡국

재료: 삼색떡국떡 2컵, 시금치 2줄기, 생표고버섯 1개, 당근 10g, 은행 20알, 밤 4개, 석이버섯채 약간, 김 약간, 채수물(건표고 50g, 건다시마 50g, 물 5컵, 집간장 2큰술을 7분간 끓여내고 건더기는 건져낸다.)

만들기: (1) 채수물을 만든다. (2) 시금치는 3㎝로 자르고 표고버섯은 채를 낸다. (3) 석이버섯은 끓는 물에 데쳐 깨끗이 씻어 채를 낸다. (4) 은행은 구워서 껍질을 벗긴다. (5) 밤은 편썰기 한다. 김은 채 썰어 놓는다. (6) 채수물을 끓이다가 떡을 넣고 나머지 재료를 넣고 익힌다. 그릇에 담고 석이버섯과 채 썬 김을 얹어 낸다.

사과소스 표고버섯탕수

사과소스 표고버섯탕수

재료: 대자 표고버섯 3개, 연근 50g, 당근 20g, 청홍피망 1/4개씩, 전분 3큰술, 튀김옷(밀가루 1/2컵, 전분 2큰술, 소금 1/2작은술), 양념장(사과 반 개, 집간장 1작은술, 매실청 1큰술, 식초 1큰술)

만들기: (1) 표고버섯은 갓 부분을 물에 씻고 젖은 행주로 잘 닦는다. 물기가 없어야 한다 (2) 당근, 피망은 작은 크기로 자르고 모두 전분에 묻혀둔다. 튀김옷을 만들어 두번 튀겨낸다. (3) 사과를 강판에 갈아 즙을 내고 팬을 달군 뒤 집간장, 매실청과 섞어 넣는다. 센 불에 덖으면서 식초를 넣는다. 접시에 담고 검은깨를 뿌려 낸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찰음식 상식

● 밥, 국수, 만두, 수제비가 주식. 채소와 해조류를 활용한 국과 찌개, 찜, 조림, 김치, 장아찌 등이 부식. 떡, 묵, 정과가 별미.

● 여러 가지 곡류와 채소를 두루 활용해 밥을 짓는다. 백미, 현미, 보리, 콩, 수수, 팥, 율무 같은 곡류와 호두, 대추, 감자, 무, 버섯, 나물 등을 섞어 밥을 짓는다.

● 사찰음식에서 국수는 스님들이 미소를 짓게 한다고 해서 ‘승소’라 부른다. 과거 밀가루가 귀하던 시절 사찰에서도 국수는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었다. 귀한 음식이라 저절로 스님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사찰의 삭발일이나 목욕일에 먹는 특별식으로 영양을 보충해준 별미였다. 조선시대에는 메밀가루, 녹두 가루가 주로 재료로 쓰였고 추가하는 재료에 따라 들깨국수, 잣국수, 콩국수 등이 있었다.

● 말린 표고버섯, 다시마, 무 등을 달여 만든 채수물(채소물)이 주로 국물로 쓰인다.

●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조미료로 맛을 낸다. 버섯, 다시마, 들깨, 제피, 콩, 쑥 등을 가루로 내 조미료로 쓰고 참깨, 들깨, 견과류 등을 고명으로 활용한다. 조청이나 발효효소, 감식초, 매실식초, 꿀 등을 양념으로 쓴다.

● 채소를 볶을 때 최소한의 기름을 쓰거나 채수물로 볶거나 장류를 추가해 빨리 볶아낸다.

● 감말랭이나 사과말랭이, 무말랭이 등은 데치지 않고 불려서 무친다.

● 부각(채소의 잎이나 뿌리, 해조류 등에 찹쌀풀을 입혀서 말려 두었다가 기름에 튀겨낸 음식)은 주로 먹는 별미 영양간식이다.


(*위 내용은 2015년 2월 26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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